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후보’, 민주당-국민의힘...불편한 동거 ‘눈길’
‘한 지붕 두 후보’, 민주당-국민의힘...불편한 동거 ‘눈길’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05.25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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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지역구 중 2곳… 도담·어진동 민주 이순열-국민의힘 김영래
제14선거구 소담동서도 민주 김현미-국민의힘 송동섭, 같은 층에
“불상사 없게 서로 조심… 내 선거운동에만 열중, 심판은 유권자가”
세종시 소담동 복합커뮤니티센터 길 건너 맞은 편 빌딩에 내걸린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세종시의원 선거 후보 현수막과 송동섭 국민의힘 세종시의원 선거 후보의 현수막,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이 빌딩 3층에 나란히 들어서 있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종시의회 의원 선거의 두 거대 정당 후보들이 한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차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지붕 아래 동거’라고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한 이같은 사례는 세종시의원 선거 18개 선거구(지역구) 중 두 곳이나 된다.

각종 선거에서 입후보한 후보들은 지역구 안에서 유동인구가 많거나 유권자의 시선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 선거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같은 건물 그것도 같은 층에 입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같은 건물에 당선을 놓고 경쟁하는 후보와 함께 선거사무소를 둘 경우,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안’을 지키기 어렵고 자칫하면 물리적 충돌을 빚는 불상사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곳 중 첫째는 제8선거구(도담·어진동)의 이순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영래 국민의힘 후보이고, 두 번째는 제14선거구(소담동)의 김현미 더불민주당 후보와 송동섭 국민의힘 후보이다.

이순열 민주당-김영래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는 세종시 도담동 중앙타운 7층에 나란히 들어서 있고, 김현미 민주당 후보와 송동섭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소담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앞 길 건너 맞은 편에 있는 빌딩 3층에 나란히 입주해 있다.

비어 있던 사무실을 임대한 네 후보들의 선거사무소는 각각 가운데에 비어 있거나 다른 사무실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한 칸 띄어 들어서 있다.

이 두 곳에서 먼저 선거사무소를 설치한 후보들은 모두 민주당 후보들.

김현미·이순열 민주당 후보는 “경쟁하는 후보 선거사무소가 같은 빌딩 바로 옆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 처음에는 화도 났다. 아무리 정치판, 선거판이라고 하지만 상도덕이라는 게 있는 건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현미·이순열 후보는 “하지만 어쩌겠나.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집한 선거운동원들에게 신신당부하고 교육을 했다. 불미스런 일이 절대로 나지 않도록 처신하자고 했다”면서 “엘리베이터 등에서 마주치면 먼저 상냥하게 인사를 한다. 물론 그 이상의 대화가 진전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보궐선거에서 이순열 후보와 맞붙어 패배하는 바람에, 낙선한 경험이 있는 김영래 국민의힘 후보는 “2년 전 선거사무소로 썼던 빌딩을 찾아가 보니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인근의 다른 곳을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 중 비어 있는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도담동 중앙타운 빌딩 7층에 있는 이순열 더불어민주당 세종시의원 선거 후보 사무소 입구. 이순열 후보 선거사무소 바로 오른쪽 사무실은 세입자가 없어 현재 불 꺼진 채 비어 있고, 그 오른쪽 밝은 빛의 사무실이 김영래 국민의힘 세종시의원 후보 선거사무소이다. 
세종시 도담동 중앙타운 빌딩 7층에 있는 이순열 더불어민주당 세종시의원 선거 후보 사무소 입구. 이순열 후보 선거사무소 바로 오른쪽 사무실은 세입자가 없어 현재 불 꺼진 채 비어 있고, 그 오른쪽 밝은 빛의 사무실이 김영래 국민의힘 세종시의원 후보 선거사무소이다. 

이어 그는 “도담동에서 빌딩 외벽에 현수막을 내걸 수 있는 점 등 선거 관련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이 곳 중앙타운 빌딩밖에 없었다. 이순열 후보가 먼저 들어온 것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소담동 송동섭 국민의힘 후보는 “저는 김현미 후보가 이 빌딩에 먼저 들어온 줄도 몰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뒤 “아시다시피 제가 좀 뒤늦게 공천을 받았다. 마음은 급하고…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이 빌딩이 소담동 복컴 앞이어서 유동인구가 많아 위치가 좋고, 현수막을 걸 수 있다’고 소개해, 소개받은 날 바로 중개업소 사무실에서 먼저 계약부터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여러 준비를 하고 와 보니 김현미 후보가 들어와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면서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상대 운동원들 보면 제가 먼저 인사한다. 우리 운동원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얘기했다. 나중에 승패가 갈리겠지만, 각자의 선거운동에만 열심히 하면 될 일 아닌가. 빌딩 복도에서 마주쳐도 아무런 문제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물론 전국에서도 전례가 거의 없는, 기묘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두 당의 세종시의원 선거 후보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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