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연기향토박물관 유물 인수?… 이제는 “난 몰라”
세종시, 연기향토박물관 유물 인수?… 이제는 “난 몰라”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4.01.0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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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보] 지난 5월부터 인수추진 중 5개월 만에 중단, 박물관도 폐관시켜
1996년 설립 후 28년간 운영… 세종시 출범 후 1호 향토박물관 사라질 위기
시 관계자, “유물 기증·매각 항상 열려 있어… 박물관 등록 재신청 시 가능”
연기향토박물관에 전시된 쌍육놀이 등 전통 놀이
세종시 1호 향토박물관이 유물 인수를 위해 써 달라는 '폐관 동의서'로 인해 폐관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연기향토박물관에 전시된 쌍육놀이 등 전통놀이를 둘러보는 임영수 관장. (자료사진)

“세종시가 향토박물관 유물을 인수하기 위해 박물관 폐관을 유도하고, 이제는 폐관된 박물관 등록증을 원상회복시켜 주지도 않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세종시 1호 향토박물관이자 지난 1996년 개관 후 28년 된 연기향토박물관 임연수 관장(58)이 2일 '세종의소리'를 찾아왔다. 

임 관장은 “세종시립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연기향토박물관을 인수하겠다는 세종시가 갑자기 인수계획을 취소하고 등록증도 회복시켜 주지 않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이같은 내용을 제보했다.

지난해 5월 세종시 박물관담당 학예사 등이 찾아와 세종시립박물관을 건립하는데 연기향토박물관의 유물을 인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지난 1994년 연기군립박물관이 무산되어 농가를 구입해 28년간 운영해 왔으나 새로 건립되는 시립박물관에 협조하겠다는 생각에 승낙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임 관장과 세종시에서 나온 관계자는 그동안 선사시대부터 근대유물까지 세종시 원주민들이 소장해 온 1만5000점에 이르는 유물을 카드로 정리한 뒤,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 구체적인 보상을 받기로 합의를 보았다.

또,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지난해 7월 12일 박물관 담당자는 “예산을 집행하려면 시립 박물관의 경우 규정상 그대로 매입할 수 없기에 폐관 신고를 해 달라”고 부탁해, 서류에 사인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행정 편의를 위해 양보했다는 게 임 관장의 말이다. 임 관장은 미심쩍은 행동에 폐관 사유서 란에 ‘시립박물관 건립에 인수하기 위하여’라고 폐관 이유를 분명히 명기했다.

그 후 세종시 연구관들이 찾아와 유물을 촬영하고, 문서와 책자 종류부터 조사를 시작해 하루에 100여점씩 정리한 뒤 401종, 600~700여 점의 고서류와 책자 등을 가져갔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인수 절차는 지난해 9월쯤 세종시청 관계자가 찾아와 “유물 조사작업을 중단하고 인수 자체를 무효화 한다”고 통보했다.

임 관장은 “허탈하고 말도 안 되는 처사에 분개했지만 유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폐관 처리된 박물관 등록증을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세종시에 요구했다.

이에 유물을 가져간 연구원 등이 가져갔던 유물을 돌려주었으나, 폐관 서류는 무효화시키지 않았다.

임 관장은 세종시청 문화유산과에 “인수절차가 중단되기에 박물관 등록증을 되돌려 달라”고 몇 달간 여러 통로를 통해 요구했으나, “이미 박물관이 폐관처리 됐기에 등록증을 되돌려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최민호 세종시장 면담에서 시청 관계자가 “유물을 많이 확보해 더 이상 필요없다”는 답변을 듣고 강력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편의상 사인해준 폐관 취소 서류는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어, 자칫 옛 연기군 시절부터 내려오던 향토박물관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임 관장은 폐관 공문서류도 ‘박물관 폐관 신고 수리안내(연기향토박물관)’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으나 세종특별자치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지 않은 내부문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세종시 관계자는 “향토박물관 1만5000점 이상 되는 유물을 조사하기엔 인력이 없어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고, 매각과 기증 유물을 분류해 주면 절차를 거쳐 향후 예산을 수립할 수 있기에, 인수 원칙은 항상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직인이 없는 공문에 대해 그는 “폐관 공문서류는 직원의 출력상 실수”라며 “박물관 등록증은 한번 폐관되었기에 민원인이 박물관 등록을 위한 학예사, 수장고, 방온방습, 재난예방 등 기본여건을 갖추면 언제든지 등록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영수 관장은 "서류 미비는 효력이 없는 것"이라며 "폐관 절차가 선행되어야 유물을 인수할 수 있다는 요청에 따라 써준 것이지 멀쩡한 박물관을 스스로 폐관할 멍청이가 있느냐"고 힘주어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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