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과 도둑님
도둑놈과 도둑님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03.21 14:21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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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이번 선거에 나라의 명운 달려 있다

   도둑놈과 도둑님... 그리고 도둑을 이번 선거에서 경계하면서 옥석을 고르는 정치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사진은 공명 선거 포스터>
퇴근길에 차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세 후보의 질문과 답변을 듣는 프로였다. 세 후보는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답변하느라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한 일은 옳고 남이 한일은 그르다는 논조를 펼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도둑질을 하더라도 내가 하면 의적(義賊)이요 남이 하면 도적(盜賊)이라는 식이다.

웃음이 나왔다. 세 사람 다 공인이고 그들 중엔 구청장에다가 국회의원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누구인지 알 사람은 안다. 그런데도 진흙탕 속에서 서로 헐뜯기가 치열하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공식을 대입하여 당선만이 살 길이라는 각오로 올인하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그 후보들의 속을 잘 몰라도 세 후보와 같이 일해 본 사람은 그들의 인간성이라든가 부패의 척도 등 정보를 환히 꿰고 있다.

그런데 그 중 한 후보가 침을 튀배기듯 흥분하여  “이게 뭐 프로구단입니까. 서로 당적을 바꿔가며 맞트레이드를 하게요. 이게 뭡니까”라며 핏대를 올렸다. 한편의 코미디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얘기하는 식이다. 구태여 세 사람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안다” 청백리의 일갈

중국의 옛 일화에 청백리와 부패관리를 비교할 때‘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안다’는 이른바 사지(四知)가 유명하다. 중국 후한시대 양진이란 청백리가 있었다. 그는 태수로 부임하는 도중 한 고을에 묵을 때 그 지방 관리가 밤에 몰래 찾아와 금덩이를 바치면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걱정 말라며 뇌물 받기를 청했다.

이에 양진이 정색하고 답하기를 “아무도 모르다니?”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아는데…”라면서 그를 쫓아 보냈다. 십팔사략 양진편에 나오는 얘기이다.

세상에서 묻혀 지고 은폐될 줄 생각했던 우리 사회 곳곳의 돈봉투와 뇌물이 언젠간 밝혀진다. 설혹 많은 사람들이 몰라도 과거에는 하늘과 땅과 너와 내가 알았다면, 요즘은 인터넷도 알고 트위터도 알고 페이스북도 알고 동네 개도 알고 짓는다. 그러니 과거 당시에는 진실을 묻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더 이상 비밀은 없고 은폐란 더욱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권과 욕심이 있는 곳에서 돈봉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정치권에서 몰래 파묻었다고 생각했던 돈봉투가 뒤늦게 쏟아지면서, 정치권이 돈봉투때문에 한바탕 파동을 겪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남의 앞에서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뒷모습이 깨끗해야 한다. 항상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처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어찌 보면 '양진의 사지'처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아는 사실을 감춘다고 영원히 잊혀지겠는가?

그들이 자자체장을 하거나 국회의원을 하면서 저지른 부정행위가 그들을 옆에서 모셨던 부하들이 나중에 무덤에 가기 직전까지 토설하게 되면 내부고발처럼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 중의 한 후보가 지자체장 시절 인사를 앞두고 벌어진 해프닝이다. 그 지자체장은 인사에 관한 권한을 부인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초연한척 했다. 하루는 동네 노인이 관에서 시행하는 경쟁률이 치열한 희망근로를 하고 싶어 부인을 찾아가 청탁을 넣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한 장'을 요구했다. 이에 그 노인은 백만 원인줄 알고 그 돈을 준비해 갔더니 천만 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 부인은 희망근로가 뭐 하는 것인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부패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시 권력에 도전하는 비양심

주제 파악을 못한 이런 일들이 법치국가 대한민국 하늘 아래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음에도, 그 지자체장이 비리에 연루되어 조사 받으러 검찰청에 갔다가도 잘 빠져나오는 것을 보면서 개탄한 적도 있었다. 이 같은 웃지 못할 현실은 다 내부 고발에서 흘러나온 실화다.

도적의 정의는 사람의 돈이나 재물을 불법적으로 훔치거나 빼앗는 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 개중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일부러 도적질을 해서 감옥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도둑놈과 달리 겉으론 허우대가 멀쩡하게 생기고 잘난 인물로 행세하는 합법적인 도둑님이 공직을 맡는 순간, 생선가게의 곳간을 점령당한 것과 같아 나라의 미래는 암담하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2월 최대 재계단체인 경단련(經團連)의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회장이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을 작정하고 비판했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밥 먹고 사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봉급도둑이 아니고 뭐냐.”

당시 요네쿠라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똑바로 행동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당시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등 국회의원들에게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수준에 비해 세계 최고 대우다. 금뱃지를 다는 순간 특권이 무려 200여 개나 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을 하려고 기를 쓰는 모양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대충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월 평균 급여 941만원(연봉 1억3천만원), 기본급(봉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 월 520만원, 매월 입법활동비 180만원, 가계 지원비 86만여 원, 관리업무수당 46만원을 받는다. 또한 특별활동비, 상여금, 정근수당, 명절휴가비라는 명목 등으로 연간 1144만원을 수령한다. 도둑이 따로 없다.

그 뿐인가. 국회의원회관 내 사무실 제공과 함께 의정활동지원 보좌진 6명을 채용할 수 있다. 이밖에 KTX 및 국유철도와 선박, 항공기를 무료로 사용한다. 회기 외에는 현행범을 제외하고 불체포특권을 지니고 후원회를 조직하여 매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도 모을 수 있다. 전직 국회의원은 매월 120만원의 연금도 받는다. 이래저래 국민의 세금을 받는 생계형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연루되어 낙마하는 의원들이 종종 나와 망신을 당하고 있다.

세종시 탄생하면 올바르게 건설되도록 강하게 드라이브 걸어야

이번 선거를 통해 오는 7월 세종특별자치시로 탄생되는 연기 등 지역민들은 지역민이 소외된 세종시 건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그래서 세종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더 이상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고 올바르게 세종시를 건설하도록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도대체 정치인들이 뭐 하느냐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4년마다 거짓말만 늘어놓은 사기꾼들에게 이젠 진저리가 쳐진다’는 지적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 세종특별자치시민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초대 세종시장과 초대 교육감을 선택해야 한다. 그 분들 중에서 그래도 양심 바르고 도적질 덜 할 사람으로 골라 잘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세종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당만 보거나 혈연과 지연을 통해 묻지마식 투표는 이제는 안 된다. 인물을 보고 신중하게 검토하여 찍어야 한다. 귀찮다고 줄투표를 하는 것은 더더욱 곤란하다.

만약 이번에도 참신하고 정직한 일꾼보다 생계형 도둑님들이 대거 당선되면 그것은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묻지마 투표를 한 국민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우고, 굽어가는 등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을 수 있다.

최소한 도둑놈이나 도둑님이 국회의원이 되고 시장이 돠고 교육감이 되는 일만은 벌어지지 않기를 조상님을 비롯한 천지신명에게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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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 2012-05-07 13:17:41
님의 기대에 가까웠나요.국회로 보내자는 분 들이 많네요.공감두배.

세종시민 2012-04-05 16:41:04
능력있고 지역살림살이 잘 할수있는 능력있는 분 되어서 봉사할수있게 끔 신도성님 화이팅.....

예산댁 2012-04-03 18:13:15
편집위원님을 국회로 보내자에 나도 천만표^^
날마다 화이팅~~

seobosss 2012-03-26 10:06:18
이번이 마지막 !
마지막 기회야 !!있을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희망근로 들어갈때 차표한장이 아니고 일천만원이라구....오호라 통제라 애제라 .. 잘읽고 감니다.

예뿐여우 2012-03-22 18:50:21
콕콕 시원하게 긁어주시네요~~
신도성 편집위원장님 역시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