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생활 안정? 서민 발목 잡는 '공공임대'
주거생활 안정? 서민 발목 잡는 '공공임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6.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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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상>판교 발 공공임대 논란 세종으로 확산 조짐, 화약고 안은 공공임대아파트

성남 판교신도시의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분양 당시보다 아파트 시세가 폭등하자,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놓고 입주민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갈등이 커지고 있어서다.

판교신도시 발 공공임대 아파트 논란이 세종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행정수도론을 등에 업고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게 주요인이다. 분양전환 시기가 도래하는 아파트들이 차츰 생겨나면서 입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세종시에 공급되고 있는 임대아파트 현황을 짚어보고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화약고 안고 있는 세종시 임대아파트

<중> 확정분양가 논란, 불안에 떠는 입주민들

<하> 공공임대 아파트, 제도 손질 이뤄질까

   판교신도시 발 공공임대 아파트 논란이 세종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사진은 한솔동 아파트 전경>

성남 판교신도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논란은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서 기인한다. 최초 분양당시 대비 시세가 2~3배 이상 폭등하면서 입주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전환가격 책정 기준은 '시세를 감안한 감정평가액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판교 봇들마을 3단지 10년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A씨는 임대의무기간(10년)이 끝나는 2019년 10월 임대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우선분양권이 생긴다. 길 건너 봇들마을 4단지가 최근 6억 4,000만원(전용면적 59㎡)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A씨도 2년 뒤 6억원 가량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깐깐한 공공임대주택 거주 자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10년 공공임대'와 '5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 책정 방식이 달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5년 공공임대는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평균값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감정평가액 이하’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세가 올라갈수록 입주민들에겐 부담이 되는 셈. 이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연일 집회장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세종시의 경우도 판교 발 논란이 되풀이될 개연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아파트 값은 수천만 원 넘게 뛰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전언이다. 향후에도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이 같은 현실이 달갑지 않다.

1일 세종시와 LH,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세종시 출범 후 현재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에 공급된 임대아파트는 공공·민간임대를 합쳐 모두 1만여 세대가 넘는다.

공기업인 LH가 공급한 10년 공공임대는 ▲한솔동 2~6단지 1362세대 ▲새롬동 1164세대 ▲대평동 1438세대 등이며, 10년 민간임대는 ▲보람동 9단지 773세대(한양수자인) ▲소담동 2단지 1397세대(한양수자인) ▲반곡동 5단지 362세대(계룡·보성건설) 등이다.

이보다 기간이 짧은 5년 민간임대도 있다. ▲도담동 13단지 965세대(중흥건설) ▲아름동 11단지 587세대(영무건설) ▲고운동 6단지 887세대(중흥건설) ▲고운동 7단지 572세대(중흥건설) ▲종촌동 8단지 254세대(세경건설) ▲종촌동 6단지 310세대(세경건설) 등이다.

이들 임대주택은 임대 의무기간의 절반 이상이 지나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간 분양전환 협의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솔동(2~6단지) 일부 단지와 도담동 13단지(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가 최근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업자와 임차인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진통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제도의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로 입주 5년을 넘어선 한솔동 4단지 입주민들은 최근 분양전환을 요구했지만 LH로부터 사실상 거절당했다.

분양전환을 원하는 입주자 B씨는 "입주민들이 분양전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기 분양에 나섰지만 국토부와 LH가 미온적인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면서 "주민 70% 이상이 원하고 있는데도 해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세가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서둘러 분양 전환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수백억 원의 보증금에 월 임대료만 수억 원에 달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LH가 포기할 리 없다는 게 입주민들의 시각이다. LH 관계자는 "분양전환은 5년이 지나야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계획이 없는 상태"라며 "임대주택 재고율을 맞춰야 하는 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긴다"고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도담동 13단지(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 입주자들 역시 건설사 측에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 아파트 분양전환 시점은 오는 7월. 입주자들은 계약 당시 ‘입주 2년 6개월이 지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는 안내와 설명을 받았던 만큼 이에 따른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흥건설 측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조기 분양전환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을 정한 바 없다"면서 "특정 시점을 꼬집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건설사 측의 '발뺌'에 반발하면서도 계약서나 녹취록 등 입증자료가 없어 힘이 버거운 모양새다.

건설사로선 분양전환을 앞당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행복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특히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매매가 상승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분양전환 시점을 늦출수록 감정가는 올라가고, 이는 고스란히 회사의 이익으로 남을 여지가 크다. 입주자와 건설사 간 합의가 쉽지 않은 이유다.

임대주택과 관련한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과 제도 정비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행복도시 내 임대아파트 가운데 조기 분양전환을 결정한 단지는 보람동 9단지와 소담동 2단지, 반곡동 5단지 등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의무 임대기간을 채운 뒤 분양전환을 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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