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도 바꾸지 않은 좋은 명칭을 왜 바꿉니까”
‘도담동이냐 방축동이냐’ 한 동네의 지명 선정을 놓고 세종시 의회와 집행부 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주민 임대주택계약자 및 입주자 대표들이 4일 오전 '세종의 소리'를 방문하여 행정구역 명칭을 방축동(方丑洞)으로 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1-4지구 원주민 임대주택 계약자 및 입주자들을 대표하여 김관수, 김영달씨가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털어놓았다. 원주민들은 2012년 5월 23일 세종특별자치시 행정구역 설치명칭 제정에서 방축동이 아닌 도담동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바로 다음날 행안부 실무자인 세종시출범준비단에 주민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도담동에 대한 명 을 방축동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장영실동과 박연동도 이의를 제기 나성동과 월산동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나 유독 방축동만 도담동으로 명명했다.
이에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행안부측에서는 2012년 7월1일 세종시 출범 후 세종시의회에서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신을 해와 주민들은 기다렸다. 바로 지난해 7월 24일 지역출신 고준일 의원에게 주민들이 발의를 요구했고 10월 23일 14명의 세종시 의원이 발의하여 12월 15일 세종시의회에서 방축동으로 명칭 변경이 가결됐다.
문제는 시의회 의결사항이 집행기관인 세종시로 넘어오면서부터 생겼다. 유한식 시장이 2012년 12월 31일 거부권을 행사하여 재의결을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주민대표들은 유한식 시장을 4차례 방문하여 재고를 요청했으나 “일부 예정자들이 도담동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민원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자, 크게 분노하고 있다.
김관수 주민대표는 “어느 마을에 가든 전통성과 역사성이 있다”며 “외지에서 이사오시는 분들에게 방축동의 유래와 왜 이 방축이라는 이름이 좋은지에 대하여 대화를 하게 해달라고 요구해도 무시하고 있다”고 섭섭해 했다.
"방축동에 이사 오면 소가 도와주어서 모두가 부자 되어 잘 삽니다“
‘방축(方丑)이라는 지명은 ’소가 들어 있는 방향‘으로 ’커다란 황소가 외양간에 누워있다 하여 예부터 복된 마을“이라 하였습니다. 인근에 황우산(黃牛山)이 감싸고 있는 명당 길지로 1414년 마을이 생긴 이래 부자와 인물이 많이 나는 곳입니다. 특히 소는 인간에게 이익한 짐승으로 방축동지역은 소와 동네이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소목에 거는 도래같이 생긴 모양이라고 하여 도래마을도 있고, 외양간 관대를 치는 관대마을도 있는 등 방축동의 지명이 왜 필요한가 입증해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원주민을 도외시하고 마을 유래와도 상관없이 도담동이라고 하는 것은 납득이 안갑니다. 도담이 순 한글로 ‘어린아이가 탐스런 모양’이라고 한 것은 마을과 상관이 없는 지명입니다. 그렇게 악독한 일제강점기에도 방축이라는 지명을 안 고치고 잘 살아온 600년 된 동네명칭을 하루아침에 어감이 좋지 않다고 고친다면 개악(改惡)이 되는 것입니다.”
“유한식 시장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고 원주민이 원하는 대로 방축동으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나성동과 월산동은 되고 방축동은 안 된다는 논리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의회 의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가결한 방축동이라는 동명을 거부한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일부 입주민의 민원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의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한 사항을 재심의하라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
김관수 대표는 필요하다면 방축동 명칭에 대한 시민토론회를 갖자고 제의했다. 세종시의회에서 의결한 ‘방축동으로의 명칭 변경’을 거부한 유한식 세종시장의 결정에 따라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