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세사기… 당한 청춘들 사연, 안타깝고 기막히다
세종시 전세사기… 당한 청춘들 사연, 안타깝고 기막히다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3.11.0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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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주재 한국대사관 시험 합격했지만 소송으로 포기해
결혼식 2주 전 알게 돼… 파혼 아닌 이혼할 위기에 처해
타지로 이사 후 월세·관리비 ↑… 더 높아진 이자, 부담 커
세종시의 전세사기 사건에 피해자가된 많은 청년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세종시 전세사기 사건에 피해자가 된 많은 청년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발생한 960채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피해자 중 한 명이 기자에게 이메일 등으로 보낸 제보 내용에 따르면 다른 지역과 달리 청년 피해자들이 많고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기에, 언론을 직접 접촉해 피해호소 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이들의 사정을 종합하면 정부와 사법당국이 좀 더 구체적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방안 마련하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개별적인 민·형사소송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적은 월급에 소송비용을 부담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대출금 상환과 이자부담이 이어지고, 경제적 부담으로 가족 간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외국 주재 한국대사관 주재관 시험에 합격한 공무원도 있었으나 포기한 사례도 있다.

A씨는 “외국 주재 한국대사관 시험에 합격했으나, 한국에 남아 있어야 전세금을 받을 수 있는 소송을 할 수 있다기에 포기했다”고 적었다.

정부대책을 믿을 수 없다는 B씨는 “국민신문고에도 청원을 올렸으나 검토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소송을 하는 경우 변호사 선임비용이 부담되고, 임대인이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전혀 부담하지도 않고 있다”면서 “임차인들이 얼마나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부담해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C씨는 자신이 살던 전셋집을 비싼 가격에 사라는 부동산중개인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C씨는 “20대 첫 직장을 얻고 생각보다 비싼 세종시 월세에 놀라 전세를 얻었다”며 “듣도 보도 못한 역전세에 놀라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주인이 굉장한 부자라고… 세종에서 부동산업을 크게 한다고 해서 그날 바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며 “작년 9월 나가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했으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중개업소)이 이상했다. 1억5000만원짜리 집을 저한테 사기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D씨는 이상함을 느낀 것은 올해 초였다고 한다. 그는 “연락이 되지 않았던 집주인이 끝나가는 계약기간에 돈이 없다고 했다. 매매가 되면 돌려준다고 하지만 이미 역전세인 물건을 어떻게든 비싸게 팔아 보려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썼다.

그는 “민사소송 중이지만 ‘폐문 부재’로 송달되지 않고 계속해서 송달비용만 발생 중”이라며 “사회초년생인데 언제 2년만에 1억원을 모아서 대출금 갚아야 되나 걱정이다. 내년에 결혼도 할 계획이었는데 원치도 않던 주택을 떠안게 됐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 이어 “상담받은 부동산중개인은 2000만~3000만원 손해 보고 팔라고 한다”며 “왜 타인에게 돈을 크게 보태주는 형태가 되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E씨는 청약 조건 때문에 미리 혼인신고를 한 상태에서 청약에 당첨됐지만 뒤늦게 전세피해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식 2주 전에 알게 됐다. 파혼이 아닌 이혼을 할 뻔했다. 현재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 잔금을 치를 때 전세대출을 완납하지 못해, 대출을 더 받지 못할 경우 어떡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F씨는 “‘소유권 이전 시 취득세 및 등록세를 지불해 주나요? 전세가격 그대로 소유권 이전해 주나요?’라고 물었으나, 집주인은 ‘지금 상황이 힘들어 소유권 이전을 한다면 전세가격으로 드릴 수는 있는데 기타비용은 지불하기 힘들다. 지금 많은 이들이 소유권 가져가고 있다’며, 전세가격으로 매입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직했던 청년도 사연도 있었다.

G씨는 “직장을 옮겨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갔는데 저리대출도 안 되고 타지에서는 전세자금대출도 어렵다”면서 “현재 고액인 월세와 관리비는 물론 더 높아진 이자를 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가 지난 1일 전세사기 특별단속 무기한 연장과 처벌 강화에 초점을 둔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은 피해자 구제·회복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1일 정부부처의 합동브리핑 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는 ‘피해 지원 없는 엄중 처벌 의지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이 단속과 처벌에 집중되면서 피해자 지원 대책은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들은 “임대인의 기망 행위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아 특별법 피해자로 신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이 빠져 있다”며 “다가구, 신탁 사기, 비거주용 오피스텔, 불법 건축물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추가 대출 요건을 삭제하고 다양한 유형의 피해 상황에 맞춰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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