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감히’ 수도의 지위를?
지방에 ‘감히’ 수도의 지위를?
  • 김선미
  • 승인 2017.07.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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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 넘어야 할 벽들

누군가에게는 기득권 흔드는 불온한 도전인 ‘세종시 완성’

   김선미 편집위원

내년쯤이면 부처의 이름이 바뀐 행정안전부 직원 자녀들은 세종시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내후년쯤이면 세종시 공무원들이 더 이상 길국장, 길과장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될까?

'행복도시 착공 10주년 · 세종시 출범 5주년'을 맞은 세종시는 행정수도가 될 수 있을까?

“세종시 완성”. 너무나 먼 이야기 같았던 이 의제가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전혀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닐 듯 싶다. 비록 KTX 세종역 신설은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지만 세종시 완성에 대한 열망과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행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세종시 이전, 국회 분원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세종시 완성에 대한 논의와 구체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길 위의 인생’을 끝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와 달리 정부 부처 이전이 뒷걸음치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안부는 약속대로 이전할 것이다.

국회 분원 문제도 상임위원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에 대해 국회에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의 완성을 위한 낙관적인 발걸음이다.

문제는 ‘행복도시’를 뛰어넘는 개헌을 통한 “세종시=행정수도”의 명문화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헌법에 “세종시=행정수도” 조항을 담는 것은 정부부처 이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초 이전 대상이었던 부처 이전도 정권이 바뀌고서야 겨우겨우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인데다 한편에서는 행정의 비효율성을 내세워 이 마저도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개헌을 통한 명문화는 정부부처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

하물며 헌법 개정을 통해 세종시에 행정수도 지위를 명문화하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듯 정권이 바뀌었다고, 우호적 여론이 조금 높아졌다고 해서 세상이 바뀐 것은 아니다.

서울이 아닌 ‘한낱’ 지방에 ‘감히’ 수도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에 경기를 일으키는 집단이 우리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심주의에 사로잡힌 기득권층과 이를 뒷받침하는 일부 언론들. 이들에게는 헌법에 명시된 ‘세종시=행정수도’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발전 전략이 아닌 그동안 그들끼리 공고히 구축한 권력구조를 흔드는 ‘불온’한 도전인 것이다.

일반 국민 여론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더구나 행정수도 건은 이미 한 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이다. 위헌 판결 당시 국민의 70%가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10명 중 7명이 반대를 했다는 것은 보수 언론을 앞세운 특정 집단의 전방위적 여론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위헌 판결 시 국민 70% 반대, 지금은 찬반 팽팽

지난 17일 발표된 국회의장실이 실시한 '개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법에 ‘세종시=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찬성이 49.9%, 반대가 44.8%로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약간 높았다.

충청지역에서 조차 압도적 찬성을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예상대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반대가 높았다. 물론 2004년 위헌판결 당시보다는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국민여론이 훨씬 높아졌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국민적 공감대 확장은 행정수도 개헌의 가장 중요한 관건임을 다시 한 번 보여 주었다.

과반 찬성, 우리에게는 미흡한 수치다. 그래도 과반수에 달하는 국민들이 찬성 의견을 보였다는 것은 그동안 행정수도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바뀌었겠지만 현재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도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높아진 찬성 비율, 문재인 정부 지지도와 무관치 않아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개헌논의가 구체화되기 전에 실시된 것으로 여론전이 본격화되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개헌안에 ‘세종시=행정수도’ 조항을 담는 일에 탄력이 붙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론의 향방은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또 행정수도 의제가 대통령 중임제 등에 묻힐 수도 있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것이다.

국회개헌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며 당장 코앞인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개헌과 관련한 대국민 여론조사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의 미래를 결정할 여정의 첫 출발이다. 반대하는 절반의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지역의 결집된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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