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세종시 추경예산 깎이고, 이월되고
코로나19 때문에… 세종시 추경예산 깎이고, 이월되고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11.21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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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구조용 사다리차 예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돼 ‘사고이월’
경증환자 수용 생활치료센터 캐러밴, 종료 방침에 대여용 전환
하반기 운영비 8천여만원 삭감… “캐러밴 구입비, 대여료로 벌어”
18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는 세종시 합강오토캠핑장의 생활치료센터 캐러밴들 (사진=세종시)
지난 4월 18일부터 코로나19 경증 확진자를 수용하던 세종시 합강오토캠핑장의 캐러밴들. 5월 정부의 생활치료센처 운영 종료 지침에 따라 일반 대여용으로 전환됐다. (사진=세종시)

세종시소방본부는 최근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위원장 이소희)에서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받으면서 추경안 항목 중 ‘사고이월’ 2건에 대한 집중질문을 받았다. 

이 2건은 119구급대 지원용 ‘구조공작차’ 및 고성능화학차 구매 건. 이름이 일반에 생소한 구조공작차는 쉬운 말로 하면 ‘사다리차’이다. 불이 난 고층빌딩 등에 갇힌 시민을 구조하기 위해 조작을 하면 적재함 부분에 장착된 사다리가 높이 올라가는 소방용 특장차량이다.

예산 편성·집행상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이번 사고이월의 배경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가 있다.

시의회 교육안전위와 세종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3억3744만1000원인 구조공작차 1대 구입 사업은 당초 지난 10월 14일 완료되게 돼 있었다.

현재 총사업비의 70%인 2억3392만6000원이 집행된 가운데, 소방본부는 내년 2월 말까지 이 구매 사업이 연장되는 바람에 남은 금액 1억351만5000원을 내년에 집행할 예산으로 이월시켜 달라고 한 것.

이월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구조공작차에 장착할 ‘사다리’ 제작사가 지구 반 바퀴는 돌아가야 하는 스웨덴에 있는 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지연 현상이 작용하고 있다고 소방본부는 설명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사다리 장비에는 차량용 반도체가 반드시 장착돼야 한다고 들었다. 일반차량에서처럼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안 돼 지연되고 있다고 제작주문 위탁업체가 알려왔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안 되는 배경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가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구조공작차용 사다리를 국내 업체가 제작할 수는 없었을까.

이에 대해 세종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용 특장차를 위한 국내 시장은 좁다. 국내 특장차 업체들이 적잖은 연구개발비를 들여 관련기술을 개발할 시장규모가 안 된다. 때문에 기술수준이 스웨덴 등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판이다. 그래서 높은 요구성능을 충족하려면 해외 업체에 주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5억9630만원 중 80%인 4억4704만원이 집행된 고성능화학차 구입 건도 조달검사 및 적재장비 구매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사고이월이 불가피한 케이스가 됐다.

코로나19와 관련, 예산이 삭감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금강변 합강오토캠핑장에 마련됐던 ‘세종생활치료센터’ 운영비 8173만원이다.

세종시는 지난 2월 말 코로나19 경증환자 수용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쓸 리조트·연수원 등이 세종지역에 없어, 고심 끝에 합강오토캠핑장을 생활치료센터로 정했다.

코로나19 경증환자 수용을 위한 캐러밴 45대도 약 19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입했다. 기존에 있던 캐러밴 30대는 이격거리를 띄워 캠핑을 하려는 일반 시민들에게 대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8일 정부는 돌연 각 시·도별로 설치한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종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코로나19 변이로 증상이 완화되는 현상이 역력해지면서 경증환자 격리수용을 하지 않기로 한 것.

이렇게 되자 경증환자 수용을 위한 캐러밴 45대는 일반 캠핑객 대여용으로 전환됐다고 세종시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따라 합강오토캠핑장의 대여용 캐러밴은 당초 30대에서 75대로 부쩍 늘게 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캐러밴 증설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절대로 허가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캐러밴 45대 구입비는 이후 캠핑객 등으로부터 받은 대여료로 다 충당됐다. 코로나19가 낳은 새옹지마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 위원들은 이번 추경안 심사를 하면서 “계획 단계에서부터 부실한 추계로 인해 감액이 많았다”고 지적한 뒤 “비용 추계 시 좀 더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교육안전위 소속 김효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청 추경안 심사를 할 때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안을 찾아 열심히 한 부서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서도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학생들이 있는 가정에 꾸러미 학습자료를 만들어 비대면으로 보낸 부서가 코로나19 상황에도 잘한 부서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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