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 노래, 마음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카렌 노래, 마음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11.09 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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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필리핀 다문화 여성 가수 김카렌… “희망 주는 노래 부를게요”
MBC 주최 이주민 가요제 왕중왕전 최종 우승, “세종 떠나지 못합니다”
필리핀 출신 김카렌은 "세종이 또다른 고향"이라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래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체구에 폭발하는 가창력, 김카렌을 아시나요.’

필리핀 출신 가수 김카렌이 세종을 무대로 조용하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전국 무대 진출에는 손사래를 치면서 세종을 고집하고 있는 작지만 큰 가수이다.

“세종시는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더 성장하게 만들어주면서 반갑게 맞아주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고향이 됐습니다.”

5일 오전 10시 ‘세종의소리’에서 만난 가수 김카렌(33)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10만의 도시 ‘말로로스’에서 태어났다.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은 선천적인 재인(才人) DNA가 가수로 바꿔버렸다.

이모·외삼촌 등 외가 쪽은 카렌이 어렸을 때부터 밴드를 결성, 활동을 해왔다. 지금도 필리핀에서 현역으로 활발하게 움직일 정도이니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다섯 살 때 학교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른 적이 있어요. 엄마가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었는데 그게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노래 잘하는 필리핀 어린이의 운명은 2016년 친구의 소개로 남편 김보곤씨를 만나면서 대한민국 다문화 가정으로 뒤바뀌게 된다. 현실이 운명을 새롭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선천적인 ‘끼’가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주부로 두지 않았다. 새롬동 주민센터 ‘쎄루치 합창단’에서 활동은 가수로서의 길라잡이가 됐다. 거기서 노래 연습하고 배웠다. 이주민 가요제에 나가서 장려상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랄까.

그의 실력은 숨길 수 없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수상에다 장원을 휩쓸었다. 조치원 전통시장 대회, 봄꽃 축제 등등…. 그 중 백미(白眉)는 2021년 MBC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이주민 가요제 왕중왕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요제가 열리지 못했는 데 마침 방송국에서 왕중왕 대회를 열었어요. 직전 대회 대상에 이어 최종 우승을 차지하게 됐죠. 너무 기뻤고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좋았습니다.”

카렌이 부른 곡은 가창력이 없으면 절대 소화할 수 없는 박정현의 ‘꿈에’였다. 왕중왕전 최종 우승은 중앙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는 세종을 고수했다.

“제가 꼭 곁에서 돌보아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늘 옆에서 지켜주어야 하고 그게 저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가족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른바 ‘지역가수’의 생존환경은 척박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카렌은 무대에 오르면 최선을 다해 관객을 감동으로 매료시켰다.

지난 10월, 세종시민 체육대회에서도 그랬다.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 무대를 작게 만들었다. 어수선한 야외 무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환호하고 박수로 맞았다.

“희망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 되도록 만드는 게 노래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다문화 여성도 꿈을 펼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주려고 해요.”

세종시민체육대회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하는 카렌

연출가 박칼린은 “카렌의 목소리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심사평을 한적이 있다고 했다. 노래는 잘 부른다는 얘기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운(運)이 따르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세종에서 활동하는 ‘가수 김카렌’.

‘쎄루치 합창단’에 감사하고, ‘다문화 가정’에 감사하고, ‘다정동 주민센터 통기타 모임’에 감사해 하고 있다.

이런 착한 심성이 ‘운’(運)이 되어 노래만 부를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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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조 2022-11-09 13:53:35
세종시민가수 환영합니다. 행수 송 불렸인연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