이춘희 세종시장, '세종보 해체' 왜 반대했을까
이춘희 세종시장, '세종보 해체' 왜 반대했을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5.02 16:0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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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반대 여론 비등, 행복도시 기본·개발계획 포함된 4대강 사업 무관 시설 고려 분석
엉터리 경제성 분석도 영향..용수확보, 경관 유지, 친수 공간 제공 등 가치 종합적 검토 필요성
세종보 전경과 이춘희 세종시장

찬반의견이 팽팽히 갈렸던 '세종보 해체 처리방안'에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이 2일 "해체 유보"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사실상 환경부의 해체 제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은 "늦었지만 세종시민들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며 환영했고, 세종환경운동연합은 "금강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정책에 반기를 드는 반환경적 작태"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소속 이 시장을 치켜세우고, 진보층을 중심으로 한 환경단체가 도리어 이 시장을 공격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춘희 시장이 세종보 해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속사정은 무엇일까.

일단 지역사회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환경부의 세종보 해체 방안이 발표된 뒤 찬반의견이 팽팽했지만, 금강 '친수 공간 활용도 저하'와 '조망권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달 마련한 한솔동(19일)과 대평동(22일) 주민설명회에선 조망권 훼손 등 직접적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큰 강 인접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정부의 방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3월 22일 대평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앞서 시민들이 세종보 철거 반대를 외치고 있는 모습
3월 22일 대평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앞서 시민들이 세종보 철거 반대를 외치고 있는 모습

결정적으로 세종보 건설의 핵심 목적중 하나인 '친수공간 활용'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세종보의 ‘태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단 이야기다.

사실 세종보는 2006년 행복도시 기본·개발계획에 포함된, 사실상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한 시설이다. 행복도시 기본·개발계획은 행복도시 건설의 방향성을 제시한 일종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물이 있는 도시'로서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수중보' 설치가 핵심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보는 4대강 보(洑) 중 유일한 도심형 보로 경관 및 조망, 친수공간 확보 등 도시민의 편익을 고려해 설치됐다.

특히 계획이 나올 당시는 현 정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춘희 현 세종시장이 행복도시 건설을 주도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결국 '세종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춘희 시장의 사업이란 인식으로 귀결된다.

환경부의 제시안 발표 후 이러한 세종보의 역사가 속속들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보 철거의 적정성을 문제 삼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보를 부정하는 해체 입장을 내놓을 경우, 이 시장 자신이 계획한 세종보를 스스로 허무는 논리적 모순을 낳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만약 세종보가 철거되게 된다면 세종보 건설계획에 관여한 이춘희 시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획된 시설이었음을 보여주는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지도, 출처=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획된 시설이었음을 보여주는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지도, 출처=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세종보 건설의 핵심목적 중 하나인 '친수공간'을 외면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 홍종호·홍정기)의 엉터리 경제성 분석도 한몫했다.

세종보 해체의 근거가 된 경제성 분석(B/C=2.92)은 애초부터 잘못된 근거와 논리를 적용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것이다.

"세종보는 과거 농작물 재배 지역이 도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보 영향범위 내에 농업용 양수장이 운영되고 있지 않고, 보가 없더라도 용수이용 곤란 등 지역 물이용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는 크지 않다..."(환경부 '금강·영산강 자연성 회복의 첫 걸음, 보 처리방안 제시안')

환경부는 지난 2월 22일 '보 처리방안 제시안'을 발표하면서 세종보 해체 근거로 "농업용수를 비롯한 물이용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세종보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근거를 들이밀었던 셈이다.

주민설명회에선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한 시민은 "세종보는 논에 물을 대려고 만든 시설이 아니다"라며 "기획위가 세종보의 기능 자체를 잘못 판단하고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 역시 최근 논평을 통해 "세종보는 친수 공간 확보를 위해 만든 '도시형 보'"라며 "도시형 보에 맞는 비용편익(B/C) 분석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도 이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생태복원 등 환경적인 면 뿐 아니라 도시 유지관리를 위한 용수확보와 경관 유지, 친수 공간 제공 등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3월 19일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세종보 해체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
3월 19일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세종보 해체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

여당인 민주당 세종시당 내에서도 세종보 해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잖았던 것도 이번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세종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 상당수 역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보 해체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행복도시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행복청이 세종보 철거 위기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는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는 성격이 다른 사업인데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 안타깝다"며 "세종보가 애초 친수 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건설된 만큼 철거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세종보 처리방안에 대한 입장을 확정짓기 전 시 간부들이 참여한 가운데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이 자리에서도 보 해체 반대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세종시는 세종보 처리방안을 "유보"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춘희 시장은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지 말고 2~3년간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의 '상시개방'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보 해체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현 상태를 유지한 채 모니터링을 조금 더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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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2019-05-02 22:54:06
세종시장님께서 올바른 결정을 하셔서 천만 다행이에요 세종보문제를 한나라 민주당 등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세종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구우혹 2019-05-07 15:29:08
초대 행복청장 지내신 이춘희시장님 다운 현명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순수한 시민들 65%~85% 이상이 세종보 해체를 반대하십니다. 오직 정의당 몇명과 환경단체 소수만이 목소리 높이는 겁니다.첫마을 3단지 주민들은 손수 현수막을 제작해서 반대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했지요..

한솔동주민 2019-05-02 17:44:36
헐 그 동원된 분들이 세종보 인근 주민이라구요?
엉터리 경제성 분석?
세종의소리는 자한당 기관지같네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