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 없는 세종시', 민원성 여론에 휘둘리나
'줏대 없는 세종시', 민원성 여론에 휘둘리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06.30 15: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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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도서관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뒤집어, 백년대계(百年大計) 행정 이뤄야

세종시가 시립도서관을 고운동에 건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민원성 여론에 휘둘린 결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눈치보기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뚜렷한 원칙을 갖고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워야 할 행정이 민원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가 시립도서관을 고운동에 건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민원성 여론에 휘둘린 결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는 30일 시립도서관을 신도시 1-1생활권 고운동에 건립하기로 했다고 확정 발표했다. 그간 입지 선정을 위해 1-1생활권과 4-1생활권 등 3곳의 자리를 검토했지만 고운동 지역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입지선정 배경과 관련, "인구밀집에 따른 주민 이용도와 접근성 등을 고려했다"면서 "현재로써는 이용자가 많은 곳에 시립도서관을 설립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입지선정 과정에서 제시했던 '원칙'과는 크게 다르다.

시는 지난 13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시립도서관 입지는 단기적 접근이 아닌 '중·장기적' 시 발전과 미래 상황까지 고려해 선정할 방침"이라고 분명히 했다.

'현재'의 시점이 아닌 세종시가 완성되는 '미래'인 '2030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규모 역시 이를 바탕으로 산출해 냈다.

무엇보다도 입지 선정은 연구용역 결과와도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사)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 측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적지로 유력했던 곳은 4-1생활권. 구체적 점수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입지선정 평가에서 전 항목 고르게 '양호'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BRT순환도로를 이용해 신도시 전역에서 20분 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시설 적합성' 면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건축적 가능성'과 '부지규모 적정성', '환경적 쾌적성' 등 나머지 주요 항목에서도 좋은 평가가 더해지면서 사실상 후보지로 유력시됐다.

주요 도서관이 1생활권 한 곳에 쏠려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선정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미 1생활권에는 국립세종도서관이 자리하고 있고, 또 이해찬 국회의원이 공약으로 제시한 어린이도서관도 1생활권에 설립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시립도서관까지 들어서면 주요 도서관은 모두 1생활권에 집중되는 구조다.

이번 입지선정의 주요 배경은 주민 민원으로 분석된다.

고운동 주민들은 "부지 선정의 최우선 요건은 모든 시민들이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문화적 소외지역을 고려해 고운동에 시립도서관이 입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를 중심으로는 고운동 입지를 주장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고, 일선 부서에는 민원성 전화가 빗발치면서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현재 고운동과 아름·종촌·도담·어진동 등 1생활권을 아우르는 인구가 13만여 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입지 선정에 이 같은 시민 의견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입지 선정의 주요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번 선정은 곱지 않은 시각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 시민은 "시민들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요소"라면서도 "하지만 시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이 민원성 여론에 휘둘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4생활권이 입주됐다면 비슷한 민원이 똑같이 나왔을 것이다"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이날 동시에 발표된 시영버스 '광역노선' 확정안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 2월 최초 고운동 쪽으로 제시됐던 노선안은 최종 노선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차례나 변경될 정도로 진통이 컸다. 역시 주민 민원이 주된 이유였다.

처음 정해졌던 노선안에서 민원으로 인해 노선안을 한 차례 변경됐지만, 또 다른 민원으로 다시 조정되면서 일선 부서 공무원들이 어려움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은 "더럽거나 위험한 시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과, 좋은 시설만을 유치하려는 핌피(PIMFY)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원칙과 소신'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종시는 시립도서관은 1-1생활권 B14 지역에 총사업비는 406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2,600㎡ 규모로 2019년 말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시립도서관 입지 선정 평가와 관련한 구체화된 점수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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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표표 2016-07-01 14:18:13
정책도 표에 따라? 아님 으르신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