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헌정 ‘여민락교향시’, 드디어 베일 벗다
세종시 헌정 ‘여민락교향시’, 드디어 베일 벗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10.0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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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교수 작곡, 세종솔로이스츠 연주로 4일 오후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초연
세종시 문화정체성 확립 및 문화콘텐츠 전국화·국제화 실현 중요한 모멘텀 기대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로 불리는 세종솔로이스츠가 여민락교향시를 선보이고 있다.

13분짜리 교향시가 모두 마무리되자 관객들은 숨죽였던 호흡을 몰아쉬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립해 환호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세종대왕의 이상적 나라'에 대한 염원이 교차했을까. 곡을 작곡한 이신우 교수(서울대 작곡과)와 오케스트라는 진한 포옹을 나누며 감격을 만끽했다.

세종대왕의 이름과 정신을 계승한 <여민락교향시(與民樂交響詩)>가 세종시에, 아니 전 세계에 처음으로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4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 '여민락교향시' 초연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여민락교향시' 초연을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 모습

세종대왕의 '여민락'에 영감을 받아 이신우 교수가 숨결을 불어넣은 이 곡은, 이날 세종솔로이스츠(예술감독 강효)의 혼이 담긴 연주로 세종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미국 CNN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한 현악 오케스트라다.

<여민락교향시>는 세종대왕의 창작물로 시대 속 변화를 거쳐 현재 널리 연주되고 있는 '여민락'을 직접 인용하고, 작품의 핵심소재로 사용했다. 세종대왕과 그의 문화적 성취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해 탄생했다.

전반부는 다소 느리게 시작되다가 다소 고뇌에 찬 음악이 이어진다. 다시금 빠른 주제가 연주되며 세종대왕의 심적 갈등을 암시하는 듯 전개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어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멋을 자아내는 평화로운 음악이 들려온다.

다시 느린 주제부가 연결된 후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며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말미에는 고뇌에 찬 선율이 다시 나타나지만, 긍정적인 느낌의 화음으로 마무리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세종솔로이스츠가 여민락교향시를 선보인 뒤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가 여민락교향시를 선보인 뒤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신우의 <여민락교향시>와 세종대왕의 '여민락'은 600여년이란 긴 세월 앞에 가로놓여있지만 그 정신은 일맥상통했다. 그것은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의 마음'이자 '누구나 알아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10개월여에 걸쳐 탄생한 <여민락교향시>는 세종대왕의 이름과 정신을 계승한 세종특별자치시에 헌정된다.

이 곡은 올해 태어나자마자 이번 연주회를 포함, 총 다섯 차례 무대에 오른다.

오는 5일에는 세종축제 개막연주회에서 감동의 물결은 선사하며, 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또 관현악으로 편곡된 <여민락교향시>는 29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성기선 이화여대 음악대학 교수의 지휘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선보인다.

특히 11월 21일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연주는 뉴욕에 본부를 둔 세종솔로이스츠가 맡고, CNN 앵커 폴라 잔(Paula Zahn)의 사회로 진행된다.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 등 첨석 내빈들이 연주회를 감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 개관하는 아트센터 기념공연, 해외 공연 등으로 이어져 '세종시'라는 이름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세종시 문화정체성 확립과 문화콘텐츠의 전국화·국제화를 실현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곡을 작곡한 이신우 교수는 "여민락교향시는 전통의 무게감과 현대의 세련미, 민족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관객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을 음악"이라며 "한국을 넘어 많은 세계인과 함께 널리 공유될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작곡과 최초의 여성 교수로, 서울대 음대,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수학했고, 1997년 제4회 안익태 작곡상 대상, 2019년 영국 왕립음악원 ARAM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여민락교향시 연주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여민락교향시는 향후 2년 사이에 추가 작곡을 거쳐 <여민락교향곡>으로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며 "세종대왕의 이름과 정신을 계승한 세종특별자치시에 헌정하는 곡으로 문화예술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 사회를 맡은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세종특별자치시에 헌정된 <여민락교향시>를 계기로 이 시대의 감성을 담은 현대음악의 활성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더 나아가 한 국가의 문화수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주회는 5일 개막하는 세종축제 전야제 성격으로 열렸다. 오는 8일 열리는 ‘세종대왕의 문화적 성취 조명 국제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할 미국 매릴랜드대 로버트 프로바인 명예교수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매릴랜드대 로버트 프로바인 명예교수(왼쪽), 이신우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왼쪽에서 네번째) 등 참석자들 모습
미국 매릴랜드대 로버트 프로바인 명예교수(왼쪽), 이신우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왼쪽에서 네번째) 등 참석자들 모습
연주회 사회를 맡은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세종특별자치시에 헌정된 <여민락교향시>를 계기로 이 시대의 감성을 담은 현대음악의 활성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솔로이스츠의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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