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공무원 맞아?”… ‘진상 민원인’ 이렇게 대응하세요
“너 공무원 맞아?”… ‘진상 민원인’ 이렇게 대응하세요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4.18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시, 18일 오후 본청 1층 민원실서 악성 민원인 대응 모의훈련 전개
상급자 적극개입·중재 시도-녹음·촬영-비상벨 호출 -제압·경찰 인계 연습
읍면동 사무장 17명 참관… 시, 아름동·도담동 등에 청원경찰 배치 검토
18일 세종시청 1층 민원실에서 진행된 악성 민원인 대응 모의훈련 중 '진상 민원인' 역할을 맡은 여성 주무관(사진 왼쪽 서 있는 여성)이 화가 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다.

18일 오후 5시 세종시청 1층 민원실 내부. 

한 여성 민원인이 창구 앞에 섰다. 이 민원인은 창구 직원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 받다가 냅다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우리 엄마 딸인데 무슨 위임장을 가지고 오라 그래? 전산상으로 당신도 확인할 수 있잖아? 왜 나한테 그래?”, “선생님 죄송하지만…”,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이어 그는 “내가 지금 너 해달라는 거 다 해줬잖아? 신분증 주고, 도장 주고, 위임장도 다 주고, 뭘 더 해?”, “너 직원 맞아? 공무원 맞아? 너 몇 급이야? 너 직급이 7급이야?”, “웃겨? 이 민원인 앞에서 웃어? 됐어. 말단이랑 얘기하고 싶지 않고, 인사 담당자 데리고 와. 빨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민원실 여성 사무관이 대신 나서서 진정시키려 했고, 남성 직원은 “녹음, 녹화 진행하겠습니다”라고 알리며 목에 건 웨어러블 카메라를 강조했다.

여성 민원인은 여전히 높은 목소리로 “당신들 속으로 나 지금 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다 알아. 욕하고 있지? 이것들이 아주 내가 모를 줄 알아? 말로만 맨날 죄송하다, 죄송하다고, 나 지금 여기서 1시간 동안 있으면서, 내 시간 내 돈 다 어쩔 거야? 누가 보상해 줄 거야? 아줌마, 1급이야? 2급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그는 민원창구 앞에 놓인 필기구와 민원서식 등을 손으로 쓸어버려 바닥에 떨어졌고, 급기야 비상벨 신고를 받은 인근 세종남부경찰서 보람지구대 경찰관 3명이 출동해 수갑을 채우고 연행했다.

이 상황은 사실 실제상황은 아니다. 민원인 응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언·폭행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이다.

난동을 부린 여성 민원인은 실제 민원인이 아니라 세종시청 민원실에 근무하는 여성 주무관.

그는 “그동안 민원실에 근무하면서 ‘진상 민원인들’에 시달려 온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훌륭한 연기를 했다”는 평가를 지켜본 동료들에게서 받았다.

이날 훈련 중 민원서류를 떼러 온 한 노인은 실제상황으로 오해한 나머지, ‘진상 민원인’을 말리려다 참관하는 공무원들의 설명을 듣고 물러서기도 했다.  

이날 훈련은 지난 12일 조치원읍 행정복지센터 민원실 복지 창구에서 한 남성 민원인이 흉기를 휘둘러 공무원 등 3명이 부상을 입은 것에 창구 공무원들의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또 이날 훈련은 시청 민원실 직원들뿐만 아니라 산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사무장 17명이 지켜봤다. 종료 후 강평을 들은 사무장들은 읍면동으로 돌아가 창구 직원들을 교육할 예정이다. 

이날 훈련 과정을 보면 ▲상급자의 적극 개입·중재 시도 ▲사전고지 후 녹음·촬영 ▲경찰서 연계 비상벨 호출 ▲피해 공무원 보호·민원인 대피 ▲청원경찰 민원인 제압·경찰 인계 순으로 이어졌다.

황선득 민원과장은 “특히 비상벨 작동 시 경찰서의 출동태세를 점검하고, 모든 읍·면·동 민원실에 배부한 휴대용 보호장비(웨어러블 캠) 활용 방법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식에 벗어나는 민원인의 폭언·폭행으로 많은 민원담당 공무원들 고충이 크다”며 “앞으로 모의훈련을 전 읍·면·동이 참여한 가운데 연 2회로 확대 실시해, 특이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고 비상상황 대처능력을 높여 안전한 민원실 근무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부 동 행정복지센터에 청원경찰 배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조치원읍과 함께 세종시 2개 책임읍동 중 하나인 아름동 행정복지센터는 물론, 도담동 행정복지센터에 청원경찰을 배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최 시장은 또 청원경찰을 배치하지 않은 다른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해당 읍면동 자율방범대 대원들을 활용해 배치하는 안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세종시는 그동안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전화 녹음, 경찰서 연계 비상벨 운영, 민원창구 안전칸막이 설치, 휴대용 보호장비 보급 등을 조치하면서 특이 민원에 대비하고 시민과 민원인 안전보호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8일 세종시청 1층 민원실에서 열린 악성 민원인 대응 모의훈련에서 '진상 민원인' 역할을 맡은 여성 주무관이 출동한 경찰관과 청원경찰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18일 세종시청 1층에서 열린 악성 민원인 대응 모의훈련에서 보람지구대 경찰관들이 '진상 민원인' 연기를 한 여성 주무관에게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