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등교 의미 알려줬다”
“코로나19가 등교 의미 알려줬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7.17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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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 교장의 해밀초 이야기] 코로나상황에서 학생이 등교를 요구한 사연
학생들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 대자보 붙여…모든 책임은 교장이 져야
유우석 교장
유우석 교장

2020년 겨울 방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기온이 낮아지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었고, 가급적 등교를 추진했던 교육청도 부분 등교를 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아이들 교장실로 우르르 몰려와 큰 도화지에 쓴 내용을 읽어내려갔습니다.

‘혹시 가람반 말고 다른 반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일까?’

“담임 선생님과도 얘기해봤니?”

아이들은 다른 반 친구도, 담임 선생님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했습니다.

당시 기억에 이쯤에 담임 선생님도 당황해하며 급하게 교장실로 내려온 것으로 기억납니다.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할까 걱정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6학년 가람반 학생들이 교장실에 붙인 대자보 '우리가 등교해야 하는 이유'

“교장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과 협의해보고 수요일까지 알려줄게. 대신 쓴 종이는 교장실 벽에 붙여놓으렴, 너희들이 생각했을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오래 붙여놓을 수 있는 곳에.”

당시 아이들의 제안은 선생님들의 협의를 거쳐 전면 등교는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1~2일을 더 나올 수 있게 하는 조치로 끝이 났습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렇게 붙여놓은 종이가 지금도 붙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쓴 이 벽보는 해밀초를 앞으로 가는 방향에 있어 중요한 방향키가 되었습니다.

학교에 나온다는 것은 단순히 출결과 교과서 진도의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코로나19가 알려주었습니다.

당시 수도권에서 1학기를 마치고 전학 온 친구는 1학기 등교일수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입학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1학년은 정체성을 유치원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헷갈리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명확히 답을 내리지 못할 때 아이들은 ‘등교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와 함께 읽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21년 겨울, 다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전면등교를 했는데 겨울방학이 다가오자 기온이 낮아져 그런지 20년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지침이 내려왔는데 부분등교를 하라는 안내뿐이었습니다. 보통 때는 ‘학교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달리 운영할 수 있다.’라고 참고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여지가 없는 부분등교였습니다.

교육청에 문의했습니다.

왜 여지를 두지 않았는지,

그리고 자체적으로 해도 되는지.

‘그래도 교육청의 지침인데…….’와 ‘학교장이 책임지면 되지…….’라는 끝이 두루뭉술한 답변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다 그것이 최선의 답변이라 생각됩니다.

학교가 하나의 기관으로서, 졸업한 아이들이 쓴 벽보를 생각하며 공동체의 의견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의 벽보를 붙여놓은 마당에 그냥 물러나기에는 나름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의견을 묻고, 연석회의(학생,학부모,교직원)를 통해 협의하고, 최종 학교장이 판단하겠다고 안내장을 내보냈습니다.

학교장의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였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위원회에서 결정했다.’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등교방문에 관한 설문

설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학부모의 80% 이상이 전면등교를 원했고, 교사의 85%이상이 전면등교를 원했습니다. 아이들은 반에서 담임 선생님이 거수로 조사를 했는데 50%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등교방법에 따른 설문 안내장
등교방법에 따른 결과 안내장

이 설문 결과를 연석회의에서 공유하고, 해밀초는 전면등교로 간다는 안내장을 내보냈습니다. 다행히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큰 일없이 지나갔습니다. 물론 2주 동안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특히 주말을 지낸 월요일, 화요일은 확진자 또는 밀접 접촉자 발생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이 이런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이어 나타났습니다.

제가 알기론 세종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이 규모가 있는 학교들은 학급 졸업식을 하거나 온라인 졸업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 6학년 선생님들은 강당에서, 부모님을 초대하여 많은 사람이 축하해주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물론 앞에서 발열 체크,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미접종자는 음성확인서 등의 방역 조치를 하고 희망하는 학생 가족은 다 참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학생 120명에 가족 300여명으로 족히 5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졸업식을 축하했고, 그에 맞는 무대 행사를 준비하여 지금도 만난 학부모들은 졸업식 얘기를 합니다.

해밀초 1회 졸업식 사진
해밀초 1회 졸업식 사진(2021년 졸업식 기념촬영)

“졸업식에 혹시 폐라도 끼칠까 봐 주말에 외출하지 않았어요.”

“2주 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여 졸업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혁명이 아닐까요?”

“이런 결정 어려웠을 텐데, 의미 있는 졸업식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졸업하는 아이들, 부모님들과 사진을 찍을 때 마스크 넘어 전하는 말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큰 졸업식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걱정은 되지 않았는지 이 졸업식 전체 기획을 한 6학년 부장 선생님에게 나중에 물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어요.’

여전히 교장실 유리 벽에는 당시 쓴 벽보가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벽보가 몇 개 붙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가 매일 등교해야 하는 이유’라는 벽보를 유심히 관찰하고 쓴 다른 내용의 벽보입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끝날 것입니다. 끝나는 방법이 바이러스의 완전 소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코로나19 상황 속 안내장 중 일부
코로나19 상황 속 안내장 중 일부

어쨌든 코로나19로 멈췄던 일상에서 다시 회복될 것입니다.

예전 전염병에 비해 훨씬 길었지만 언젠가 종식으로 갈 것이고, 그 시간 동안 학교 현장에 있는 우리는 혹은 어디에 있었을까 되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을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습니다.

교장실에 걸린 또 다른 대자보
교장실에 걸린 또 다른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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