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가격리 일주일, "창밖 계절은 바뀌었네”
코로나 자가격리 일주일, "창밖 계절은 바뀌었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4.09 0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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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은 기자의 자가격리 체험기] 오미크론 증상, 가볍지 않아…감기약 부작용도
가족 3명 모두 확진, 물러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이제는 한풀꺽여 일상 회복중
코로나확진으로 온가족이 자가격리를 하고 있던 일주일만에 창 밖의 계절은 바뀌어있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온가족이 자가격리를 하고 있던 일주일, 창 밖의 계절은 완연한 봄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느 때와 다른 바쁜 주말이었다. 

토요일은 모 예비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에 취재를 다녀왔고 일요일엔 국립수목원에서 행사가 있었다. 딸은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보고, 주말을 맞아 집에 온 남편만 집에서 쉬고 있었다.

시험을 보고 온 딸은 피곤하다며 종일 잤고, 환절기에 늘 비염에 시달리는 남편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일요일 오후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열린 한 패션쇼 행사 취재를 다녀오니 목이 칼칼했다.

느낌이 좀 이상해 자가진단키트로 신속항원검사를 해 보니 흐릿하게 두 줄이 나왔다. 다른 가족들도 우려한대로 역시 양성이었다.

일요일 저녁 때가 가까워 신속항원검사를 해 준다는 가까운 병원으로 전화를 해 보니 진료 예약은 이미 끝이 났다.  세종시청 앞 선별진료소에서는 PCR검사를 하겠지 싶어 모든 가족을 차에 태우고 보람동 시청 앞으로 갔다.

목과 코를 찌른는 PCR 검사는 네 번째였지만 역시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온 식구 양성일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으로 각자 직장에 연락했다.

늘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하고 새로운 정보를 확인해 알 만큼은 안다고 확신했지만, 온 가족 확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잠을 못 이루는 첫날 밤, 세 식구의 기침은 점점 심해졌다. 남편은 열이 나고 코가 막히며 가래와 기침이 심했다. 나는 목이 조금 아프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두들겨맞은 듯하게 근육통이 심해졌다.

전에 사다 놓은 코로나 치료약, 감기약 세트가 있어 진통제와 종합감기약을 먹었지만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잠을 설쳤다.

오전 7시 23분쯤 PCR검사 '양성'(확진)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 목록 링크와 자기 기입식 조사서 문자메시지 링크가 함께 왔다.

오전 8시 30분부터 문을 여는 병원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증상을 물어보며 약 처방을 해 주었다. 진료비와 약값은 무료였다.

온 가족이 확진이라 약국을 방문할 수 없어 택배 서비스를 기다렸는데 한참 만에야 약이 도착했다. 아침밥을 대충 챙겨먹고 약을 먹으니 졸음이 밀려왔다.

오미크론 증상은 약하다는데, 보통 독감보다 훨씬 심하게 느껴졌다. 가족들 증상이 모두 다르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남편은 주로 목을 공격받는 듯, 목이 심하게 아프고 미열이 나며 콧물과 기침이 심했다.

딸은 두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했다. 나는 근육통과 두통으로 시작하다가 목은 뒤늦게 아팠다. 흔히 듣는 것처럼 증세가 가볍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니 졸음이 심하게 왔고 정신이 멍해져,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보도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심할 때는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도 힘든 것은 매한가지였다. 수시로 카카오톡과 전화가 걸려 와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미심쩍은 느낌으로 신속항원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고(사진 왼쪽) PCR 검사에서도 역시 같은 결과로 격리명령을 받았다.

시험준비를 하는 딸도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생존모드로 들어갔다. 일단 집에 있는 식재료를 파악하고, 부족한 것은 배달서비스를 이용했다. 하루 3번 약을 먹어야 했으므로 밥을 챙겨 먹는 것도 일이었다.

오미크론은 후각과 미각에도 손상을 주는 듯, 모든 음식의 맛과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밖은 더할나위없이 화창한데 14층 아파트 안에 갇힌 세 식구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글자를 읽는 것도, TV를 보는 것도 집중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약과 비타민을 챙겨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각자의 방에서 기침을 하며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심해지는 기침소리와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에 내 몸 아픈 것보다 가족의 몸 상태가 더 걱정이 됐다.

6일쯤 지나자 나는 목 아픈 것과 근육통이 없어지며 조금씩 괜찮아졌지만, 남편은 계속 기침을 하고 딸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면 별다른 조치 없이 격리가 해제된다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없을지 걱정이 앞선다.

수시로 환기를 하느라 창문을 열어두는데, 더 이상 차가운 공기는 들어오지 않는다. 자가격리를 하는 도중 계절이 갑자기 바뀌어 14층 베란다 창 아래 보이는 아파트 정원에 봉우리도 맺지 않았던 벚꽃이 만개했다.

몸은 점점 괜찮아지지만 토요일 자정이 지나면 격리가 해제된다는데 과연 코로나바이러스도 함께 사라지는지 궁금하다. 격리되어 있는 동안 보건소에서는 격리통지 문자메시지 세 번을 받았고 충청권 트라우마센터에서 코로나19 심리지원 상담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가끔 휴대전화로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는데, 격리해제 후 더 심한 증상들이 생겼다는 뉴스에 불안하기도 하다. 힘든 기간에도 가족들끼리 함께 서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 확진 후 자가격리 중 ‘세종의소리’에 실린 배윤정 칼럼에 ‘코로나 감염 후 오래가는 기침 어떻게 하나요’ 같은 의사 선생님의 글이 위안이 됐다.

‘나의 건강을 스스로 책임지고 지키려는 노력이야말로 코로나19 긴 터널의 마직막에 가작 필요한 것’이라는 배 선생님의 조언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와 닿는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과 코로나 재택치료 필수상비약. 총 6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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