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역 공동체에서 세종시 미래를 ...
작은 지역 공동체에서 세종시 미래를 ...
  • 이재관
  • 승인 2013.06.26 12:5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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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재관 안행부 정책기획관, '세종시 출범 1주년'을 맞이한 소회

이재관 전 세종시 출범 준비단장이 세종시 출범 1년을 맞아 소회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이 전 단장은 안정행정부 정책기획관으로 재직 중이며 서울에서 지켜보는 세종시에 대한 뿌듯함과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조건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 전 단장이 보내온 글 전문이다./편집자 씀

   세종시 출범 준비단장을 역임하고 안전행정부 정책기획관으로 재직 중인 이재관 전 단장은 "세종시가 성공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와 교육청 출범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이 꼭 엊그제 같은데 출범한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언론에 세종시 기사가 나오면 빠짐없이 챙겨보게 되는데 비판기사라도 나오면 혹시 내 잘못해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조바심마저 든다. 또한 갓난아기가 걸음마를 배우 듯 제 모습을 찾아가는 기사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게 뿌듯하다. 인지상정인가 보다.

요즘은 이주공무원들이 겪는 불편과 행정의 비효율성이 많이 거론된다. 예상 못한 일은 아니지만 다른 부처는 다 내려가는데 출범시킨 당사자는 서울에서 지켜보는 것이 영 편치가 않다. 하루빨리 정상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그래서 더 간절한 것 같다.

‘시간이 약이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세월이 흐르면 문제가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전으로 청사를 이전하고 10여년이 흐르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근거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 세종시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목적을 가진 계획도시다. 세워진 계획대로 치밀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계획 자체에만 너무 급급해 한다. 그것도 인프라 구축에 너무 매몰되어 있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중앙 청사를 이전하고 교통망과 문화·복지시설을 완비하는 계획이 2030년까지 완료되면 수도권 집중과 국토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까. 인프라 과제는 그래도 시간이 약이란 말이 어울릴 수도 있다. 계획대로 예산이 투입되면 해결되는 일이니 말이다. 시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과제가 있으니 그것은 시민 의식과 역량이 아닌가 싶다.

인프라 구축은 시간이 해결하지만 시민의식과 역량은 서로 간 신뢰 있어야...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령화와 출생률 저하로 인한 사회의 생산성 저하, 독거노인 문제 등등.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할 과제는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행정기관의 보호영역에 포함시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예산도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치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민간부문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자율적인 봉사조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그 하나일 것이다. 지역별 공동체가 복원되어야 하고 이웃 간 근린조직(Neiborhood Organization)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두레라든지 계와 같은 상부상조 조직을 말한다.

가족이 있지만 현실을 보면 가족이 보호하는데 이런 저런 한계가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이 숨을 거둔지 몇 달이 지나서 발견되었다는 등의 기사가 어렵지 않게 등장한다. 보육과 자녀교육, 방범 등 지역 공동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이웃이 의논하고 힘을 모으는 공동체 조직이 그래서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근린조직은 자율성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구성되고 회원들 간 신뢰라고 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그 밑천으로 한다. 다는 아니지만 요즘 많은 시민, 사회단체는 그것보다는 돈을 중시한다. 그것도 회원들의 출연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지원이라고 하는 의존재원에 기대는 경향이 많다. 그럴 경우 자율성과 자발성 보다는 지원기관의 의지와 명분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행정기관의 뜻에 좌우될 여지가 큰 것이다.

세종시는 원주민 보다 이주민의 비중이 더 큰 도시구조다. 그래서 지역 공동체가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고, 그런 만큼 공동체를 구성할 구심축도 약하다. 하지만 지역공동체의 필요성은 어느 곳 보다 크다. 세종시가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주창하면서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도시 인프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선진형 인프라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은 결코 돈으로,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기에 지금부터 그러한 공동체 복원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세종시 출범 준비단장 시절 관내 현황을 설명 중인 이재관 전 단장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요즘 자치단체에 소모성 축제와 행사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왜 축제가 많은 것이 지적을 받아야 할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축제에 행정기관의 예산이 무분별하게 투입되기 때문이다.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자기 지역과 특산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계기성 축제를 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세종시, 성숙한 시민사회 조직으로 지역공동체가 발현되야 성공적인 미래 보여

다만 여기에는 지역 공동체가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전제가 있다. 행정기관은 지역의 수많은 축제와 행사를 홍보하고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행사에 예산을 지원할 일도 없고 누가 행사에 참여해서 정치적인 논란의 소지를 만들 필요도 없다.

진정한 지역사회의 발전은 인프라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의 참여수준과 방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와 같은 행정 권력에 대항하는 시민 조직이 아니라 이젠 행정기관이 포용하지 못하는 아니 하지 못하는 행정의 사각지대를 이러한 시민조직이 채워주는 지역으로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것은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상호신뢰에 기반하여 건전하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구축할 때 가능한 것이다.

세종시는 세계 어디에도 갖추지 못한 인프라가 구상되어 있고 그 구상이 하나하나 실현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성숙한 시민사회조직, 지역의 공동체가 발현될 때 세종시의 미래상은 완성되는 것이다.

출범 1주년을 맞이하면서 세종시의 웅대한 꿈을 실현하는 노력이 마을단위의 작은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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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2013-06-28 08:41:37
세종시에 대해서 걱정 안해도 잘 돌아가요. 이젠 쇼 그만 해요

오롯세상 2013-06-27 18:05:22
출범준비단장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좋을 글로 뵙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떠나셔도 마음은 언제나 세종을 걱정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후배들이 더욱 분발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2013-06-26 13:42:39
너무 오랜만입니다. 컴퓨터에서 뵈니까 반갑습니다. 여전히 건강하시죠. 세종시에서 다시한번 뵙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