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세종시의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여야가 팽팽히 맞서며 며칠째 개점휴업 상태다.
시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밥그릇싸움'이라는 비판은 당연한 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는 말도 나온다.
갈등 없이 원구성을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이러한 일은 현실 정치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를 비롯해 대부분 지방의회에서 매번 똑같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러한 점에서 '협상'은 정치의 진면목을 찾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된다.
그러나 세종시의회에서 '협상'은 실종됐다. 파행이 수 일째 거듭되고 있지만 여야는 서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민주의 행태는 협상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양당이 합의했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새누리당의 '뒤통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협상의 가장 기본 원칙인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다.당초 양당은 상임위원장 2자리씩을 나눠 갖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나눠먹기식' 협상이라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던 사안이다. 그런 만큼 이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1순위 원칙이다.
그런데도 더민주는 새누리 몫으로 내정됐던 운영위원장에 무소속 김정봉 의원을 미는 '배신'을 했다. 약속을 일방적으로 깬 것이다.
후반기의 원활한 의사일정 진행을 위해 새누리에 운영위원장을 줄 수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탐욕'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과거 임상전 의장의 탈당 시 입이 닳도록 '배신의 정치'를 들먹이며 비난했던 더민주가, 의회의 기본인 신뢰를 져버렸다는 점에서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이유를 불문하고 합의 파기는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파행의 근본 원인은 더민주가 제공했다.
새누리 의원들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한 사과가 없으면 협상도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 의원들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며 오히려 새누리를 비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작정치로 임상전 전 의장을 빼갔다"느니 "의장 선출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의회 장악에 혈안이 돼 있다"느니 "배신과 야합해 의장직을 찬탈하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느니 하는 억지스러운 이유들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감정에 기대는 행동이다. 협상 상대에게 이야기할 것을 왜 시민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가.
게다가 모든 책임을 새누리 측에게 돌리며 파행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적반하장 격으로, 진흙탕 싸움을 하자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당내 합의를 무시한 채, 더민주가 아닌 새누리 지지로 의장에 당선된 같은 당 소속 고준일 의원에 대한 배신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은 큰 실수다. 방법이 잘못됐다. 전략적 판단일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칙을 버렸다는 점에서 큰 오점으로 남는다. 초등학생에게 이야기하는 '약속'의 중요성을 더민주는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명분'이 중요하다. 더민주의 선택은 '명분'을 잃은 모습이다. 향후 '실리'마저도 얻기 힘든 싸움으로도 보인다.
생각하기 힘든 일이지만, 향후 새누리가 의사일정 과정에서 더민주와 같은 방식으로 '배신'을 할 경우 더민주 측에서는 어떠한 반응이 나올 지 궁금하다.
새누리 의원들에다가 무소속 김정봉 의원과 고준일 의장까지 가세해 힘의 논리로 누른다면 말이다.
지금보니 맞는 말만 써왔나보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