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되는 전통굿 살리고 싶어요”
“소실되는 전통굿 살리고 싶어요”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2.07.30 11: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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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오봉산 산신암 주지 원각 김향란 보살

주당풀이 대수대명 굿의 1인자 김향란씨는 "소실되어가는 전통 굿을 살리고 싶다"며 "민속신앙 방법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세종시 특색 살린 고유문화 계승 노력 필요”

“소실되어가는 우리의 전통 굿을 살리고 싶어요”

연기지역 명산인 오봉산의 산신암 주지인 원각보살(한국불교태고종)은 속명이 김향란씨로 사단법인 한국민속무속총연합회 충남지회장을 맡고 있는 무속인이다.

원각보살은 지난 7월 12일 오전 학계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모씨(여·85)의 주당풀이 대수대명 굿을 열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청양에서 온 김모할머니는 산신암에 올 때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었는데 굿을 마친 후 병이 완쾌되어 연구차 참석한 대학교수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시연한 주당풀이 대수대명(일명 병 굿)은 상문주당이나 혼인주당 및 급살주당을 맞은 경우 원인모를 병이 생겨 병원에 가도 그 병명이 안 나오는 경우를 처방하는 전통적인 민속신앙의 방법이다. 이 굿은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을 치유하기도해 학계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빈손으로 빈다는 '비소니 신앙'이 우리 조상들에게는 면면히 이어져 왔다.

주당풀이 대수대명은 우선 제웅(짚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처용(處容)이라고도 하며, 경상도 방언으로는 허 제비 라 불림)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됐다. 원각보살은 학계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짚으로 제웅을 만들며 열손가락과 열 발가락을 그대로 형상화해 참석한 교수들을 감탄케 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옛 전통이 사라져 현재 퇴치물 등은 불교용품점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흔한 일인데 원각보살은 전통그대로를 재현한 것이다.

학자들 “어느 굿보다 제대로 된 전통 굿 유지” 극찬

이날 의식행사를 참관한 충청문화연구소 박종익 교수(충남대학교)와 조도현 교수(한밭대)는 “중부권지역의 전통 굿에 대한 연구를 위해 지역 곳곳을 다녀 보지만 옛 전통 그대로 맥을 유지하는 무속인은 흔치 않다. 각 지방마다 그 지방을 대표하는 굿이 있는데 전통 그대로를 지켜오던 무속인 들이 계승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고인이 되어 맥이 끈기고 있어 안타깝다. 오늘 여기 와서 보니 원각 보살이 옛 방식 그대로의 의식을 치러 깜짝 놀랐다. 이러한 무속 신앙도 우리의 소중한 전통으로 누군가는 앞장서 계승 발전 시켜야 하는데 그 전통을 제대로 유지 계승 하시는 분이 원각보살 같다. 오늘 본 제웅 시현이나 홍수 맥이(일상적 삶 속에서 닥쳐올 뜻밖에 좋지 못한 횡액을 미리 막아내기 위해 행하는 무속의례)는 그동안 많은 지역에서 본 그 어느 굿 보다 도 제대로 된 전통 방식 그대로였다”고 극찬했다.

해안 쪽의 전통 굿을 연구하는 민족문화연구원 민속학연구소 윤동환 교수(고려대)는 “민속 신앙인 굿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가보지만 각 지역마다 굿에 대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며 “원각 보살의 설경, 제웅 만들기 시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형성화 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이를 재현 할 수 있는 무속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수대명 굿은 짚으로 만든 사람 형상인 '제웅' 작업에서 부터 시작된다. 일명 '허제비', 또는 '처용'이라 부른다.

학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원각보살의 소중한 전통 굿이 세종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맥이 끈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선조 때부터 내려온 전통 굿을 한낱 미신으로 치부하고 얕잡아보고 편견을 갖는 상항에서 원각보살의 무속인으로의 삶은 타고나면서부터 운명적이었다. 원각보살은 1955년 출생, 생후 100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성장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마로 인해 시름시름 앓으며 생사를 넘나들다가 어느 날 신의 계시를 받고 현 수도 도량인 조치원읍 봉산동 오봉산 산신암에 들어와 9년 동안 기도했다. 도중에 스승인 고 김종락 법사를 만나 설경(종이를 이용한 문양 혹은 글자를 새겨 만드는 것) 화전 등 일부를 전수 받았다. 이에 따라 원각보살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전통을 소실하지 않기 위해 제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현재 32명의 제자들에게 특별 전수하고 있다.

원각보살은 지난해 8월에는 수제자들과 함께 산신암에서 전통 굿을 연구하는 학계인사, 언론인, 지역 주민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충청도 고유 굿의 하나인 앉은 거리 ‘넋 거리 굿’을 재현되기도 했다. 이날 원각보살은 넋 거리 중 영검을 보이기 위해 시퍼런 날이 선 작두를 타는데 어깨에는 약 30kg의 소갈비를 짊어지고 작두는 양날이 선 쌍작두 20개, 상봉. 평지 작두 20개 등 총 40개의 작두를 타면서 칼날위에 우뚝 서 몸을 움직여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명성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친절히 맞이하고 있는 원각보살은 “제대로 알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해결될 일을, 몰라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며 “어떤 신앙이든 진실한 마음으로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극한 마음으로 비는 비소니 신앙, 천지신명 감동시켜

원각보살은 “우리 조상들은 이른바 ‘빈손으로 빈다’는 의미의 비소니 신앙을 지녔다”며 “지극한 마음으로 비는 비소니 신앙이 천지신명을 감동시켜 죽을 사람도 살아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작두를 타고 있는 김향란씨

원각보살은 또 “가끔 종교가 달라 불화를 겪는 가족을 본다”며 “각자가 믿는 신을 모두 불러 화해를 빈다”고 말했다. 산신암 주변 마을엔 종교적으로 동네사람들이 잘 융화되어 있어 편안하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원각보살의 전통 굿 계승 노력이 알려지면서 지역민 사이에선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지정 등을 통해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세종특별자치시가 사라져가는 주당풀이 대수대명 굿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6세부터 30년 넘게 신의 제자로 살아온 원각보살은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해마다 불우이웃 돕기 쌀 기탁과 함께 독거노인, 장애인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먹을거리와 교육비를 제공하는 등 일상적으로 자비를 실천해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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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령 2012-07-31 18:39:16
주당풀이 대수대명 굿의 1인자 김향란씨는 "소실되어가는 전통 굿을 살리고 싶다"며 "민속신앙 방법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동감 입니다

오사부 2012-07-31 18:37:12
전문가들은 “세종시 특색 살린 고유문화 계승 노력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오봉산굿은 유명합니다. 세종시출범후 시민의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굿으로도 남다름니다.무형문화재로 지정해도 아무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