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신료 내자고 개인정보까지 한전에 넘겨줘야 하나…
TV 수신료 내자고 개인정보까지 한전에 넘겨줘야 하나…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3.09.0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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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보] 한전, “개별납부 신청자 개인정보 달라” 관리사무소에 요구
관리소장, 세종청사 앞 ‘1인시위’… 권익위에 “한전 요구 위법” 민원제기
모 아파트에선 개별납부 신청 단 1명 불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KBS TV수신료 통합 고지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KBS TV수신료 통합 고지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속보>=세종시에 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은 요즘 업무상 혼선을 빚고 있다.

세종의 일부 아파트 관리소장들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KBS-TV 수신료 징수와 관련, 공동주택관리법과 다르게 3개월간 통합징수를 강행 중인 한국전력이 최근 세종시 각 아파트관리사무소에 개별납부 신청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했기 때문.

세종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에 따르면 한국전력 세종본부는 지난달 31일 보낸 공문을 통해 ‘수신료 전용계좌 방식’과 ‘전기요금 지정계좌 방식’ 등 2가지로 분리납부 방법을 안내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마다 여건에 따라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통보했다.

수신료 전용계좌 납부 방식은 수신료 개별납부를 신청한 세대의 동·호수 정보와 개인정보(신청자 이름,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를 관리사무소가 엑셀 프로그램으로 작성해 한국전력에 제출하는 방안이다.

한전은 전용계좌번호를 세대주에게 직접 알려줘 입금하게 하고, 미신청 세대는 기존과 같이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해 납부토록 하라고 했다는 것. 

한 관리소장은 “우리 아파트의 경우 분리납부 신청을 10일간 공고했지만 1800세대중 신청 세대는 단 1세대뿐으로 대부분 관망 중”이라며 “관리사무소가 세대마다 일일이 찾아가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한국전력에 줄 수도 없고, 세대주 동의 없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한전에 넘길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전이 두 번째로 제시한 전기요금 지정계좌 납부 방식은 관리사무소가 개별세대 신청사항을 접수해 동·호수만 기재한 뒤, 관리사무소 은행 계좌를 통해 수신료를 일괄 납부받는 방식이다.

미신청 세대의 경우 기존 방식대로 아파트 관리비에 통합징수 하도록 했다.

관리소장들은 “공동주택관리법을 보면 공동주택관리비에 TV수신료 징수를 대행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협조해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규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기존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로 통합징수하는 것에 관리사무소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협조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이같은 혼란을 겪는데도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 한국전력은 위법사항에 대한 면책 공문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국 10개 시·도 관리소장 500여명이 모여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와 국토부 앞에서 TV수신료 통합징수 반대 및 제도개선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세종시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박상희 소장은 지난 6일 출근시간 세종시 어진동 국무조정실 앞에서 같은 주장을 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그는 ‘TV수신료 위법징수’ ‘산자부와 한전은 방송법을 준수하라’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법을 준수하라’는 피켓을 들고 2~3일에 한 번씩 하는 1인시위를 2주일째 이어가고 있다.

박 소장은 “지난 7월 12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하여 납부통지 및 징수토록 했음에도 위법한 통합고지와 징수를 위해 3개월간 강요하고 있다”며 “한전은 본인들 업부를 관리사무소들에게 떠넘겨 개별납부 세대 개인정보 동의를 받으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TV 수신료를 위해 관리사무소가 은행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징수해 달라는 것은 관리사무소가 할 수 없다”며 “수신료 납부제도가 복잡해 앞으로 체납자 관리나 아파트 회계처리 등이 쉽지 않아 혼선이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지난 4일 오후 국민권익위원회에 이같은 민원을 제기했으나 권익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자부 등에 민원처리를 이관해버렸다”면서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을 공포한 사안이기에 국무조정실에서 정부부처간 협의를 통해 위법사항의 면책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TV 수신료 통합고지를 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왼쪽 국무조정실앞에서 1인시위중인 박상희 관리소장. 한국전력 세종지사의 공문
국무조정실 앞에서 1인시위 중인 박상희 관리소장(왼쪽)과 한국전력 세종지사가 보낸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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