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운명 초읽기..환경단체 '승부수'
'세종보' 운명 초읽기..환경단체 '승부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4.28 21: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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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환경운동연합, 26일 '세종보 진실·금강 살리기 시민 토론회' 개최
정부의 세종보 해체 방안 적극 뒷받침, 세종보 철거 반대 여론 차단 포석
세종환경운동연합과 금강유역환경포럼 세종충남지역위원회는 지난 26일 오후 세종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세종보의 진실·금강 살리기 시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세종보 철거에 대한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환경단체들이 승부수를 던졌다.

철거냐 존치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세종보 처리방안과 관련,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금강 수생태계 개선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이해를 돕자는 토론회를 연 것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세종보 해체 방안을 적극 뒷받침하고, 세종보 철거 반대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세종환경운동연합과 금강유역환경포럼 세종충남지역위원회는 지난 26일 오후 세종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세종보의 진실·금강 살리기 시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황치환 세종환경운동연합 대표의 사회로 이상진 충남연구원 수석연구원과 정민걸 공주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강형석 정의당 세종시당 환경위원장,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금강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선 세종보를 즉시 철거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고, 반대 측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철거 당위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세종보 전경, 사진=환경부 제공
세종보 전경, 사진=환경부 제공

이상진 충남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발제에서 환경부가 제시한 '금강수계 보 평가 및 처리방안'을 상세히 설명한 뒤 "세종보는 수질과 생태변화 측면에서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로 9년째 금강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중하류 수질과 생태변화가 악화됐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이 연구원은 "금강 중하류는 4대강 보가 건설된 2012년 이후 조류 관심이상 단계 발령기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8년 감소했다"며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연중 최초 발령시기가 5월에서 3월로 앞당겨지고, 11월까지 지속되는 등 연중 조류 번성기간이 5개월에서 8개월로 장기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수체의 건강성도 다방면에서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강물고기 집단폐사(2012년), 금강 중하류 큰빗이끼벌레 창궐(2014년), 여름철 녹조 대발생, 깔따구류와 실지렁이 우점분포(2015년), 교각 및 보 세굴현상, 역행침식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상 형태 역시 여울과 소가 대부분 사라지고 강의 형태가 단순화되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수문을 최대로 개방한 지난해 1월 이후 생태계가 되돌아오는 등 순기능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보 개방 후 체류시간이 감소(40~77%)하고 유속이 증가(72~222%)하는가 하면 모래톱과 수변생태공간 증가로 동식물 서식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세종보 철거에 힘을 실었다.

세종보를 철거해도 일각에서 우려하는 금강의 수위 변화가 없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세종보 완전 개방 이후 수 면적이 줄어든 부분은 세종보 인근 1km 정도"라며 "금강보행교가 건설되는 세종시청 부근은 금남교 교각이 물막이 역할을 해 보를 철거해도 수위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 창궐한 녹조 모습, 사진=김종술 기자 제공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정민걸 공주대 교수 역시 '금강 대형 보의 수리와 수질문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통해 보 해체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정 교수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건설됐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라며 "보에 의해 홍수위가 상승해 오히려 홍수 범람위험을 높이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종보 구조물 역시 하상 증고효과로 물의 흐름이 저해되고 홍수위가 증가하는 등 문제가 된다"면서 "대형보 구조물의 요철로 인한 난류 발생으로 세굴과 측방침식이 강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공주보는 심각한 상태로 그대로 유지하면 다 범람할 것"이라며 "세종보도 범람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대표적인 4대강 사업 찬성론자로 꼽히는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꼬집기도 했다.

정 교수는 '4대강 보 설치 이후 수질이 좋아졌다'는 박 교수의 논문은 "의도된 것"이라고 깎아 내리면서 "인터넷만 뒤져보면 수집할 수 있는 자료를 이용해 필요한 부분만 사용한 논문"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박 교수는 4대강 대형보 영향이 나타나는 2014~2017년 자료의 경우 총인 농도의 증가 추세와 높은 크롤로필a 농도 때문에 외면했다"면서 "2009년보다 총인 농도가 더 높은 이전 연도 역시 외면했다. 높은 총인 농도에도 불구하고 클로로필a 농도가 극히 낮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했다. 박 교수가 의도된 목적을 위해 (유리한) 자료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큰빗이끼벌레 모습, 사진=김종술 기자 제공

4대강 보가 강 생태계를 시궁창 생태계로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정 교수는 "강은 외부 영양 유입이 큰 생태계로 유입된 영양을 하구를 통해 바다로 빠르게 방출하면 부영양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4대강 사업의 대형보는 유입과 유출이 큰 강 생태계에서 영양 유입은 크지만 유출은 없게 만들어 부영양화가 갈수록 커지는 시궁창 생태계로 변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가 녹조 발생의 역기능을 무한 반복시키는 원인"이라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보를 막아 놓으면 햇볕으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고 이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기물로 인해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된다"며 "결국 이 같은 원리가 무한 순환하면서 녹조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4대강 보에 오염지표종이 번성하는 것을 두고도 박석순 교수와 해석을 달리했다.

그는 "박 교수는 붉은깔따구와 같은 오염지표종이 번성하는 것을 청소자가 많아져 깨끗하게 하는 것이기에 생태계가 건강해졌다는 억지 주장, 궤변을 펴고 있다"며 "오염내성종은 오염에 강해 다른 것들이 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살 수 있는 공해 지역에서 번성하는 종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가운데)는 "세종보를 개방한 후 모래톱이 생기고 최근에는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가 자라는 지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진 토론에서도 4대강 보를 찬성하는 측을 향해 "여론을 호도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보 철거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금강 유역에서 4대강 보를 취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는 "세종보를 개방한 후 모래톱이 생기고 최근에는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가 자라는 지역으로 변했다"며 "이정도로 강이 좋아지고 있는데 주민들은 막연히 집값이 떨어진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세종보를 열고 금강의 자연성이 회복되고 있는데 (보 철거) 반대 여론으로 인해 토론회까지 여는 것이 착잡하다"며 "4대강 사업은 실패한 사업이기 때문에 보는 해체해야 한다. 정쟁화는 나쁜 일이다.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보 처리방안은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지만 내년 총선까지 격랑에 휘말려있어 정치 쟁점화가 우려된다"며 "세종보 처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정책기조로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정무적 판단, 또는 정치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국민을 위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형석 정의당 세종시당 환경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보 처리를 정치쟁점화 삼으면서 반대여론에 부응한 거짓 뉴스가 생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7월까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알릴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보의 진실·금강 살리기 시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파괴사업 이후 7년이 걸린 세종보 해체 결정은 늦었지만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라며 "금강이 호소생태계로 정착되기 전에 보를 해체해 자연성과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보를 유지한 채 상시개방하고 필요시 물을 가두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고정보와 보 구조물은 강물의 흐름을 방해할 것"이라며 "상류 퇴적, 모래이동에 장애, 수질악화, 홍수 피해 증대 등의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보 해체 제시안 발표 이후 세종시의 의견 발표가 임박하면서 이번 토론회가 향후 세종보의 운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 2월 금강 수계의 세종보는 '해체', 공주보는 공도교를 남겨놓는 '부분해체', 백제보는 '상시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보에 대한 운명은 오는 7월경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판가름날 전망이다. 세종시는 4월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5월경 환경부에 공식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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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세종 2019-04-29 11:26:38
이 소수 세력들은 이런 일이라도 벌여야 먹고사니 하는 짓이라지만, 먼 훗날 지들 스스로 낯 부끄러울 것이다. 세종보가 살아야 물부족도 해결하고 환경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