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모임에 공조는 없었다
공조모임에 공조는 없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3.07.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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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협의체로 도막난 '충청권 시도지사, 위원장 협의회'

반쪽회의로 끝이 난 충청권 시도지사, 시도당 위원장 협의회. 왼쪽 빈자리가 새누리당 시도위원장 좌석으로 4명 모두 불참했다.
‘공조체제 유지’, ‘과학비즈니스벨트’
16일 오후 2시부터 세종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청권 현안 해결 공조를 위한 시·도당 위원장 및 시·도지사협의회’의 주제어는 바로 이 두 단어였다. 현안 해결을 위한 공조가 공조체제 유지를 걱정하게 만들었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논의한 과학비즈니스벨트는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약 2시간에 걸친 회의는 끝이 났다.

회의 시작 10분 전.
회의장 입구에서는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과학벨트는 대한민국의 미래’
‘과학벨트 수정안 대전시의 독단적인 결정’
‘500만 충청도민은 분노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4개 시도의 입장은 바로 ‘1인 시위’ 피켓 안에 요약되어 있었다. 마치 회의 결과를 예측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회의는 반쪽으로 시작되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 중심에 서 있는 염홍철 대전시장을 대신해서 노병찬 행정부시장이 참석했고 역시 같은 시간대에 여성대회가 예정되어 있는 유한식 세종시장도 유상수 부시장을 내보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먼 길(?)을 온 걸 생각하면 머쓱할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안희정 충남지사도 역시 박정현 정무부지사를 보냈다. 물론 안 지사는 참석 의지는 있었으나 예정된 일정상 불가피했다는 박 부지사의 설명이 있긴 했다.

문제는 새누리당 대전·충남·북 시도위원장과 세종시당 위원장. 불참을 협의한 듯 전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참석자는 이상민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수현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 김종률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 이춘희 민주당 세종시당 위원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노병찬 대전시 부시장, 유상수 세종시 부시장, 박정현 충남도 부지사 등 이었다. 민주당은 참석했고 새누리당은 참석하지 않는 형태였다.

최승현 세종시 기획조정실장의 사회로 회의는 시작됐다.
이상민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 충청권 행정과 정치권의 결집으로 현안해결과 함께 공조를 해서 공동발전하려는 이 협의체에 지역민들이 기대가 많다. 유감스럽게도 새누리당 시도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 충청지역민들과의 약속인 만큼 원만한 회의 진행이 빨리 복원되길 바란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3년 동안 국내과학자들이 연구해서 만든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이게 정권이 바뀌면서 표류 위기를 맞고 있다. 기재부에서 돈 쓰는 걸 안하니 대전시에서 수정안을 받았다. 원안보다 수정안이 좋다면 당초부터 그것을 했어야 했다. 말이 안 된다. 기능지구는 빈껍데기만 남아있게 되었다. 원안대로 추진하는데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한다.

참석한 시도지사. 왼쪽부터 노병찬 대전시 행정부시장, 유상수 세종시 행정부시장, 이시종 충북도시자, 박정현 충남 정무부지사
이춘희 민주당 세종시당 위원장 : 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거점과 기능지구가 하나의 벨트를 이룰 때 중부권이 살아나고 세계 10대 과학중심국가로 성장이 가능하다. 벨트는 하나로 이어질 때 역할을 다한다. 수정안이 벨트를 끊어버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세종시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거점지구가 반도막나면 당연히 기능지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종시민, 충남북 도민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4개 시도의 공조를 취해야 한다.

김종률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 : 출범 두 달 만에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어 착찹하다. 자리에 앉다보니 새누리당 좌석이 텅 비어 안타깝다. 지난 7월 4일 과학벨트 수정안을 전격 합의함으로써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됐다. 충청권 공조는 무늬만 있고 알맹이는 없다. 과학벨트는 충청권 미래를 위한 공조의 산물이었다. 대전시가 공조의 산물을 독식했다. 다른 시도는 공조라는 덫에 빠져 들러리를 서지 않았나 걱정스럽다. 그렇더라도 공조를 깨뜨릴 수는 없다.

박수현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 : 마음을 표현하는 말 중에 ‘진심으로’라는 말이 있다. 그것보다 더 좋은 말이 있다면 오늘 그 말을 쓰고 싶다. 애초 초심에서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언론에서 반쪽회의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부 드린다. 과학벨트는 부지수정의 절차상 문제, 국고 부담 원칙의 훼손, 거점지구 분산에 따른 국책사업 의지 퇴색, 기능지구 역할의 축소 등의 문제가 있다. 대전시와 기재부가 짝짜꿍이 되어 수정안을 낸 것이 문제다.

노병찬 대전시 행정부시장 : 간단하게 인사말씀 드리겠다. 과학벨트는 공통으로 논의할 과제다.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해주어서 감사하다. 인사에 가름한다.

유상수 세종시 부시장 : 세종시 설치 특별법에 도와 달라.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조기 개정을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 미래부와 해수부 등 신설 부처의 세종시 입주에도 협조를 당부 드린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 충청권 4개 시도협의체가 현안을 원만히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먼저 얘기한다. 국가 권력이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대거 이동해오면서 현안사업이 많아 이것을 위해 공조체제가 만들어졌고 이 모임이 잘 되어야 한다. 과학벨트는 4개시도 공조의 산물이며 모두 다 원했으나 다른 지역으로 빼앗길까봐 대전시에 밀어주었다. 충남북, 세종시 양보의 산물이다. 기능지구가 제대로 되려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고 정부 예산이 투자되어야 한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해야 된다. 기능지구 활성화에 공조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민주당 시도 위원장은 전원 참석,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박정현 충남도 정무부지사 : 4개시도 협의회에 지사께서 참석해야하는데 외부인사 방문과 잡혀진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참했다. 충남의 입장에서는 공조의 틀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종시 문제로 단결을 해왔는데 과학벨트도 충청권 공동 현안으로 협의체가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

이상민 : 미창부, 해수부는 당연히 세종시로 와야 한다. 신설부처가 아니다. 주변지역이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박수현 : 국회분원 설치 문제는 상임위를 세종시에서 개최할 수 있다는 한 줄만 바꾸면 된다. 어떻게 중대한 일을 법률적 근거도 없이 할 수가 있겠는가. 세종시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시종 : 대전시 등 인근지역에서 대청호에 생태학습선을 띄우는 것을 이해해 달라. 청원, 옥천,영동군민들은 한이 맺혀있다. 상수원 때문에 그렇다면 오염문제가 전혀 없는 생태학습선이라도 다닐 수 있게 동의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노병찬 : 동의가 어려웠던 것은 운항에 따른 주변지역의 추가 개발 등의 문제가 있었다. 지역환경단체에서 좀 더 실무적인 협의를 거치도록 제안한다.

이시종 : 행정선이 다니는 댐은 실제로 많다. 배가 다니는데도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대전시가 반대를 하면 대전시 취수장이 있는 상수도 보호 구역을 피해서 충북지역으로 만 다니겠다.

이춘희 : 빠른 시일 내 실무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자.

김종률 : 환경단체에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자료를 갖고 설득을 해야 한다.

이상민 : 충청권 공조가 깨뜨려 졌다. 원인이 과학벨트이고 대전시와 중앙정부에 이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 측에 촉구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책사업인데 하려면 제대로 하고 못하겠다면 정직하게 박근혜 대통령이 못하겠다고 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 공조체제가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이춘희 : 염홍철 시장이 안 계신 가운데 결론을 짓기가 어려우니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자.

노병찬 : 큰 틀에서 대전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과학벨트는 충청권 공조로 이뤄낸 사업이어서 걱정을 해주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지 않으면 한 치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지난 2년간이었다. 거대한 사업이 좌초되면 충청권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사업이었다. 기본계획을 변경하지 않기 때문에 대전의 이기주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벨트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고심을 많이 했다. 기능지구 약화는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

이춘희 : 안건으로 제안하고 저 했던 내용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문제는 과학벨트에 대한 4개 시도가 어떻게 입장을 가져갈 것인가와 우려되는 기능지구 약화이다. 활성화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10분간 정회 후 논의 하자.

 

이춘희(회의 속개 후) : 결론을 내리겠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4개 시도 간에 약간의 이견이 있어서 이 상태로는 결론 내기가 부담이 된다. 특히, 4개시도 단체장과 위원장이 모두 참가한 게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수정안 문제에 방향을 잘 잡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거점과 기능지구가 하나의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엮어간다는데 공감을 한다. 빠른 시일 내 협의회를 개최해서 염홍철 시장, 안희정 지사, 새누리당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결론을 내겠다. 나머지 9개 과제는 논의한대로 이해를 하면 된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제시된 안건이 대체적으로 결론이 났고 충북도에서 제시한 대청호 생태탐방선 문제는 빠른 시일 내 실무적인 협의를 한다. 새누리당 시도 위원장의 불참으로 결론은 다음 번 협의회에서 내도록 하겠다.

회의장에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수정안을 받아들인 대전시에 대한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의 1인시위가 있었다.
충청지역 언론에서도 초미의 관심을 보였으나 회의는 반쪽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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