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걸로 돕는다는 건 안돕겠다는 말"
"남는 걸로 돕는다는 건 안돕겠다는 말"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3.11.08 08: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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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세종시 첫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한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

   세종시 첫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는 "내가 완전하게 된 후 남을 돕는다는 건 돕지 않겠다는 뜻 "이라며 "사회에 많은 환원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부는 사랑일까.’
세종시 첫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 이 된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 이사(69)와 인터뷰 약속이 잡히면서 줄 곧 머릿속에 던져진 질문이었다. 대입 수능일인 7일 오전 8시 30분 세종시 전의면 신흥리 서창산업 회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서창산업 대표와 함께 세종시 기업인협의회장을 맡고 있었다. 사무실은 깨끗하면서 단아했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 그리고 나이에 걸맞게 편안함과 위엄이 깃든 그런 차림을 한 최회장의 첫 인상은 ‘멋’이었다. ‘멋’은 제자리에 있을 때 나온다. 장독이 장독대에 있을 때 조화를 이루면서 멋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제자리를 찾은 사람’이었다.

“세종의 소리가 뭐죠. 허허허.”

먼저 ‘세종의 소리’에 대해 물었다.

“예, 저희는 세종시 소식을 외부로 전하는 인터넷 신문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많은 뉴스도 실지만 세종시의 현 상황을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그런 매체입니다.”

간단한 설명을 하고 1억 원 이상 기부자들에 한해 명예를 주는 아너 소사이어티가 된 계기를 물었다.

“허허허! 저는 그간 조금씩 했습니다. 원래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마침 식구(임영이 세종문화원장)가 문화원장이 되면서 일 년에 천만원정도... 그러니까 임 원장이 주로 했죠. 그런데 준다는 것도 어렵더라구요. 선별하는 데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있고... 그러다가 사랑의 공동 모금회가 나오고 거기에 식구가 봉사단장을 맡았더라고요.”

매년 오른 손이 알지 못하게 조금씩 기부를 해왔지만 누구한테 주어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고민했었다. 그러던 차에 사랑의 공동 모금회가 만들어지면서 아예 돈을 더 내더라도 그 쪽에 일임을 하자는 것 같았다. 점심 때 밥 값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식당 정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늘 저도 생각했습니다. 이 사회에 조금은 기여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고요. 조금씩 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요. 내가 완전해서 그걸 하려면 죽을 때까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남는 것으로 도와 준다’는 말은 돕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가 완전하게 되고나서 넘치는 것으로 기부를 하겠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매사 그렇지만 인터뷰도 기자와 인터뷰어가 공감을 하게 되면 얘기는 신이 나게 된다. 그게 30년 기자생활의 경험이다. 남이 모르게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때로는 모금 문화 확산을 위해 공개할 필요도 있지 않는가 하고 물었다.

“(서영일 사랑의 공동모금회 세종 사무소장의 명함을 꺼내들고 빙긋이 웃으면서) 이 사람한테 설득 당했어요. 여기 오셨더라고요. ‘(기부)하겠다’는 의사가 전달한 후에 와서 하는 말씀이 ‘다른 곳은 활성화되었는데 충청지역은 저조하다. 누군가가 시쳇말로 총대를 멘다면 다른 분들도 참여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허허허!”

조용히 돕고 싶은 데 서영일 소장이 찾아와 간곡하게 부탁을 하니 어쩔 수 없이 공개를 한 것으로 들렸다. 그는 대담 도중 몇 차례에 걸쳐 ‘부끄럽다’, ‘나보다 더 남을 도와준 분들도 있는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왔다.

첫 번째 아너 소사이어티가 결정되고 그 인물이 최윤묵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이 많았다. 인터뷰는 필요한 데 분명 응하지 않을 분이라는 게 주변의 조언이었다. 고심 끝에 평소 누님처럼 모시고 싶은 임영이 원장을 동원했다. 나이가 들면 주도권은 대개 아내가 잡는 게 아닌가. 암튼 칠순을 앞둔 최회장의 일평생 첫 번째 인터뷰를 하는 영광(?)을 안았다.

“글쎄요. 베푼다는 것은... 어려서 아버지께서 동흥산업이라는 생사공장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남자는 공장을 하는 것으로 당연시했어요. 40대 후반에 시작했는데 주위에서 말리기도 했지만 어릴 때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한 것이죠. 국민 소득 60달러 할 때 월급을 나눠주면 그게 바로 복지였어요. 많은 분들이 아버지 공장에 들어오려고 애를 쓰곤 했는데 그 복(福)이 나한테까지 연결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크지 않는 일에 너무 요란을 떠는 것 같아서 묵묵히 남을 돕고 있는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반드시 있다’고 했다. 나눔 문화를 이끄는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의 아주 긴 복선(伏線)을 아버지가 깔아주셨다는 말로 들렸다. 이 부분을 좀 더 물어보았다.

“조금은 타고난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있다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의외로 잘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회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저도 어떻게 생각하면 교만하기 짝이 없죠.”

인터뷰 시작 때는 웃지 않고 제스츄어도 크지 않았던 로맨스 파파의 주인공 같은 최 회장은 기자를 돌아보면서 크게 웃으면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전했다. 마음이 처음보다는 편안해졌고 속 있는 얘기를 조금은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이번 기탁금은 2,000만원이고 5년간 1억을 내게 된다. 그 2,000만원을 세종고, 조치원여고,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 지정 기탁했다.

“사방에 교육도시에 둘러 쌓인 게 조치원이죠. 공주, 대전, 천안, 청주 등... 그러다보니 다 외지로 공부하러 가요. 구심점이 없어요. 우리처럼 인연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고교에서 만들어진 동질감은 아주 커요.”

그게 안타까워 연기군 시절 모 군수에게 독지가를 찾아 학교를 설립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院)이라는 지명의 어원이 사통팔달(四通八達)한 교통에 기인한다고 보면 조치원의 우수학생 유출 현상은 숙명적이었다. 그걸 바로잡기 위해 세종고와 조치원 여고를 선택했다. 교육에 관한 얘기를 좀 더 진전시켰다. 올해 세종고 상황을 곁 들었다.

“마침 오늘이 수능이네요. 예전에는 연고대 한명도 못 갔어요. 저는 세종고 중심으로 세종시는 가야한다고 봅니다. 올해 서울대, 연,고대 등 좋은 대학에 많이 지원했다고 해요. 세종고가 잘되고 조치원여고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지정 기탁했어요.”

다문화 가정 지원과 관련, 서 회장은 “보듬고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지금 필리핀, 베트남 여자가 아니면 아이를 낳은 사람이 없다고들 까지 해요”라고 말하고 나서 껄껄껄 웃었다.

인터뷰는 서창산업 경영에 까지 다다랐다. 식음료 중간 제품을 주로 생산하다가 지난해 식약청의 GMP(Good Manufactoring Pratice) 획득 과정, 그리고 향후 사업 구상까지 요약해서 설명했다. 남을 도우는 건 자기 만족이라는 말도 있다. 최 회장도 이 말에 공감을 할까. 궁금했다.

“하하하! 그런데 그게 나눌 때, 베풀 때 기쁨이 다 있는 게 아닙니까. 꼬집어 멋있게 표현은 못하지만 인성(人性)에 그런 게 있을 것 같아요. 도울 때 느끼는 기쁨, 소위 엔돌핀, 뭐 그런 게 나오지 않을까요.”

사업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고 그러고 나서 사회 환원도 많이 해달라는 말에 그는 “환원할 만큼 벌어 질런 지 모르겠다” 며 “일 많이 하는 공장이 되어 사람을 많이 쓰는 게 바로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최 회장과의 인터뷰는 9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었다. 7일에는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는 말에 “아무 때라도 좋으니 꼭 이날 만나야 한다”고 우겨서 만났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이 8일 오전 10시 세종사회복지 모금회 사무실에서 있기 때문이었다. 9시에 서울로 가야하는 중요한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9시 5분 전에 마쳤다.

기부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개인 기부가 전체의 80%에 달한다. 우리는 아직 3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일반화, 생활화 되지 않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선진국의 필요충분조건인 ‘배려’와 ‘아량’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경제적인 졸부(猝富) 국가라는 비난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

기부는 분명 사랑이다. 그것도 이타(利他)적인 사랑이었다. 그게 최윤묵 회장 과의 인터뷰 후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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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묵 대표<사진 가운데>가 서영일 소장으로부터 인증패를 받고 있다. 왼쪽은 임영이 나눔봉사 단장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가 8일 세종시 제1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세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날 오전 10시 죽림리 사무실에서 서영일 소장, 변평섭 정무부시장, 임영이 나눔봉사단장 및 관계자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을 열었다.

최 대표는 인사말에서 “드러내 놓고 기부하는 것을 피해왔는데 서영일 소장의 설득에 이렇게 전면에 나서게 되어 쑥스럽다”며 “기부라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세종시에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평섭 부시장은 “세계적 명품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시의 외적인 모습도 중요하지만 기부문화 같은 정신적·문화적인 면도 무척 중요하다”며 “아너 소사이어티 1호 가입자 탄생은 세종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일로 뜻 깊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최초 2천만 원을 시작으로 5년간 1억 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세종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세종고, 조치원여고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훈범 세종고 교장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존경한다”며 최 대표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서 작성 및 인증패 수여식, 전달판 전달식 등이 진행됐다.

   최윤묵 대표가 기부 전달판을 전달하고 있다. <김윤기 조치원여고 교장, 김태경 세종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최 대표, 변평섭 정무부시장, 이훈범 세종고 교장, 서영일 소장,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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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한 세종시문화관광해설사 2013-11-08 23:07:11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고 계시는 최대표님
쌀쌀한 겨울이 시작되는 지금 따뜻한 바람이 부는것같아요
감사드립니다

전의면 2013-11-08 21:38:06
훌륭하십니다. 많은 보람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완성된 후 도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