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특공', 항상 '돈벼락'이었을까
세종시 아파트 '특공', 항상 '돈벼락'이었을까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0.09.0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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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공무원들, 기존 주택 팔지 않고는 세종 아파트 분양대금 못 치를 형편
“세종시 아파트 3억원 올랐는데, 이사 오기 전 처분한 아파트는 12억원 올라”
최근 아파트 가격상승으로 특별공급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아파트 가격상승으로 세종시 이전기관 대상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세종시에서 한창 공사중인 아파트단지 전경.

최근 세종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둘러싸고 이전기관 특별공급(이하 특공)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의 고위공무원들이 세종시 아파트를 특공으로 분양받고는 실제 거주하지 않고 수억원의 시세차액을 받고 팔았다는 것이 서울지역 언론사들의 연이은 보도 내용의 골자. 

당연히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세종시 아파트 공급 물량의 50%가 이전기관 특공으로 분양하도록 돼 있어, 일반인이 세종시의 행복도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실제 세종시 아파트 특공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큰 돈을 벌었을까.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 주택특별공급 제도는 정부세종청사 이전에 따른 정부 공무원 등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2010년 도입됐다.

당시 서울, 경기 과천·수원 등 수도권에 거주하던 이전기관 종사자들은 ▲장거리 출퇴근을 할 것인지 ▲혼자 내려와 세종시 원룸에 살 것인지 ▲아파트 전세를 얻을 것인지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아 전 가족이 이주할 것인지 등의 선택지들 중 하나를 고민 끝에 선택해야 했다.

원래 부유했거나 연봉이 많은 고위 공무원들은 기존의 수도권 집과 세종시에서 특공 받은 아파트 등 두 채 이상을 보유해도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4·5급 이하 직급이 낮은 공무원들 대부분은 수도권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팔지 않고는 세종시에서 특공받은 아파트 분양대금을 댈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게 일반적이다. 

세종시로 이사하면서 특공을 받고 수도권에 갖고 있던 기존 아파트를 판 공무원들은 지금 수도권 아파트가 너무 많이 올라, 퇴직한 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2012년 서울에서 가족 모두 이사를 왔다는 A씨는 “남편은 세종 근무 도중에 2년 동안 서울로 발령받아 역출근을 했고, 고등학생 아들도 서울에 있는 자사고에 전학시켜 겨우 대학에 보냈다”며 “당시 세종시에 분양을 받은 아파트는 3억원가량 올랐지만, 그때 팔았던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는 지금 12억원이나 올랐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경기 안양에서 가족 모두 이주한 B씨는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집을 처분하고 내려왔는데 현재 안양 집값은 팔 때 가격보다 8억원이 더 올랐다. 지금 사는 세종시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3억원정도 오른 것”이라며 “대부분의 공무원은 집을 분양받기 위해서 기존 수도권의 주택을 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별공급을 받았으나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져 계약을 해지했었다는 C씨는 “부실공사를 한 아파트도 지금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면서 “세종시에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종시의 정주여건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 여전히 분양 물량의 50% 이상을 특별공급으로 분양하면서, 특공 대상 기관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청과 세종시교육청의 공무원과 교직원도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이다.

세종시 동지역에 개교하는 학교나 동사무소 등도 신설기관으로 특공 대상이어서 공무원과 교사들 사이에 보직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가까운 대전시나 충북 청주, 충남 천안·공주 등지에서 신설기관으로 분류된 곳으로 발령이 나기만 하면 특공 대상 공무원이 되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세종시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김동호 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장은 “이전기관에 특공을 해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매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종시 공급물량의 50% 이상이 특별공급이었는데, 이런 물건들이 지금 시장에 나와 부동산 가격을 교란시키고 있다. 특공을 받고 실제 거주하는지, 웃돈을 받고 팔았는지 실체를 파악하고 특공 받은 물건이 투기목적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시민 D씨는 “세종시 출범 당시 편의시설이 아무것도 없을 때 이주한 공무원에게 특공을 주는 것은 주거 안정을 위해 당연했지만, 정주여건이 편리하고 잘 갖춰진 지금은 무슨 특공이 필요하냐”면서 “이제는 특공을 없애고 실제로 세종시에 거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아파트를 분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한 공무원은 “세종시 형성 당시 중앙부처 공무원들 가족이 내려오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행정수도로의 면모를 가질 수 있었겠나"며 "이전 초기, 기존 거주지에서의 생활기반을 뒤로 하고 세종시에 내려와 어렵게 정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특공 분양 받고 기존 주택까지 보유해 고액 자산가가 된 일부 고위공무원들과 우리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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