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지난 1일 실시된 선출 과정은 '합의파기', '욕설', '진행 미숙' 등으로 얼룩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종시의회는 이날 제38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오전 10시에 열고 상임의원장 선출에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새누리당 측의 당내 상임위원장 배분협의가 지연되면서 수차례 연기된 끝에 오후 3시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열리게 됐다. 회의에는 이경대 부의장을 제외한 14명이 참석했다.
더민주당과 새누리당은 회의가 열리기 직전에서야 상임위원장 2자리씩을 나누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반은 순조로웠다. 새누리당 김복렬 의원과 더민주당 안찬영 의원이 14표 만장일치로 각각 행정복지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에 선출됐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의회운영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더민주 측이 약속했던 합의를 파기하면서 회의를 파행으로 끌고 간 것.
당초 양당은 새누리당 김선무 의원을 후보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민주가 무소속 김정봉 의원을 밀기로 약속을 깨면서 이변이 연출됐다.
투표 결과 김정봉 의원은 더민주 측의 몰표를 받아 7표를, 김선무 의원은 6표를 얻었다. 기권은 1표였다. 두 후보 모두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재투표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더민주 측은 후반기의 원활한 의사일정 진행을 위해서는 운영위원장 자리를 새누리 측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추어 왔던 김정봉 의원 역시 내심 상임위원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정작 투표에서는 기권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 측은 합의를 깬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의 고성과 욕설까지 등장하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개표가 마무리된 후 투표 집계를 확인한 고준일 의장이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정회를 선포해 회의 진행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과반 이상 획득자가 없어서 재투표를 실시해야 했지만, 고 의장은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렸다. 이날 회의 역시 그대로 종료됐다.
이에 따라 의회운영위원장과 교육위원장 선거는 4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합의 파기와 욕설 등 양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여서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이경대 부의장이 불참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임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당내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항의의 뜻으로 불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