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저를 지지해주신 원주민분들도 중요하고 앞으로 터를 일구어 살아가실 모든 분 들이 소중합니다. 누구편이니 하는 명분 없는 주장은 시민들 간 분열을 야기시키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고준일 시의원이 입을 열었다. 도담동에서 방축동으로 동명 변경을 앞둔 해당 지역에 입주민들의 반발과 악성 여론이 도를 넘는 가운데 무기명 투표 20여일 앞두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입주 예정자들의 온갖 협박과 정치적 부담감 등 상황은 그야말로 고 의원을 향한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 도담동을 방축동으로 법정명 변경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입주 예정자들이 듣기엔 다소 서운한 얘길 수도 있고 그에따른 정치적 부담감 등을 고심했지만 현실적으로 시민들을 속여선 안된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
고 의원은 "현재로선 남아있는 원주민들이 비록 10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 분들이 저를 지지해 주셨기에 제가 의원에 당선되었다" 며 "향후 2014년 선거를 생각했다면 조례안 발의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였고 망설였을 것"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지역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현실 정치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눈앞에 놓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버려선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역사성을 잃어버리는 것도 시대적으로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며 강조하고 "여러가지 부분을 짚어볼때 입주 예정자분들이 도담동이란 지역명을 보고 세종시로 전입온 것이 아닌 만큼, 역사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기에 조례안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얼마되지 않은 보상금을 쥐고 자신의 고향을 내어준 원주민들의 입장을 한편으론 이해해 달라는 얘기였다. 행정도시 건설 초기에 행정대집행을 통한 추진이였기 때문에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이 적게 지급되다 보니 그 돈으론 세종시에 들어와서 살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법적명이 변경됐다고 세종시가 전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기에 원주민들의 작은 바램이라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 자신을 지지해주고 당선시켜준 원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논리도 뒤 따랐다.
시민들의 여론에 못이겨 사실상 무기명 표결로 결정해야 하는 기다림속 에서도 어떻게 결론이 나도 그 후폭풍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에 있어선 그 어느쪽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의 첫 단추를 끼운 첫마을이 편을 갈라 싸움을 벌이는 분열이 아닌 화합의 상징으로 건설되길 노력하고 기대해 보겠다는 그의 마지막 발언에 부담감이 묻어있었다. /김기완 기자 bbkim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