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해체 결정, 어디부터 잘못됐나
세종보 해체 결정, 어디부터 잘못됐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4.03 1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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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부터 잘못 꿴 보 해체, 근거로 삼은 '경제성 분석' 과정부터 오류
보 건설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친수공간 활용' 외면한 엉뚱한 분석 내놓아
환경부, 주민설명회에서 뚜렷한 근거 제시하지 못한 채 궤변으로 일관
세종보 전경, 사진=환경부 제공
세종보 전경, 사진=환경부 제공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 홍종호·홍정기, 이하 기획위)가 세종보 해체의 결정적 기준으로 삼은 것은 '경제성(B/C) 분석 결과'였다. 경제성은 2.92였다. 편익(972억원)과 손실(333억원)을 따져 639억원의 이득(편익-손실)이 생긴다는 의미다.

경제성 분석은 보의 존폐 기준을 가른 결정적 기준이 됐다. 분석 결과에 따라 보 처리방안의 1차 타깃이 된 금강과 영산강 수계 5개 보는 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공도교를 남겨놓는 '부분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개방' 되는 식이다.

그렇다면 세종보에 대한 경제성 분석 과정은 과연 타당했을까. <세종의소리>는 오는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짚어봤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세종보 해체 결정

세종보 해체의 근거가 된 경제성 분석은 애초부터 잘못된 근거와 논리를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기획위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금강·영산강 자연성 회복의 첫 걸음, 보 처리방안 제시안'을 보면 곳곳에서 오류가 드러난다.

2월 19일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모습

"세종보는 과거 농작물 재배 지역이 도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보 영향범위 내에 농업용 양수장이 운영되고 있지 않고, 보가 없더라도 용수이용 곤란 등 지역 물이용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는 크지 않다..."(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기획위는 농업용수를 비롯한 물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세종보 건설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친수공간(親水空間) 활용'을 외면한 엉뚱한 분석이다. 세종보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근거를 들이밀고 있어서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출범 과정에서 ‘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계획된 시설이다. 이른바 '풍부한 수 환경'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레이션' 등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용도로 구상됐다.

행복도시 건설의 방향성을 규정한 '행복도시 건설 기본·개발계획' 등에는 이 같은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2006년 7월 수립된 '행복도시 기본계획'에는 '물이 있는 도시'로서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수중보' 설치를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적정한 하천 수질 및 수량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한 것이다.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획된 시설이었음을 보여주는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지도, 출처=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획된 시설이었음을 보여주는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지도, 출처=행복도시 개발계획

이 같은 '수중보' 설치 방안은 기본계획의 하부 개념인 개발계획에 보다 구체화된다. 2006년 11월 발간된 '행복도시 개발계획'에는 수변경관에 대한 만족감, 위락 휴식공간 제공 및 도시 역동성 등을 위해 풍부한 수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금강본류의 하천 유량이 갈수기 기준 29.8㎥/s에 불과해, 수위 유지용 친환경 수중보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주시와 밀양시 등의 수중보 설치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세종보는 전국 16개 보 중 유일하게 인구 밀집 지역인 도심 한가운데에 설치됐다.

환경부가 지난달 19일과 22일 두 차례 마련한 설명회에선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한 시민은 "세종보는 논에 물을 대려고 만든 시설이 아니"라며 "(기획위가) 세종보의 기능 자체를 잘못 판단하고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세종보는 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만든 '도시형 보'인데, 환경부 제시문에는 어처구니없게도 '세종보를 철거하더라도 농업용수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도시형 보에 맞는 비용편익(B/C) 분석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가 없어도 물이용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크지 않다’고 한 기획위의 설명 역시 논리가 빈약한 모습이다.

보 개방으로 물 공급이 어려워질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정작 보 상류에는 호수공원 등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또 다른 ‘자갈보’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보가 철거된다면, 이후 수십억여원의 예산을 또 다시 투입해 자갈보를 개선해야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예산이 이중으로 낭비되는 구조다.

행복청이 진주시와 밀양시 등의 수중보 설치 사례를 친환경 수중보 설치 근거 사례로 제시한 모습, 출처=행복도시개발계획

세종보 건설목적 잘못 짚어..경제성 분석도 엉터리

세종보 건설목적을 잘못 짚다보니 경제성분석 과정도 엉터리가 됐다. 보 건설의 핵심인 '친수공간 활용'을 도외시해서다.

기획위는 경제성 분석을 통해 보 철거 시 '편익 비용'으로 ▲수생태 755억원 ▲수질 112억원 ▲유지 관리비 절감 83억원 ▲친수 20억원 ▲홍수조절 1억 6천만원 등을 꼽았다. 반면, 손실로는 ▲소수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비 132억원 ▲보 철거비 115억원 ▲물 이용 대책비 86억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획위가 세종보 해체의 근거로 삼은 보고서('금강·영산강 하천시설 관리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 연구', 한국재정학회)를 보면, 친수공간에 대한 경제적 가치 판단은 허술하게 되어 있다.

실제 보고서에는 '친수 활동 증가 편익'을 분석하면서 세종보 건설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여름철 레크레이션(수상스키, 보트 등) 기능과 휴식 등 '수(水)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가치'는 빠뜨린 것으로 드라났다. 수변공원, 생활체육시설, 강문화관, 보사업소홍보관, 강변캠핑장, 나루터, 행사 및 프로그램 등에 대한 부문만 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강변 곳곳에 마련된 ‘마리나 시설’ 등 향후 강을 활용한 미래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경제적 판단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2021년 완공될 예정인 세종시 금강보행교 조감도 <사진=행복청 제공>
2021년 완공될 예정인 세종시 금강보행교 조감도 <사진=행복청 제공>

그런데도 보고서는 친수 활동 증가 편익을 향후 40년간(2023~2062년) '20억원 이익'으로 판단했다. 수 공간 활용도가 줄어드는데도 오히려 편익이 높다는 엉뚱한 분석을 내놓은 셈이다.

한 시민은 "기획위의 처리방안 중 가장 혼란스러운 게 경제성분석 과정"이라며 "물이 빠져서 드러난 모래톱 등의 가치는 수백억으로 평가하는 등 정량적 항목이 아닌 추상적인 부분이 과대 평가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수 공간 증감에 대한 편익은 주관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며 "보를 개방한다 해도 물리적인 변화가 없고, 수질 생태계 개선으로 사람들의 접근이 늘어나는 만큼 플러스 편익이 나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정부 측 관계자들은 친수공간 편익 미래가치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세종시에는 호수공원 등 수면공간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수면공간이 부족한지는 대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모호한 답변으로 주민들을 설득하려 애썼다.

특히 환경부 측은 세종보 상류 2.5㎞ 지점에 건설되고 있는 '금강보행교'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보 해체 후에도 보행교 주변 금강 수위가 현재와 같을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 주민들로부터 "사기 치지 말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1053억원을 들여 2021년 완공될 금강보행교는 강 수위가 낮아질 경우 건설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행복청은 금강보행교가 중앙공원과 금강이남 수변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홍보해왔다.

22일 대평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앞서 시민들이 세종보 철거 반대를 외치고 있는 모습

세종보 해체 논란에 입닫고 있는 세종시, 행복청

사실 세종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희 현 세종시장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시장이 행복도시 건설을 총 책임지는 행복청장을 맡고 있던 2006년 세종보 설치 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세종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시된 '행복도시 기본계획·개발계획'은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수립했다. 이춘희 시장은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을 시작으로, 2005년 행복청 개청준비단장, 2005년 행복청장, 2006년 건설교통부 차관(~2008.2) 등을 역임하면서 행복도시 건설에 깊이 관여해 왔다.

하지만 이 시장은 세종보 해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입을 닫고 있다. 과거 자신이 관여한 시설이 철거되는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세종보 철거 여부를 두고 거듭되는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세종보를 애초 도시계획에 반영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도 마찬가지다. 김진숙 행복청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아직까지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제안 수준으로 보 해체여부에 대한 결정은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전달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

세종보 해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환경부는 행복청의 의견도 청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면밀한 검토를 통해 건설된 시설이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철거의 기로에 선 반증이기도 하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만약 세종보가 철거되게 된다면 세종보 건설계획에 관여한 이춘희 시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보의 운명은 오는 7월경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보 처리방안이 제시된 후 40여일이 지나면서 찬반 논란이 더욱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세종보 인근 2012년 2월 전경
세종보 인근 2018년 2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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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혹 2019-04-09 11:14:46
1900억 세종보를 철거하고 20억,80억 짜라 임시보인지 취수시설을 한다는 것은 재앙 수준입니다.세종보 철거 반대 범시민연대 구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