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전혀 못 들어, 공 움직임만 보고 플레이... 각고의 노력 끝에 또래중 정상급 세계 랭킹 보유
발음하는 상대방 입 모양 보고 의사 파악... 수어(手語) 모르는 상대와는 휴대전화 문자로 대화
테니스 스타 이덕희(22)가 서울시청에서 세종시청으로 이적했다.
만 3년 동안 몸담았던 서울시청과의 계약이 지난해 말로 종료되고 올해 1월 1일부터 세종시청 소속이 됐다.
세종시는 당초 5일 세종시청에서 이덕희 입단식을 열고 언론과 세종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제주도에서 훈련 중이어서 이덕희의 입단식은 이달 말 또는 2월 초쯤으로 미뤄진 상태다.
기존의 세종시청 소속 남녀 테니스 선수 10명도 이덕희와 함께 현재 제주도에서 훈련 중이라고 세종시는 말했다.
이덕희의 세종시청 이적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동년배 중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놀라운 성과를 내 온 것 외에도 청각장애 3급의 장애인 선수라는 점도 있다.
충북 제천에서 출생한 뒤 일곱 살 때 테니스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덕희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들을 수 없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이런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 테니스 라켓에 공이 부딪힐 때마다 나는 퍽 하는 큰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상대 선수가 내는 기합이나 움직임에 따라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때문에 이덕희는 오로지 상대 선수의 움직임 및 공이 날아오는 모습만 보고 플레이를 한다. 테니스 선수로는 치명적인 핸디캡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도, 엄청난 집중력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또래 중에서는 세계 정상급의 랭킹을 유지해 왔다.
말을 들을 수 없는 이덕희는 평소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발음하는 입 모양을 보고 상대의 의사를 파악할 수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화, 즉 수어(手語)를 할 수 없는 상대와 대화를 해야 할 때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화를 한다고. 급하면 필담을 하는 방법도 쓴다.
한편 이덕희는 만 14세 11개월 때인 2013년 4월 일본 쓰쿠바대학교 국제 퓨처스 대회에 출전해 남자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승리하며 ATP 랭킹포인트를 따내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만 15세도 안 된, 그것도 청각장애를 지닌 주니어 선수가 프로 세계 랭킹인 ATP 싱글 랭킹을 부여받는 일을 해낸 것. 이는 당시 전세계 ATP 프로 랭킹 선수 중 최연소 선수가 된 일이기도 했다.
청각장애를 지닌 이덕희의 이같은 스토리는 스페인의 신문에 크게 보도되면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이 알게 됐고, 라파엘 라달이 2013년 9월 내한했을 때 이덕희와 만나 레슨을 하는 행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지난해에는 국내 대회에 집중, 작년 11월 열린 제75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이덕희는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매니지먼트 소속사인 S&B컴퍼니를 통해 “꼭 우승하고 싶던 대회였다. 우승해 기쁘다”며 “한국 테니스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덕희 부친 이상진씨는 “덕희가 현재 제주도에서 훈련 중이어서 세종시청 입단식 등의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면서 “설날(2월 12일) 전에는 제천 집과 세종시로 돌아올 것이다. 새롭게 둥지를 튼 세종시의 시민들이 덕희를 지켜봐 주고 사랑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좋은 경기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