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당 몰락이 뜻하는 것
충청도당 몰락이 뜻하는 것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04.11 19:2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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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칼럼] "서로 싸우기만 했지 지역위해 뭘 했는가"

4.11총선에서 충청도의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호소했던 자유선진당이 충격적인 참패로 끝나자, 충청지역민들은 “예고된 일이었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동안 영남당과 호남당처럼 그렇게 지지해줬는데 서로 싸우기만 했지 지역발전을 위해 제대로 해놓은 일이 뭐가 있느냐는 질책이 잇따랐다. 냉정한 충청 표심이 인물 위주로 힘과 균형을 택했다.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을 우습게 여기다가 결국에 큰 코 다친 꼴이다. 선거 막바지 조치원역 유세에서는 변웅전 최고위원이 울면서 충청의 자존심 ‘자유선진당’을 지켜달라고 큰절까지 했건만 민심은 구태의연한 정치를 확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움직였다.

한 유권자는 “그러게 진작 잘 하지”라며 혀를 찼다. 무사안일한 선진당 정치인들이 지역 발전과 민의를 소홀히 여기다가 선거때만 되면 충청 지역감정을 부추겨 당선되는 기회주의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영원한 2인자 정치인' 김종필씨가 만들어 놓은 충청도당은 영남과 호남의 정당들이 정권을 잡는 동안 캐스팅 보트를 쥐며 제3당의 역할을 자임했고 나름대로 만족했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3당 넉두리에 질려버린 충청인들은 멍청한 사람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영남과 호남처럼 지역 정파에 대한 무조건 지지와 달리 이번엔 인물을 택했다.

2004년 총선에서 4석에 그친 자민련은 당시 한나라당에 흡수되었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정계를 은퇴했었다. 따라서 일부에선 올 대선에서  일정 부문 역할을 하려던 이회창씨도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충청지역의 맹주'를 자처한 자유선진당은 아직도 일부 촌로들에 의해 '자민련'으로 불리우고 있다. 그만큼 구태의연한 정치권의 모습으로 이번에 참패를 자초한 것이다.

"선거 앞두고 자유선진당 전 대표와 현 대표의 갈등이 자멸 초래 크게 작용" 

이번 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충청인의 민심을 잃은 것 중에 손꼽히는 일은 이회창씨와 심대평씨의 당권 경쟁과 선거를 앞두고 박선영 의원의 심 후보 헐뜯기가 크게 작용했다. 양반의 고을 충청도에서 벌어진 이전투구식 자유선진당  당권 싸움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했던 충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체감민심에선 선진당과 후보들에게 불만이 더욱 심했다. 세종시에선 심 후보를 지지해온 관성이 강했지만,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심 후보에게 67%의 표(연기군 기준)를 몰아줬던 표심은 반토막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전폭적으로 밀어주었건만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 지역의 민심이었다. 한 지역민은 “공약도 안 지키는 선진당을 왜 찍느냐”며 “차라리 변웅전씨가 나오면 몰라도”라고 말끝을 흐렸다. 

뽀빠이 이상용씨가  모  후보의 조치원 유세에서 충청도민의 무던히 참는 성질을  묘사했다. 충청도 사람은 팔목을 네번 비틀 때까지 화를 안 낸다는 것이다. 상대가 첫번째로 팔목을 비틀면 "놔유"라고 젊잖게 얘기한다. 두번째로 비틀면 "어허, 다쳐유"라고 말한다. 세번째로 비틀면 "어머, 왜 그래유"라고 하다가 네번째 가서야 "거봐유, 팔목 부러졌잖아유"라고 말 한다는 것이다. 행동이 느려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비유지만 역사에서 보듯이 충청인이 참다 참다 행동으로 나서면  뭔 일이 크게 벌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선진당이 몰락했다고 해서 충청권의 정치가 위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남과 호남의 지역 패권주의 사이에서 큰 인물들이 나와 기대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강창희 의원과 민주통합당의 이해찬 의원이 6선으로 여당과 야당의 중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다른 의원들도 앞으로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이번에 금배지를 단 의원들은 자신의 영달보다는 백성의 원하는 바를 잘 알아서 서민이 잘 사는 세상, 지역이 균형있게 발전하는 일에 혼신을 다 기울여야  한다. 말로만 '충청의 자존심' 운운하지 말고 권세가 있을 때 백성의 자존심 좀 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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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 2012-05-07 13:07:54
정우님의 정론직필이 공감의 씨앗이되어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 싹트기를 기대합니다.

김병진 2012-05-02 10:09:20
세종의 소리에 첨 왔시유.
칼럼 잘 봤구만유, 역시 충청도는 현명합니다.
빵남 (0남) 홍남(호) 사람들도 정신 차려야 대한민국이 선진국 될텐디...

이청아 2012-04-22 18:05:42
당선되신분들께.... 우리모두 잘사는세상 만들어주세요ㅎ

번암리 2012-04-13 17:07:29
누구를탓할수도없고.표심을겸허하게받아들여주세요,,이번이마지막이라생각마시고.훌륭한지역인재를발굴해서재도전하는것이지역민에대한도리이고.위기를기회로.뼈를깍는각오로임하시기를.지금까지도애써일하셨듯이마음고쳐서..어려운가운데도세종시를지켰듯이.지역민은애증을가지고있다는점을기억해주세요

ㄴㄴㄴ 2012-04-12 18:49:10
얼마나 많은 멍청도 소리를 들으면서
정말 끈질기게 지지를 해 줬지만 진짜,
해 놓은 것이 무엇이 있나요??
충청의 자존심 운운하면서 결국은 당신들의 밥 그릇 지키기 였지...
더이상 충청의 발전에 걸림 돌은 안 되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