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vs유지 '세종보' 운명 분수령, 세종시 선택은?
철거vs유지 '세종보' 운명 분수령, 세종시 선택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4.3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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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인근 2012년 2월 전경
세종보 인근 2018년 2월 전경

'세종보'의 운명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세종시가 세종보 '해체' 방침에 대한 공식입장을 조만간 환경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세종시의 입장이 정부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시가 어떠한 태도를 취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세종시에 따르면, 이춘희 시장은 내달 2일 정례브리핑에서 세종보 처리방안에 대한 입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시는 환경부의 보 처리방안이 발표된 지난 2월 말 이후 '주민설명회'와 '시민주권회의' 자리를 각각 2차례씩 마련해 주민 의견을 청취해 왔다. 그간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뒷짐을 지고 있던 세종시의원들의 의견도 일일이 취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어떠한 카드 꺼내드나

시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다양하다. 일단 ‘철거’ 또는 ‘존치’를 비롯해 존치 후 ‘완전’ 또는 ‘부분’ 개방, 존치 후 ‘특정일’ 개방, ‘개방 이전 상태로 원위치’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세종시의 입장은 오는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일 경우 상당한 역풍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이 시장의 입장을 정부가 외면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세종시의 입장은 곧 정부의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22일 대평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앞서 시민들이 세종보 철거 반대를 외치고 있는 모습
지난 3월 22일 대평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앞서 시민들이 세종보 철거 반대를 외치고 있는 모습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 홍종호·홍정기)는 지난 2월 22일 세종보를 포함한 전국 5개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금강 권역 세종보는 '해체', 공주보는 공도교를 남겨놓는 '부분해체', 백제보는 '상시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종보는 경제성(B/C=2.92)을 근거로 해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가 없더라도 용수이용 곤란 등 지역 물이용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크지 않고, 수질・생태가 크게 개선된다는 이유에서다. 보의 구조물 해체 시 비용보다 수질·생태 개선, 유지・관리비용의 절감 등 편익이 매우 커 해체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것이다.

보를 없앨 경우 '편익'은 972억원, '손실'은 333억원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639억 원의 이득(편익-손실)이 생길 것이란 게 위원회 측 분석. 편익 비용은 ▲물 생태 개선 755억원 ▲수질 향상 112억원 ▲유지 관리비 절감 83억원 등이, 손실에는 ▲소수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비 132억원 ▲보 철거비 115억원 ▲물 이용 대책비 86억원 등이 포함됐다.

시는 기획위 보 처리 제시안 발표 직후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시는 "세종보를 철거할 경우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가 복원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강의 수위(水位)가 낮아져 신도시 호수공원과 제천, 방축천 등에 물을 공급하는 양화취수장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만큼, 대책을 마련한 뒤 해체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들은 18일 세종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자유한국당은 사죄하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4월 18일 세종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자유한국당은 사죄하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질 개선'vs'친수공간 활용' 세종보 철거 찬반양론 '팽팽'

세종보 해체 방안이 나온 뒤 시민들의 의견은 찬반양론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이라는 긍정적 측면에 맞서 금강 '친수 공간 활용도 저하'와 '조망권 저해' 우려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보 해체의 대표적 찬반 주자격인 '환경단체'(세종환경운동연합)와 '세종보지킴이 시민모임' 등은 각각 '세종보의 진실·금강 살리기 시민 토론회'와 '세종보 살리기 시민연대 초청강의'를 통해 물러섬 없는 논리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환경부가 지난달 마련한 한솔동(19일)과 대평동(22일) 주민설명회에선 대체적으로 해체 반대의견이 많았다. 세종보로 인해 조망권 훼손 등 직접적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큰 강 인접 주민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정부를 향해 "사기 치지 말라"며 보 해체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세종보 건설의 핵심 목적중 하나인 '친수공간 활용'을 외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여타 보들과는 달리 금강 친수구역 조성을 위해 건설됐지만, 도심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성급히 철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획된 시설이었음을 보여주는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지도, 출처=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획된 시설이었음을 보여주는 '세종보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지도, 출처=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

무엇보다도 세종보가 2006년 행복도시 기본·개발계획에 포함된, 사실상 4강 사업과는 무관한 시설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보 철거의 적정성을 문제 삼는 여론도 상당했다.

실제 2006년 수립된 당시 계획에는 '물이 있는 도시'로서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수중보' 설치가 핵심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춘희 현 세종시장의 사업이 '세종보'란 게 주민들의 인식이다. 이 시장은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을 시작으로, 2005년 행복청 개청준비단장, 2005년 행복청장, 2006년 건설교통부 차관(~2008.2) 등을 역임하면서 행복도시 건설에 깊이 관여해 왔다.

여기에 '전 정권 흔적지우기'라며 반발한 자유한국당까지 가세하면서 세종보 철거는 정치 쟁점화 되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는 한 달여 간격으로 세종보를 직접 찾아 "막무가내 철거를 반드시 막을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맞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수질과 생태 등 환경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고 즉시 철거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수체의 건강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잖았다. 금강물고기 집단폐사(2012년), 금강 중하류 큰빗이끼벌레 창궐(2014년), 여름철 녹조 대발생, 깔따구류와 실지렁이 우점분포(2015년), 교각 및 보 세굴현상, 역행침식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선 강을 횡단하는 구조물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18일 세종보 현장을 찾아 시설 현황을 둘러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4월 18일 세종보 현장을 찾아 시설 현황을 둘러보고 있다.

이는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기획위는 지난 2월 발표했던 '세종보 해체 처리방안 제시안'에서 평가부문별 평가결과 수질은 0.521, 생태는 0.638, 물이용과 홍수예방은 이수 0.497, 치수 0.534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평가결과는 평가항목의 지표 값을 0~1.0 척도로 표준화 한 것으로 0.5 이상일 경우 보 수문개방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뜻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경제성 분석 결과 B/C는 2.92로 제시됐다. B/C가 1 이상이면 보 철거에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시민주권회의, 세종보 철거 부정적 여론 '압도'

또 하나의 의견 수렴 창구인 '시민주권회의'에선 세종보 철거에 대해 신중론이 우세했다. 특히 세종보 건설의 본래 목적에 맞게 다른 4대강 보와 차별화되어야 한다며 보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시민주권회의는 이춘희 시장 시정2기를 맞아 세종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시정에 최우선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구성한 심의·자문 기구다.

'세종보의 진실·금강 살리기 시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열린 '세종보의 진실·금강 살리기 시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차례의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정적 입장은 ▲세종보 제시안 도출까지 데이터 수집기간이 지나치게 짧음 ▲당초 행복도시 건설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세종보의 설치목적 고려 필요성 ▲보와 상관없이 축산분뇨, 오폐수 등 관리가 우선되어야 ▲보 중에서 가장 작은 세종보는 다른 보 처리 방안 검토 후 방향 결정 ▲환경부가 이미 결론 내린 뒤 해체 급하게 추진 ▲당장 해체 찬반을 결정하기보다 충분한 검토 요구 ▲환경부가 해체를 전제로 설명 하는 것은 부당 ▲비용평가분석이 환경 측면 중심으로만 고려되고 있어, 물 부족국가로서 물이용 측면과 도시민 편의성 고려 필요성 ▲사회적 측면 검토 없이 경제적 검토만 강조 등이 주를 이뤘다.

반면 긍정적 입장은 생명과 관련된 환경문제가 후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종시가 이 같은 다양한 의견을 어떤식으로 정리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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