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거리 500미터 걸으니 영화 한 편 나오네요”
“조치원 거리 500미터 걸으니 영화 한 편 나오네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8.23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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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치원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 여는 신지승 영화감독
주민들 이야기로 영화 만들어... "즐기는 마을영화제 보러 오세요"
세계 최초로 마을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해 20여년간 100여편의 마을영화를 찍으며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마을영화제를 전국 곳곳에서 열고 있는 신지승 영화감독.
세계 최초로 마을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해 20여 년간 100여 편의 마을영화를 찍으며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신지승 감독이 조치원 문화정원에서 국제마을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종시 조치원 문화정원에서 ‘끄트머리 국제마을 영화제’가 열린다.

세계 최초로 마을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해 20여년간 100여개 마을에서 마을영화를 찍어 온 신지승 감독이 다양한 국적의 독립영화 감독들과 함께 글로컬한 영화축제를 마련했다.

7월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파주, 강원도 철원, 속초, 경북 영주, 제주, 부산, 전남 목포 등을 돌며 20개국 감독과 로컬노마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2022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에서 9번째 찾은 마을이 세종시 조치원읍이다.

미리 정해진 시놉시스도 없고 마을주민이 배우가 돼 그들만의 이야기를 꾸며가는 마을영화.

조치원마을영화제를 위해 10여명의 마을주민이 신지승 감독을 중심으로 뭉쳐 조치원 마을주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폐막작품으로 상영할 계획이다.

‘삶터에 극장을! 생활인에게 극을! 영화의 동성회복!’을 외치며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고 있는 신지승 감독을 22일 오후 조치원 문화정원에서 만나봤다.

22일 조치원문화정원에 모인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에 참여한 영화감독 및 조치원영화제작단 시민들
22일 조치원 문화정원에 모인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에 참여한 영화감독 및 조치원영화제작단 시민들

- 끄트머리 국제마을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인가.

“영화제나 TV,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상품과 예술로서 영화라면 마을영화는 축제로서 극영화입니다. 관객과 출연자 스태프를 구분하지 않고 서로 영화를 매개로 교류하며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가는 것이죠. 이미 제가 사는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2리는 서화리 영화마을로 유명해졌죠. 도시 중심의 국제영화제를 이동 없는 삶터에서 일상 공간, 생활인과 영화인이 함께 하는 세계 최초의 국제영화제입니다.”

- 영화제 이름을 '끄트머리'라고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끄트머리에 살고 있으니까요. 둥근 지구 한 끝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죠. 그래서 영어 이름은 'Aporia International Village Film Festival(아포리아 인터내셔널 빌리지 필름 페스티벌)'이라고 정했습니다. 여기서 아포리아(apolia)는 철학적 용어로 '막다른 골목'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모순'을 뜻하는 말이지요.

마을영화의 창시자인 신지승 감독은 2000년부터 경기도 양평에 정착하며 주민이 출연하는 영화를 제작했다.

조치원문화정원에 모인 영화감독과 시민들
조치원 문화정원에 모인 영화감독과 시민들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와 마을주민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마을주민이 직접 배우가 돼 찍는 영화야말로 진솔함이 있다’는 신념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마을영화를 제작하던 신 감독은 2017년 양평자택이 화제로 전소돼 졸지에 노마드(방랑자) 생활을 하게 됐다는 것.

온 가족과 함께 트럭에서 생활하며 강원도 인제군 서화리까지 오게 된 신 감독은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 ‘길 위의 빛들’로 담아내 2019년 경기도가 주최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받아 서화리를 세상에 알렸다.

- 이번 조치원에서 열리는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에는 어떤 작품이 출품됐나.

“올해는 마을영화제가 국제마을영화제로 확장된 지 3년차로 독특한 영상미와 작품세계를 갖춘 독립영화들이 많이 출품됐습니다. 그리스의 건축가 출신 드미트리스 쥐제파스 감독의 ‘오기기아’, 프랑스의 엠마누엘 텐넨바움 감독의 ‘자유낙하’, 영국의 제이슨 버니 감독의 ‘배상’, 중국의 자오 강 감독의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영국의 마이크비치 감독의 ‘석가래’ 등의 외국 작품이 상영됩니다.”

“한국 감독으로는 이소민 감독의 ‘담배 한 까치’, 안상욱 감독의 ‘구인’, 김민아 감독의 ‘N번지의 볶음밥’, 이세윤 감독의 ‘주문진에서 주윤발을 만난다면’, 이효림·나현우 감독의 ‘개와 늑대의 시간’, 구예형 감독의 ‘배우, 인간으로서’ 등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 조치원에서 영화도 찍고 있다는데 어떤 영화인가.

“조치원 7길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서민들의 삶을 압축해 놓은 박물관 같습니다. 1930년대에서 90년의 시간을 펼쳐 놓은 박물관 그 자체지요. 조치원에 와서 조치원역, 조치원시장, 문화정원 등 골목 골목 다니니 정말 독특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1일 마을영화제에 스태프와 배우로 활약할 마을주민들을 만나보고 22일은 조치원 7길을 따라 조치원 문화정원까지 걸으며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완성되기 전까지 어떤 영화가 될지 저도 모르죠.”

영화감독의 눈에 비친 조치원7길은 그대로 영화세트장이다.(신지승감독이 찍은 조치원7길 모습)
영화감독의 눈에 비친 조치원7길은 그대로 영화세트장이다. (신지승 감독이 찍은 조치원7길 모습)

-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해준다면...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까지만 가게를 여는 이발소가 있더라구요. 혼자 하다 보니 그 외 시간은 힘들다고 하던데요. 주인이 카메라는 찍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유를 몰랐는데 결국 아침 9시에 그 옆 구멍가게에 가서 소주 한잔을 함께 하다 보니 그 비밀을 알게 됐습니다.”

신 감독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처음 조치원을 방문한 신지승 감독은 조치원 골목 하나 하나의 사연에 귀를 기울였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기차가 다니고 시장을 형성하면서 사람들이 살던 동네에 1930년대 지어진 정수장도 있고, 공장건물, 거리, 대문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영화 ‘반칙왕’을 촬영했던 조치원 권투체육관에서부터 1935년 건축된 옛 조치원 정수장, 조치원전통시장을 외지인의 눈으로 바라보니 스토리의 보고(寶庫)였다고 한다.

22일은 '그대가 조국'등 많은 작품활동과 국내외 영화제 수상으로 유명한 이승준 감독이 조치원에 응원방문해 해외 감독들과 조치원 영화제작단 시민들과 만나 영화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22일 조치원문화정원을 찾은 이승준 감독이 프랑스에서 온 임마누엘 감독과 영화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22일 조치원 문화정원을 찾은 이승준 감독이 프랑스에서 온 임마누엘 감독과 영화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어떻게 조치원까지 오게 됐으며 실제 조치원에서 영화제를 준비해 보니 어떠한가.

“조치원 문화정원을 운영하는 ‘두잉지 프로젝트’ 장재영 대표가 신청해 함께 하게 됐다. 조치원 마을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마을영화제를 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이번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외국인 감독들과 함께 조치원을 다녔는데 ‘침산추월’ 캠핑장 카페에서 ‘오징어게임’에서 나온 뽑기 게임을 하니 너무 흥미로워했다. 조치원의 전통을 그대로 살리면서 스토리를 입히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관광을 올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 될 것 같다.”

2022 조치원마을영화제와 함께 진행되는 끄트머리국제영화제는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 조치원발전위원회, 두잉지 프로젝트, 문화공작소, 끄트머리마을영화제 집행위원회가 개최한다.

한국, 중국, 영국, 그리스 등 세계 곳곳에서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들이 세종시 조치원을 찾아 시민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출품작도 함께 감상할 예정이다.

영화제는 25일 오후 2시 시청자미디어센터 다목적홀에서 상영되는 ‘오기기아’(드미트리스 쥐제파스.그리스)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진행된다.

영화는 모두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 싶은 시민은 상영시간에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나 조치원 문화정원에 가면 된다.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프로그램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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