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춘희 계획한 세종보, 문재인 정부가 철거?
노무현·이춘희 계획한 세종보, 문재인 정부가 철거?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9.03.08 17:0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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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친수공간' 핵심 가치로 계획, 환경부 경제성 분석에선 '간과'
노무현 정부(이춘희 시장) 계획→이명박 정부 설치→문재인 정부 해체 수순
도시계획 상 금강 친수구역 조성 목표 건설, 성급한 철거 결정 비판
금강 '세종보'가 결국 해체 수순을 밟는다. 사진은 2018년 2월 세종보 모습
금강 '세종보'가 결국 해체 수순을 밟는다. 사진은 2018년 2월 세종보 모습

정부가 '세종보' 해체 방안을 발표하면서 보 건설의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친수공간(親水空間) 활용'을 경제성 분석에서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종보는 여타 보들과는 달리 도시계획 상 금강 친수구역 조성을 위해 건설됐지만, 도심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성급히 철거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 홍종호·홍정기, 이하 기획위)는 지난달 22일 금강과 영산강 5개 보의 처리방안 제시안을 심의 발표하면서, 세종보 해체 결정 근거로 경제성(B/C=2.92)을 꼽았다. 편익(972억원)과 손실(333억원)을 따져 639억 원의 이득(편익-손실)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경제성 분석 항목을 보면, 편익 비용에는 ▲수생태 755억원 ▲수질 112억원 ▲유지 관리비 절감 83억원 ▲친수 20억원 ▲홍수조절 1억 6천만원 등이 제시된 반면, 손실로는 ▲소수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비 132억원 ▲보 철거비 115억원 ▲물 이용 대책비 86억원 등이 포함했다.

기획위 측은 "보를 해체하더라도 지역 물이용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크지 않고, 수질·생태가 크게 개선된다"며 "보의 구조물 해체 비용보다 수질·생태 개선, 유지·관리 비용의 절감 등 편익이 매우 커 해체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완공될 예정인 세종시 금강보행교 조감도 <사진=행복청 제공>
2021년 완공될 예정인 세종시 금강보행교 조감도, 사진=행복청 제공

세종보 건설 핵심 '친수공간(親水空間) 가치', 경제성 분석에선 '소홀' 

문제는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세종보 건설의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친수공간' 활용에 대한 가치판단이 소홀했다는 점이다. 기획위가 세종보 해체의 근거로 삼은 보고서('금강·영산강 하천시설 관리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 연구', 한국재정학회)를 보면, 친수공간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두루뭉술하게 평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친수 활동 증가 편익'을 분석하면서 수변공원, 생활체육시설, 강문화관, 보사업소홍보관, 강변캠핑장, 나루터, 행사 및 프로그램 등에 대한 부문만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여름철 레크레이션(수상스키, 보트 등) 기능과 휴식 등 '수(水)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가치'는 빠뜨린 것이다. 금강변 곳곳에 마련된 ‘마리나 시설’ 등 향후 강을 활용한 잇점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간과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세종보 상류 2.5㎞ 지점에 1053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금강보행교'도 감안하지 않았다. 2021년 완공될 금강보행교는 강 수위가 낮아질 경우 건설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행복청은 금강보행교가 중앙공원과 금강이남 수변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홍보해왔다.

조망권 훼손 또한 논란거리다. 보에 물을 가둠에 따라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아름다운 조망권을 누릴 수 있었지만, 보 해체 후엔 이 같은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고서는 친수 활동 증가 편익을 향후 40년간(2023~2062년) '20억원 이익'으로 판단했다. 수 공간 활용도가 줄어드는데도 오히려 편익이 높다는 엉뚱한 분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수 공간 증감에 대한 편익은 주관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며 “보를 개방한다 해도 물리적인 변화가 없고, 수질 생태계 개선으로 사람들의 접근이 늘어나는 만큼 플러스 편익이 나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출처=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획된 시설이었음을 보여주는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지도, 출처=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세종보, 4대강 사업 전 '행복도시 건설 기본·개발계획'에 이미 반영, "도심 특성 고려해야"

그러나 세종보는 '친수공간 활용'을 핵심으로 계획된 만큼, 환경부의 설명은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세종보에 대한 평가 기준이 도심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여타 농촌 지역 보와 동일하게 적용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노무현 정부 시절, 2006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출범 과정에서 이미 계획된 시설이다. 이른바 '풍부한 수 환경'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레이션' 등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용도로 구상됐다. 이에 따라 전국 16개 보 중 유일하게 인구 밀집 지역인 도심 한가운데에 설치됐다. 보 조성의 핵심 목적을 간과한 채 도출된 경제성 분석이 의미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행복도시 건설의 방향성을 규정한 '행복도시 건설 기본계획'과 '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등 각종 문서에는 '친수공간' 조성에 대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6년 7월 수립된 행복도시 기본계획에는 '물이 있는 도시'로서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수중보' 설치를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적정한 하천 수질 및 수량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

'수중보' 설치 방안은 기본계획의 하부 개념인 '개발계획'에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2006년 11월 발간된 개발계획에는, 부문별 계획 중 6번째 항목 '하천계획'에 친환경 수중보 설치방안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친수지구, 복원지구, 보전지구 등 3개의 구간으로 구분된 하천별 지구설정계획(안), 출처=행복도시 개발계획
행복도시 개발계획에 반영된 친수지구, 복원지구, 보전지구 등 하천별 지구설정계획(안), 출처=행복도시 개발계획

행복청은 개발계획에서 '자연친화적인 하천공간' 조성을 위해, ▲친수지구 ▲복원지구 ▲보전지구 등 3개 구간으로 구분하고, 각 구간 특성을 고려한 지구별 조성방안을 제시했다.

이중 '친수지구'는 현 세종보에서 미호천 합수부까지 250만 6천㎡로 설정됐다. 행복도시 중심부로서의 특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수변경관과 수환경을 조성해 '물의 도시' 이미지를 만든다는 방향성이 제시됐고, 이용자 중심의 지역으로 '휴식', '레크레이션' 등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이때 도출됐다.

친환경 수중보 설치 필요성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수변경관에 대한 만족감, 위락 휴식공간 제공 및 도시 역동성을 위해 풍부한 수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금강본류의 하천 유량이 갈수기 기준 29.8㎥/s에 불과해, 수위 유지용 보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중보 형식으로는 보 설치시 수질·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개선된 가동보와 자연형 고정보의 적절한 혼용 설치 ▲고정보 하부에 배사구 설치 및 수중 폭기시설 등 고려 ▲하천 생태계 연속성 유지 및 경관 개선 목적 인공 하도식 어도 설치 등이 고려사항으로 담겼다.

당시 제시된 수중보의 위치는 현 세종보와 정확히 일치하고 규모도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계획→이명박 정부 건설→문재인 정부 철거? '아이러니'

'행복도시 기본계획·개발계획'은 행복도시 건설의 기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수립했다. 이춘희 현 세종시장이 행복도시 건설을 총 책임지는 행복청장을 맡고 있던 때다. 이 시장은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을 시작으로, 2005년 행복청 개청준비단장, 2005년 행복청장, 2006년 건설교통부 차관(~2008.2) 등을 역임하면서 행복도시 건설에 깊이 관여해 왔다.

다시 말해 세종보는 현 정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춘희 현 세종시장 주도로 계획됐고, 이명박 정부 시절 건설 과정을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철거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행복도시 건설 계획상 면밀한 검토를 거쳐 조성된 시설이 '전 정권 흔적 지우기'로 규정되며 철거 위기를 맞고 있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4일 세종보를 찾아 송아영 세종시당 직무대행(왼쪽)으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행복도시 건설 초기 충남 연기군의회 의장을 역임했던 진영은 전 세종시의원은 최근 <세종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세종보는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며 "무조건 철거보다는 면밀하게 관찰해보고 그 때가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의원은 "세종보 건설은 4대강 사업과 상관없이 추진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으로 행복청에서 자연스럽게 국토교통부로 업무가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을 자유롭게 빼고 막을 수 있는 가동보(可動洑)로 건설된 만큼 조금 더 지켜본 뒤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솔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세종보가 개방된 뒤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면서 경관이 볼품없게 변해버렸다"면서 "조망권 훼손은 물론 향후 각종 레저 활동도 기대할 수 없게 되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자유한국당도 정부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세종보를 찾아 "끼워 맞추기식 정책결정은 이념적 적폐청산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의원(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 역시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철거는 적어도 수십 년은 관찰해 축적된 자료를 갖고 결정해야 하지만, 불과 세 달 만에 결론 내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며 "적폐 논리와 나쁜 정치 논리가 아닌, 과학의 논리와 정책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행복청 역시 4대강 사업과 무관한 세종보의 철거 위기에 착잡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는 성격이 다른 사업인데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 안타깝다"며 "세종보가 애초 친수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건설된 만큼 철거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신중한 분위기다. 과거 세종보 건설에 관여했던 이춘희 시장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조사결과가 정부의 최종 정책 결정은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아끼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다음 달 공식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종환경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금강은 흘러야 하고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세종보 해체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세종보 개방 후 모니터링 결과 수질과 퇴적토, 모래톱, 물고기 등 여러 면에서 금강이 살아있는 강이 되어가고 있다"며 "보를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 해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앞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제시안을 토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 처리방안을 상정,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세종보 처리 방안에 대해 최종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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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혹 2019-07-26 17:17:53
노무현 정부의 계획사업을 마치 이명박 4대강 사업인양 둔삽시키는 치졸한 논리를 주장하는 환경부나 무슨 이해관계로 세종보 앞에서 4대강보 해체 시위를 밥먹듯하는 시민단체인지 정의당인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형국입니다.

이니 2019-03-12 18:38:11
아무리 전 정권에서 한 일이라 하더라도 마구 헐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좀 더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세종시의 발전과도 연계해 보면서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 나가는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 환경단체들의 주장도 수용할 측면이 있겠으나, 현 정부 들어와 이 정부가 하는 산비탈 깎아 태양광 설치하는 작업 같은 것에는 환경 단체들 입도 뻥긋 않는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환경단체의 주장에만 휘둘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팸 아님 2019-03-11 10:18:48
곽 기자님 기사 취지에 동감합니다.
하지만 위 기사는 환경적인 문제는 배제한 채 경제 논리만 앞세운 기사로 보여집니다.
큰빗이끼벌레 등이 출몰해 전국 이슈화 이후 2016년까지 '금강은 세종보 등으로 인해 유속이 느려져 큰빗이끼벌레가 발생했고, 미호천에서는 기형 물고기가 발견되는 등 수질오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하천에는 배스, 블루길 등 어종과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가시박 식물 등 생태교란종이 상당히 분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좋은 방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댓글 남기는 것이니 언짢아 말아주세요.
개인적으론 곽 기자님 팬입니다. ^^
굳이 세종서 제대로 일하는 기자를 꼽으라면 곽 기자님과 세종포스트 기자님들, TJB 기자님 정도겠네요.

임만수 2019-03-09 20:07:48
섬진강 금호강 동강 내린천을 보라. 썩은 물에 놀겠느냐? 부족할땐 아껴쓰고 잠시 호수 공원 방축천등 줄이면 되지.

아니.. 2019-03-09 03:01:31
당췌 어디에 노무현이 세종보를 건설을 계획했다는 거짓 기사를 적어놓는겁니까??
근거 자료를 제시해봐요.
세종의 소리 아주 빨간색으로 물들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