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1박2일 대화… ‘악취’ 충광농원 답 찾은 듯
최민호 세종시장, 1박2일 대화… ‘악취’ 충광농원 답 찾은 듯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2.25 0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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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발언 경청한 뒤 주민 2세들 일자리 마련 대책 등 시사
대화 계속 약속 후 “주민들 의견 한 방향으로 100% 모아야” 주문
‘낙화놀이’ 등곡1리 주민들엔 “특허 취득 후 자산화 방안 만들자”
24일 오후 세종시 부강면 등곡3리 마을회관에서 마련된 1박2일 대화 첫 번째 순서에서 한 주민의 말을 최민호 세종시장(왼쪽 첫 번째)이 듣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인근 마을의 축산분뇨 악취 민원 제기를 유발하는 ‘충광농원’을 정리하는 대안을 구상하고 있음을 24일 내비쳤다.

‘시장과 함께 하는 1박2일 대화’를 위해 이날 오후 첫 번째로 방문한 세종시 부강면 등곡3리 마을회관에서 이 마을 주민 대표들과 한 대화에서 최민호 시장은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구상하는 내용 중 주민 2세들에게 적절한 일자리 제공 외에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없이, 추후 단계적으로 제시할 것임을 암시했다.

최민호 시장은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차 방문했던 일 등을 꺼내 충광농원과의 인연을 소개한 뒤, 마을 현황을 조심스럽게 묻는 것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에 참석한 마을 대표 8명은 “냄새 저감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웃 마을 주민들에게 그저 죄송하다”, “노력해 준 시장님과 (세종)시 동물위생방역과·환경과 등에 고맙고 감사하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센인 자녀 14명정도가 외지에서 출퇴근하며 축산업을 한다”는 등의 말을 풀어냈다.

한 주민은 “저 같이 축산 규모가 작은 이들은 여기서 살고 일하는 게 힘들다. 많은 빚을 져서 정리하지도 못한다. 친환경종합타운을 여기에다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호 시장은 이 주민의 말에 답변하지 않았다.

경청하던 최민호 시장은 “생계 때문에 할 수 없이 축산을 하시는 건지, 생계가 아니라면 다른 적절한 일자리가 있으면 괜찮은 건지, 우선 그걸 제가 여쭤보는 거예요”, “2세들이 취직을 해도 여기라고 그러면 혹시 꺼려하거나 그런 일들이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없죠? 그러니까 취직시켜 드리면, 꼭 축산업이 아니더라도 환경이 더 좋은 데서 사실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저는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라고 말했다.

최민호 시장은 차분한 어조로 “제가 늘 이런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게, 마을분들이 하나(100%)로 마음을 모아주셔야 돼요. 그러면 할 수가 있는데, 누구는 찬성하고 누구는 반대하고 의견이 갈라지면 제가 어떻게 나아갈 수가 없어요. 그렇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최 시장은 “70, 80 넘으신 분들을 어떻게 보살펴드릴지는 별도의 문제로 생각할 일이고, 특별히 여기에서 축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는가가 자꾸 궁금해서 여쭤본 겁니다. 그럴 일은 없네요”라고 방향이 선 듯한 발언도 했다.

24일 오후 세종시 부강면 등곡3리 마을회관에서 최민호 세종시장이 주민 대표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 뒷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홍준 자치행정국장(뒷줄 오른쪽 첫 번째)을 비롯한 세종시와 부강면 공무원들.

충광농원은 약 50년 전인 1970년대 한센인들에게 생계 대안을 마련해 주기 위해 부강면 등곡3리에 조성된 축산농장으로, 돼지 약 2만3000마리 닭 40만 마리 소 100여 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시는 악취 관련 민원 감소를 위해 관련 예산으로 연간 약 25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1시간여 대화를 마친 최민호 시장은 ‘낙화놀이’로 유명한 인근 등곡1리 마을회관으로 이동해, 이 마을 주민들과 마주 앉았다.

예상대로 조종호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낙화놀이 전시관 건립 등 낙화놀이 보전·확대 대책을 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낙화에 대한 지식을 설명으로 밝힌 최민호 시장은 “전시관을 만들면 계속 불을 켜야 하는데? 전시관은 아직 아닌 것 같고…”라고 말한 뒤 “등곡리 낙화놀이에 대한 특허를 내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영평사 낙화놀이는 이미 특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낙화를 만드는 방법이 달라서, 특허 취득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배석한 공무원들에게 특허 출원을 위해 변리사와의 접촉을 지시했다.

이어 그는 “특허를 취득하기 전에는 낙화를 만드는 방법을 외지인들에게 알려주거나, 팔면 안 된다. 만드는 방법이 유출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 시장은 낙화놀이를 축제와 어떻게 결합시켜 문화유산 자원화하고, 등곡리는 물론 부강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어떻게 낼지 주민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한 주민이 “윗마을로 가는 마을길의 일부 길목이 좁아 자동차가 접근하기도 어렵다”고 애로를 말하자, 최 시장은 “좁은 길목 확장에 필요한 사유지 지주들에게 사용권을 받아내야 한다. 그건 여러분들이 해 주셔야 우리가 도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대화가 더 이어진 후 최 시장은 자택에서 갖고 간 이부자리를 등곡1리 마을회관에 펴고 잠을 잤다. 

한편 이날 1박2일 대화에는 이홍준 세종시 자치행정국장을 비롯해 부강면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동빈 세종시의회 의원, 노진욱 시민소통과장, 이은수 문화유산과장, 임헌관 부강면장 등 세종시와 부강면 공무원 30여 명이 동행했다.

최 시장은 배석한 공무원들을 돌아보며 “다음부터는 이렇게 많이 오지 말라. 나 혼자 자도 된다. 끝나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 달라. 주민들도 집으로 가셔도 되고”라고 말했다.

노종호 세종시 부강면 등곡1리 이장(가운데 파란 점퍼 입은 사람)이 최민호 세종시장(왼쪽 머리 뒷부분 보이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노종호 이장 오른쪽은 국민의힘 김동빈 세종시의회 의원.
최민호 세종시장(서 있는 사람)이 24일 오후 부강면 등곡1리 마을회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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