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장 옆에 살아도, 사는데 별 문제 없어”
“폐기물처리장 옆에 살아도, 사는데 별 문제 없어”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5.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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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45t 규모 처리시설 세종시 전동면 심중리 주민들 일상 ‘평온’
“가동 이후 10여 년간 암 등 난치병 걸렸다는 마을 사람 없어”
소각로 옆 수영장·사우나 등에 청주서도 이용객들 몰려와 즐겨
​세종시는 전동면 송성리와 심중리 마을 2곳이 친환경종합타운 후보지로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현재 전동면에 있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사진 오른쪽 건물)과 수영장, 헬스장 등이 구비된 주민편의시설(사진 왼쪽 건물).​
​세종시 전동면 심중리에 있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사진 오른쪽 건물)과 수영장, 헬스장 등이 구비된 주민편의시설(사진 왼쪽 건물).​

“동네에 폐기물처리장 들어서고 10년이 지났어도, 사는데 별 문제 없어요.”

하루 처리용량이 45t인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 있는 세종시 전동면 심중리에 사는 박용성(63·농업)씨는 이같이 말했다.

박용성씨는 이 폐기물처리장에서 300m 안에 살면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박씨는 “다만 소각해야 할 폐기물이 많이 들어와 쌓여 있을 경우, 저기압 같은 흐린 날씨이면 냄새는 좀 난다. 파리 등 벌레도 좀 날아다닌다. 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 말대로 폐기물처리장인 이른바 ‘친환경종합타운’ 건립 문제가 지역사회 주요 갈등 요인 중 하나로 부각돼 있는 세종시에서는 사실 이미 폐기물처리장 한 곳이 지난 2009년 완공돼 15년째 가동 중이다.

세종시가 하루 처리용량 300t의 ‘친환경종합타운’을 새로 건립하려는 것은 세종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소각을 전동면 심중리에 있는 폐기물처리장에서 다 처리하기에는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친환경종합타운 건립 예정지인 전동면 송성리 주민들이 건강상·환경상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이에 전동면 심중리 주민들은 그동안 “별일 없었다”고 말한다. 전동면 심중리는 60여 가구에 사는 주민은 약 100여 명으로, 각각의 집안 사정은 웬만큼 서로 아는 처지. 폐기물처리장 가동 이후 암 환자 또는 난치병 같은 병에 걸렸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단다.

이 마을에 사는 다른 주민(68·농업)도 “폐기물처리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본다. 유해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때문에 암 등으로 아프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법정 기준치 이하인지 아닌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전광판을 잘 보지 않게 된다고. 

이 주민은 이어 “폐기물처리장 옆에 스포츠센터가 있는데, 주민들이 사우나에는 자주 가지”라고 말한 뒤 “주민들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수영장을 이용하기는 어렵고, 대신에 이 수영장 이용료가 많이 싸다 보니 세종시내는 물론이고 인근 청주에서도 많이들 와서 물놀이를 하고 간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전동면 주민 100여 명이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견학을 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소재 동부권 자원회수시설도 사정은 비슷했다.

총사업비 932억원이 투입돼 지난 2008년 준공된 이 자원회수시설의 소각로 아래 능선에는 수영장과 사우나를 비롯해 축구장·테니스장·농구장·인라인스케이트장·다목적체육실 등이 조성돼 있다.

지난달 24일 전동면 주민들이 견학을 하는 와중에도 이 스포츠 시설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태우고 온 버스가 10대 넘게 주차돼 있었다.

김홍규 경기 이천시 자원순환과 자원회수팀장은 “이처럼 스포츠·복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땅값이 많이 비싸져, 외지에서 이사를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홍규 팀장은 이어 “소각로가 가동되더라도 소음·진동은 소각로 건물 밖에서는 느낄 수 없다. 그렇게 시공돼 있다”고 말했다.

중부고속도로 호법 분기점에서 약 500m 떨어진 이 자원회수시설 주변은 실제로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다세대·다가구 주택들과 대기업·유통기업의 물류센터 등이 셀 수도 없이 들어서 있었다.

하루 처리용량이 300t인 이 시설의 질소산화물·염화수소·황산화물·일산화탄소 등 배출가스는 허용기준치에서 한참 낮은 수준으로 배출된다.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다이옥신은 실시간으로 측정을 하지 못하지만, 분기별 집계 결과 배출량은 0.000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자원회수시설은 또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열(스팀)을 바로 옆 주변영향지역 47가구에 직접 공급하는 한편 열을 필요로 하는 인근 하우스 시설 등에 판매해 연간 50억원정도의 수익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세종이나 경기도 이천에 있는 폐기물처리시설이 주변에 끼치는 악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부선 철도와 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전동면 심중리 건너편에 있는 전동면 송성리와 인근 주민들이 세종시 친환경종합타운을 두고 건강과 환경 측면에서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동부권 자원회수시설'의 200분의 1 축소 모형. 모형 중 오른쪽 굴뚝과 타원형 지붕의 건축물이 소각로이고, 사진 왼쪽 축구장과 공원 등 다양한 주변 시설물이 주민편의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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