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기금, 다른 데 쓰자” - “안돼” 세종시의회 여야, 또 충돌
“남북교류기금, 다른 데 쓰자” - “안돼” 세종시의회 여야, 또 충돌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9.0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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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복지위서 가결된 국민의힘 최원석 의원 조례안, 본회의 투표서 부결
최 의원 “내로남불” 발언, 민주당 자극한 듯… 의원총회서 전원 반대키로
11억원 전용해 1000억원 감액해야 하는 세종시 재정에 보태자는 조례안
7일 열린 세종시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최원석 의원이 조례안 찬성토론에서 "(민주당은)내로남불" "집행부 발목 잡기"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기명투표" 등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효숙 의원(오른쪽)이 턱을 괸 채 불편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전 민주당 원내대표인 여미전 의원(왼쪽 여성)과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안신일 의원(왼쪽 남성)도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세종시 일반회계로 돌려 전용하자는 조례안을 놓고, 세종시의회 여야가 7일 다시 한번 대립했다.

의회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임채성)가 가결시켜 넘긴 조례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찬성-반대 표결로 전체 의원들의 의사를 묻는, 세종시의회에서는 전례가 드문 투표가 진행된 것.

여야가 대립한 안건은 ‘세종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국민의힘 최원석 의원(도담동)이 대표발의 한 조례안으로, 지금까지 약 11억원이 적립된 세종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시 일반회계로 돌려, 오는 10월 1000억원에 가까운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짜야 하는 세종시 재정의 어려움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게 이 조례안의 골자.

이날 열린 제84회 임시회 2차 본회의 63번째 안건인 이 조례안에 대해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재형 의원(고운동을)이 반대토론을, 대표발의 한 국민의힘 최원석 의원이 찬성토론을 사전에 각각 신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표결 결과 찬성 7, 반대 13표로 부결됐다. 세종시의회 20석 중 민주당 13석, 국민의힘 7석인 의석 분포와 똑같은 투표 결과이다. 투표 후 이의를 외치거나 다른 의사를 표시한 의원들은 없었다.

표결에 들어간 시간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으로, 오전 정회 후 오후 2시 속회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다시 정회를 신청해 김효숙 원내대표 의원(나성동)을 중심으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표결 결과만을 놓고 보면, 비공개 의총을 통해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로 결정한 것.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상임위에서 가결된 조례안을 부결시켜 버리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민주당 의원 5명, 국민의힘 의원 2명으로 돼 있다. 

표결 직전 김재형 의원은 기자에게 “행정복지위 심의 때 저는 안 된다고 이 조례안을 끝까지 반대했다. 행정복지위원회에서도 토론 끝에 표결까지 갔다. 찬성 4표, 반대 2표, 기권 1표로 나와 가결되긴 했다”면서 “저는 행복위원들에게 ‘본회의가 열리면 재차 이의를 신청해,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반대 의사를 공언했다”고 말했다.

표결에 앞선 찬성토론에서 최원석 의원은 “이번 제 조례안에 민주당 의원 5명도 공동발의를 해 주셨다. 코로나19 등으로 사업 수행 실적은 없이 11억원이 넘는 남북협력교류기금은 금고에 쌓아두기만 하고 있다. 민주평통 등 통일 관련 기관에 지원하는 예산은 매년 별도로 편성되어 있어, 기금이 폐지되면 관련 통일 사업이 축소된다는 일부 위원들의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이 기금을 시 금고에 보관하는 기능을 선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까지 의원님들께서 제시하고 지적하셨던 의견들에 반대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습이며, 결국 집행부의 발목 잡기를 위한 명분이라는 것을 의원님들 스스로가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또 “다수당, 소수당” “여야의 구성비를 뛰어넘어 원안 가결된 조례안” “기명 표결을 요청하는 것은 결국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존재와 의미와 존재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동”이라는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최원석 의원의 뒷부분 발언이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한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토론에서 김재형 의원은 “제대로 된 사업 한번 해보지도 않고, 기금을 없앤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장 필요가 없다고 폐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나서 폐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과거의 역사는 곧 우리 세종의 현재이고 우리 후손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언제나 오늘 새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 산회 후 최원석 의원은 “다음 회기에 이 조례안을 다시 낼지 말지, 결정한 것 없다. 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7일 열린 세종시의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남북협력교류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하자는 조례안을 놓고 민주당 김재형 의원(왼쪽)이 반대토론을, 국민의힘 최원석 의원(오른쪽)이 찬성토론을 하고 있다.
세종시 남북협력교류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하자는 조례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알리는 전광판. 민주당 의원 13명은 반대했고, 국민의힘 의원 7명은 찬성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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