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즈음 불 넣지 않은 방이라도 이부자리만 있으면 춥지 않았다 과음했어도 이튿날 국수 한 그릇에 거뜬했다 날씨 뜨거워도 바가지 냉수욕이면 숨 돌렸다 어디 가나 무거운 책가방 껴안고 놓지 않았다 산행하며 서재에 앉아 사색이며 밝은 생각 잡는다 다시 태어나 새로 잘살기 원하면 오늘과 내일을 그날로 여기리 내가 나를 보아도 크잖은데 다른 사람이 날 보면 얼마나

유월 오늘 아침 맞는 건그 어디아주 먼 곳에라도날 사랑하는 이 있음이지. 사랑으로 이 세상 오고관심의 오늘 만났듯매운 눈물가슴 아파하네. 부응하며 살다흙 한 줌 보탤 땐스치는 바람 편 전해야지.날 위해 산화한 영령과마음 쓰렸을 이에게감사한다고. 오늘 아침 맞는 건푸름 가득한 산하그 어느 곳에라도날 사랑하는 이 있음이지.

신록 잔치 벌였네 연두 잔치 벌였네 싱그런 물결치면 마음도 덩실덩실 아희야 얼싸 좋네 얼싸 좋아 푸르게 살고 지고 푸르게 살고 지고 향연 벌였네 초록 향연 벌였네 싱싱한 파도치면 가슴도 출렁출렁 아희야 얼싸 좋네 얼싸 좋아 푸르게 살고 지고 푸르게 살고 지고

지금 이렇게 햇살 빛나는 날이면 어쩜 이리도 고울까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떠오르는 그대 보고파하면 어쩜 이리도 시릴까 눈물짓지 않을 수 없다

울산바위 초록 스치어 불어오는 바람 청량한 싱그럼 실어다 주지 옷 안 굵은 방울 줄 흘러도 아 날것다 상쾌 울산바위여 동해 저 물결 내 마음 쓸어 숨막힌 사람들 안겨다 주지

좋은 날 온통 파란 하늘 금빛 부서지고 바람 찬란한데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선택 행여 다시 또 가려보는 날 온통 푸른 바다 은빛 부서지고 물결 투명한데 마음에 세워 꽂는 것은 희망 행여 다시 또 걸어보는 날

잔설 자유롭고 정의롭게 도려내는 질서 독재자의 뭉치 촛불 혁명 구름 벗겨질까 전에 없던 하늘 곳곳 녹지 않은 추위 아직도 어두운 곳 참표로 바라보자 혹 역시일지라도 * 사진: 독락정 역사공원 석불

고려산 진달래 밥 먹고 숨차게 오르는 내게 “물 주랴?” “아니, 맥주나 탄산음료 있냐?” 산 중간 잡상인 보이자 깊이 두었던 지폐 꺼내 콜라 덥썩 전해 주던 손길 고려산 진달래 아직 펴 있을까

세종 순례 산은 포근하고 공기는 맛 있었어. 소풍 갔던 사찰은 세월을 말하고 아늑한 마을엔 흔적 남아 있었지. 함께 못한 친구 생각 가슴 뭉클하였으나 물씬 풍기는 산천 향기가 그리움 눌려 있던 마음 하늘 높이 쏘아 올렸어. 서로 살아 추억 더듬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눈물겨웠지. 점점 사라지는 소중한 옛 모습 어릴 적 뜨고 진 해와 달 있는

마누라보이 생각 중심에도 마누라 행동 가운데도 마누라 마누라 없는 세상 있을 수 없고 마누라 없이는 한시도 살 수가 없네 눈 뜨면 보고파라 마누라 졸려도 찾아 대는 마누라 마누라 없는 세상 숨 쉴 수 없고 마누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 하늘에서 온 천사인가 곁에 붙어 챙기는 마누라 마누라 없는 세상은 의미 없는 광 오오 마누라보이 마누라보이

임 소생하는 봄 임은 거기 없다. 나무가 땔감뿐이 아니듯 임은 한 줌 흙으로만 남지 않았다. 높은 곳 숭앙의 얼로 살아 있는 임 회귀한 봄은 돌아간 임을 더욱 사모케 한다.

꽃불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섬은 넘어져 봤기에 극복함은 겪은 통한이 크기에 위대함이 거하다 어디로 향하는 것이냐 밝혀 주던 것이 냄새 청정하던 것이 지성 받던 것이 한곳에 머물던 것이 열려 있는가 소리 없이 외치며 싸여 받쳐 타오르는 것을 북풍한설에도 비바람에도 하나 여럿 중 하나 아닌 그냥 하나 하나하나가 여럿을 이뤘다 이루고 또 이룬다 설워도 행복이다

네 얼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이 위 활짝 빛나고 있다 빛은 빛에서 발하는가 두꺼운 바지가 차갑다 콧바람 끈적인다 떼로 몰려오는 파도 의젓한 바위에 쏵 치솟는다 검은 산구름 전궤 사르매 거침없는 노른자위 흰자위 튕기며 쑥 펼친다 울려 퍼지는 탄성 눈 감는다 드리우는 휘황한 광채 흐르는 침묵 묵도하는 듯 묵도하는 듯 다시 눈 뜬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이 위

잔망 선손한 사람에겐 기억도 없는데 그걸 잊지 않느라 병이 들고 되갚아 주지도 못할 거면서 훨훨 불태웠네 이제는 허허 웃지만 선손한 사람은 기억조차 없는데 그걸 잊지 않느라 병들었느뇨 되갚아 줄 전의를 불태우면서 이제 훌훌 털어 버리오 하하 웃으이

융합 우아한 도킹 녹아내렸지 기둥엔 새로운 전기 흐르고 떠는 도선 멈출 줄 몰랐어 달아오른 알불 무념케 했지 강엔 새로운 물 흐르고 함박눈 쉴 새 없이 빠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