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불투수(不透水) 면적은.... "현 수치는 깜깜이"
세종시 불투수(不透水) 면적은.... "현 수치는 깜깜이"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0.08.13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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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수 면적, 서울 강남 일대 2년마다 침수 위기 부르는 이유
市 출범 당시 12.41%... 1·2·3·4생활권 개발된 현재 20%쯤 추정
높을수록 도심 침수 속도 빨라 공포... 투수(透水) 자재 확대를
주행중인 자동차 유리창을 가리는 집중호우. 시야 불량은 물론 운전자의 공포심을 일으킨다.
주행중인 자동차 유리창을 가리는 집중호우. 시야 불량은 물론 운전자의 공포심을 일으킨다.

“세종시의 불투수(不透水) 면적은 얼마나 되나요?”

50일을 넘긴 올해 장마 중 연일 퍼붓는 집중호우에 도로가 물에 잠기고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거센 빗물이 역류해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무섭다”, “공포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이들이 많았다.

최근 적잖은 피해를 낸 섬진강 유역에 내린 강우량은 100년에 한번정도 내릴 빈도의 많은 강우량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침수 등 물난리를 겪은 대도시 도심 지역의 경우 불투수 면적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일반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설은 원인을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불투수 면적률'이란 말 그대로 빌딩,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으로 덮여 있어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면적의 비율을 뜻한다. 급격한 도시화가 낳은 산물이 아닐 수 없다.

2011년과 2013년 7월 서울 강남역 일대가 전면 침수되고, 2016년 7월 집중호우로 대전 갑천이 한밤중 범람위기로 치달으면서 대전 서구·유성구 일원이 물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대전시민들에게 안긴 원인 중 하나로 불투수 면적률이 높다는 점이 지적됐다.

2013년 환경부가 전국 자치단체의 불투수 면적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불투수 면적률은 54.39%이고 대전의 불투수 면적률은 49.85%이다.

즉, 각각 605.2㎢와 539.8㎢에 달하는 서울과 대전의 행정구역 면적 중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이 빗물이 스며들 수 없는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으로 덮여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불투수 면적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 부천으로, 61.7%에 달한다. 서울이 2위이고 대전은 4위에 랭크돼 있다.

불투수 면적률이 높다는 얘기는 단순히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빠른 속도로 빗물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 하천의 수위를 상승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뒤이어 내린 빗물이 하천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도심의 도로나 저지대를 빠른 속도로 뒤덮게 돼, 도시 침수를 가속화하는 것을 뜻한다.

또 이는 빗물의 지하 침투량을 감소시켜 지하수 고갈 및 하천의 건천화 현상을 야기하고, 하천 내 생물 종의 다양성과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악영향도 불러온다. 또 한여름철 도심 열섬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환경부는 지적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불투수 면적이 늘어날 경우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은 그렇지 못한 곳보다 30-50% 증가한다고 환경부는 설명한다.

일례로 투수 면적에서 200㎜의 비가 내려 초당 100t의 물이 하천으로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불투수 면적에서는 초당 130t에서 150t 가량의 물이 하천으로 유입돼 수위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온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2013년 광역시도별 불투수 면적률을 보여주는 환경부 자료.
2013년 광역시도별 불투수 면적률을 보여주는 환경부 자료.

그렇다면 2012년 7월 1일 출범한 세종시의 불투수 면적률은 얼마나 될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도, 세종시 관계자도 “세종시의 불투수 면적률을 조사한 적은 없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3년 10월 환경부가 낸 보도자료에 세종시의 불투수 면적률이 나와 있다.

행정구역 면적이 73.14㎢인 세종시의 당시 불투수 면적률은 12.41%로 전국의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9번째였다. 13.73%로 8위인 경기도에 이은 것이고 8.74%로 10위인 제주도보다 한 단계 높았다.

그러나 이때 세종시의 12.41%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막 개발을 시작할 때의 비율이고, 현재의 정확한 불투수 면적률은 알기 어렵다.

행복도시 중 1·2·3생활권은 거의 다 개발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고 4생활권과 6생활권이 한창 개발중인 점을 감안하면, 세종시의 불투수 면적률은 20%쯤 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다만 행복청 관계자는 “세종시 행복도시는 LID라고 해서 저영향 개발(Low Impact Deveiopment) 기법이 적용된 개발을 하고 있다”면서 “5·6생활권의 경우 개발에 빗물이 통과할 수 있는, 스며드는 투수 자재들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권고를 잘 준수했는지 여부는 준공검사 때 확인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권고한다고 한 이유는 법률상 뒷받침이 안 돼 있기 때문”이라며 “6생활권 개발을 맡고 있는 건설사들은 이 같은 권고를 준수해 투수 권고치인 25㎜보다 높은 30㎜로 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이 통과하는, 스며드는 아스팔트, 보도블록 등이 국내에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 건축자재 업체들은 이 같은 자재들을 개발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세종시 행복도시는 아직도 건설중인 만큼 물이 통하지 않는 콘크리트 대신 친환경 자재를 적극 사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빨리 마련해 정부가 당초 천명한 대로 명실상부한 물순환 생태도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미 개발이 완료된 구도심 지역도 집중호우에 침수를 방지할 수 있는 시설을 늘리는 한편 불투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물이 스며드는 자재로 바꿀 수 있는 묘안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최근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난 대전 유성구청 부근 갑천의 모습.
최근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난 대전 유성구청 부근 갑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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