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洑) 철거 반대 높은 이유..'세종보' 운명 촉각
4대강 보(洑) 철거 반대 높은 이유..'세종보' 운명 촉각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9.03.15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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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에 대한 인식과 선호 설문 조사 보고서' 분석해보니]
4대강 보 필요성.. '필요' 44.3% vs '불필요' 36.9%
4대강 사업 반대 여론 불구, 보 철거 부정적 여론 높아
세종보 인근 2012년 2월 전경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을 격렬히 반대했지만, 정작 4대강 보(洑) 철거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세종보 해체 방침 발표 후 찬반양론이 갈리며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진행될 설명회에서 주민 여론에 어떻게 작용할 지 주목되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 홍종호·홍정기, 이하 기획위)가 실시한 '보에 대한 인식과 선호 설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보 철거에 대해선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과 영산강 등에 설치된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이번 조사는 일반 국민 1000명, 금강·영산강 수계 주민 각각 250명씩 500명, 5개 보 지역 주민 100명씩 500명 등 총 2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1000명)들은 '현재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에 대해 '반대한다'(49.2%)는 의견이 '찬성한다'(22.3%) 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수계 지역 국민(500명)도 '반대'(58.3%)가 '찬성'(12.9%)을 4배 이상 압도했고, 보 지역 국민(500명) 역시 '반대'(49.8%)가 '찬성'(22.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민여론을 무시한 사업추진이라는 비판과 함께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악화, 보의 내구성 논란, 건설 비리 등 총체적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커지고 있는 실효성 논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에 대한 인식과 선호 설문 조사 보고서'의 '4대강 보 필요성' 조사 결과, 사진 왼쪽부터 일반 국민, 금강·영산강 수계 주민, 5개 보 지역 주민 응답(자료=환경부)

흥미로운 점은 4대강 보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4대강 보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들 44.3%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36.9%에 그쳤다. 수계 지역 국민도 '필요하다'(42.2%)가 '불필요하다'(37.8%)를 앞질렀으며, 보 지역 국민 역시 '필요하다'(42.9%)가 '불필요하다'(36.8%)를 앞서는 등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보였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과는 달리, 정작 보 철거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큰 셈이다.

수질 악화 등 부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수 사용 등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가 존재함으로써 홍수와 가뭄 대비 등 치수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 요인이 반영됐다는 게 환경부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기획위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 기관이 지난해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일반국민 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 3.10%P, 수계지역과 보지역의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4.38%P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보 처리방안 발표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다가, 최근 뒤늦게 언론에 자료를 공개했다.

정부의 세종보 해체 방침이 발표된 뒤 찬반양론이 갈리며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 같은 조사 결과가 조만간 있을 설명회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세종보의 경우 전국의 여타 보들과는 달리 도시계획 상 '금강 친수구역' 조성을 위해 4대강 사업 이전부터 계획됐다는 점에서, 도심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성급히 철거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세종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출범 과정에서 '풍부한 수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레이션' 등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계획된 시설이다. 사진은 2021년 완공될 예정인 세종시 금강보행교 조감도(행복청 제공)
세종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출범 과정에서 '풍부한 수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레이션' 등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계획된 시설이다. 사진은 2021년 완공될 예정인 세종시 금강보행교 조감도(행복청 제공)

실제 세종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출범 과정에서 '풍부한 수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레이션' 등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계획된 시설이다. '행복도시 건설 기본계획'(2006년 7월)과 '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2006년 11월) 등에는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수중보를 설치해야 한다는 계획이 기술되어 있기도 하다. 정부가 세종보 철거 여부를 4대강 사업과 다른 관점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시는 세종보 해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세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오는 19일 오후2시 한솔동주민센터 회의실, 22일 오후 2시 대평동주민센터 시청각실, 26일 세종시청에서 각각 열린다.

시는 이번 설명회에서 취합된 주민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설명회를 통해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방면의 시각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전달할 것”이라며 “세종보에 대해 관심 있는 단체나 지역주민들의 많은 참석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는 정부가 세종보 처리 방안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제시안을 토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 처리방안을 상정, 확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주민설명회를 여는 시기가 늦었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솔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환경부가 보 해체를 사실상 결정해 놓고 이제 와서 여론 수렴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설명회가 정부의 결정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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