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세종시 문학적 정체성 뭔가에 답하는 실천적 모색”
“행정수도 세종시 문학적 정체성 뭔가에 답하는 실천적 모색”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09.10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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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동 주민자치회 특성화 프로그램 ‘금강에서 읽는 세계 문학’, 13일부터
한국 문단 중견 문학평론가·시인 7명, 복컴 정음관 강단서 돌아가며 특강
박수연 충남대 교수 “서구 시각으로 필터링 된 세계문학 아닌 문학 소개”
세종시 한솔동 주민자치회가 2021년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금강에서 읽는 세계 문학’이 기획된 배경을 박수연 충남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한솔동 첫마을에 사는 박수연 교수는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걸핏하면 제4차 산업혁명 혹은 인공지능(AI)·유튜브를 거론하거나, 입만 열면 행정수도·아파트값부터 꺼내는 2021년 세종시에서 웬 ‘문학’인가 싶다.

세종시 한솔동 주민자치회가 2021년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금강에서 읽는 세계 문학’ 얘기다.

이 프로그램은 12월 20일까지 격주 월요일마다 오후 7시부터 두 시간가량 진행된다. 10월 12일 단 한 번만 화요일 같은 시간에 열 계획이다.

장소는 한솔동 제2복합커뮤니티센터 ‘정음관’ 4층 강의실.

요즘 분위기에 아파트 주민들이 선호하는 장르도 아니고, 주민자치회가 선택하는 동 단위 프로그램으로는 흔치 않은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하지만 총 8회 진행될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7명의 강사들 면면을 보면 쟁쟁하다.

한국 문단에서 입지를 다진 중진급 문학평론가 5명과 시인 2명이다.

13일 첫 강좌로 ‘세계 문학의 새로운 이해를 위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할 김재용 강사는 문학평론가로 원광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두 번째 강좌를 맡은 남기택 문학평론가는 강원대학교 교수이고, 네 번째로 강단에 서는 이선우 문학평론가는 남편 직장을 따라 최근 세종시로 이사를 온 중견 문학평론가이다. 고인환 경희대학교 교수 역시 중진급 문학평론가이다.

정용기 시인은 충남 공주 금성여고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 후 세종시에서 살고 있고, 쿠바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고 스페인어에 능통한 김수우 시인은 부산에서 오랜 동안 ‘백년어서원’이라는 인문학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왕복 교통비를 조금 넘는 강사료를 받고도 쟁쟁한 문학평론가·시인들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세종시 한솔동 주민자치 프로그램의 강단에 서는 것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수연 충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와의 인연 때문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역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한솔동 첫마을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수연 교수는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충청도를 관통하며 흐르는 금강을 끼고 있는 세종시는 행정수도를 지향한다. 행정수도가 되면 필연적으로 국제적 교류와 성격이 강해지겠지만, 과연 ‘세종시만의 자체적인 문화적 정체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가 됐을 때 해외와의 국제적 교류가 잦아질 텐데, 외국인들이 세종시를 다녀간 후 대한민국 행정수도로서 세종시만이 갖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 특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보아도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문학 하면 우리는 발자크 스탕달 카프카 사르트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이름을 떠올린다. 서구의 시각으로 필터링(Filtering) 된 문학을 세계문학의 전부라고 여긴다”면서 “우리가 아는 세계문학에서 배제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 문학도 세계문학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연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문학이라면 비서구권 문학도 알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뒤 “서구의 시각으로만, 서구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면 세종시가 국제적 도시가 되더라도 서구의 꽁무니만 좇는 국제 도시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이 서구적 시각에서만 보는 세계문학의 영역을 넘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첫 번째 시도라는 의미를 지닌다며, 매년 개최해 언젠가는 세종시를 대표하는 문화, 문학 페스티벌(축제)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강하게 피력했다.

박수연 교수는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금강이 흐르는 충청도는 삼국시대 한·중·일 간 국제적 교류가 이뤄졌던 곳이다. 또 국제적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고, 근대에는 청일전쟁의 무대였다”고 환기한 뒤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금강을 중심으로 한 세종시·충청도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서 세계사적인 사람들의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충청지역 문학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과 결합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이 성사되는 데에는 안신일 전 한솔동 주민자치회 회장과 김기수 새뜸마을5단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등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다만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소양이 있는 주민들에게 코로나19 확산 상황 때문에 수강생이 20명으로 제한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확보된 예산이 490만원에 그친 탓에 유튜브 혹은 온라인 중계가 되지 않는다. 세종시문화재단에 예산지원을 신청했지만, 자세한 분석 없이 평범한 독서토론 프로그램으로만 간주한 심사위원들이 지원대상에서 빼버려 아쉽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박수연 교수는 충남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되면서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이후 실천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한국작가회의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 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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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춘 2021-09-12 11:24:23
기대됩니다.그런데 현재 주민자치회장은 박순영 씨, 전 회장은 안신일 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