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실장·국장·본부장, 6~9급 직원에게 평가 받았다?
세종시 실장·국장·본부장, 6~9급 직원에게 평가 받았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02.24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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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사위원회, 24일 ‘청렴도 향상 위한 청렴시책 발표회’ 주관
18명 심사위원 중 12명이 6~9급 직원, 국장·과장들 발표 평가
다양한 제안 쏟아져… 상사 식사 모시기·보고서 대리 작성, 여전
24일 오후 세종시청 4층 여민실에서 열린 '청렴도 향상을 위한 청렴시책 발표회'에서 이상호 보건복지국장(연단 앞에 서서 마이크를 든 사람)이 보건복지국의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단상 아래 맨 앞줄 좌석에 이춘희 세종시장과 시청 내외부 심사위원들이 앉아 경청하고 있다.

세종시 실장과 국장, 본부장들이 6~9급으로 구성된 부하 직원들에게 평가를 받았다. 

24일 오후 4시부터 2시간여 동안 세종시청 4층 여민실에서 진행된 ‘청렴도 향상을 위한 청렴시책 발표회’에서다.

이날 발표회에서 실장·국장·본부장 및 불가피한 사유로 불참하게 된 이들 부이사관급 간부 3명을 대신한 과장 3명 등 12명은 세종시 청렴도 향상을 위해 각 실·국·본부마다 발굴한 시안을 ppt 등을 활용해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했다.

단순한 발표에 그친 것이 아니라 18명으로 구성된 심사단의 질문과 평가를 받았다.

18명 중 12명은 소방장 계급을 가진 소방관 1명을 비롯해 세종시 12개 실·국·본부에 각각 소속된 6~9급 직원 11명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6명은 세종시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인 김정환 한국영상대 경찰행정과 교수(전 세종경찰서장)와 성은정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신상두 굿모닝충청 기자, 신은정 충북도 감사관실 청렴윤리팀장, 임동수 세종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이다.

일각의 외부인들이 보기에 상하 관계가 뒤집힌 것 같은 형식의 발표회가 열린 것은 세종시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종합 4등급을 받았기 때문.

다만 12개 실·국·본부의 발표 내용은 실장·국장·본부장이 단독으로 작성한 내용이 아니라, 실·국·본부마다 전체 또는부분 회의와 브레인스토밍 등을 거듭하면서 걸러지고 압축된 내용들이라고 세종시는 밝혔다.

세종시 청렴도 향상을 위해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젊은 후배 공무원이 신조어·MBTI 등을 나이든 선배 공무원들에게 가르치는 역멘토링 시행 ▲사무관급 또는 6급 이하 주무관들이 요일별로 국장·과장 점심식사 모시기 지양 ▲국장·과장 점심식사 모실 때마다 메뉴 및 룸이 있는 식당 선별하느라, 실·국·과의 서무담당 직원 또는 막내 직원의 업무 부담 과중 ▲6급 이하에게만 따로 적용하는 인사제도 운영팀을 실·국 안에 독자적으로 구성 운영 ▲일일업무보고는 과장이 직접 작성해 보고하라고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시했는데도, 6급 주무관 등에게 대리작성 하도록 해 업무 부담 과중 현상 야기 등이 제시됐다.

또 ▲승진 인사에서 늘 소외된다는 읍면동 직원들의 피해의식 해소 방안 ▲농업직렬 등의 경우 어차피 연공서열에 의해 승진 순서가 정해지고 ▲고참 직원들은 쉬운 업무만 맡는 관행 해소 ▲휴가·연차를 쓸 때 아직도 사유를 묻는 일부 간부가 있는 점 ▲청렴 이행 자가진단의 날 운영 ▲시민들과 함께 청렴을 주제로 한 웹툰 제작·배포 ▲민간과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전과 후, 도중 등 각각의 단계별로 청렴선언문을 잘 인지하도록 강조하거나 문자메시지 발송, 사후 청렴만족도 조사 실시 등이 거론됐다.

인사 또는 불공정 부문에 해당되는 시청 내부적 사안이 적잖이 거론된 것은 언뜻 청렴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국민권익위가 기관별 청렴도 조사를 할 때 이른바 ‘내부청렴도 조사’도 병행하기 때문이다.

내부청렴도는 주로 상사의 갑질 여부, 불공정한 업무지시 및 기관 내 낙후된 관행 여부 등이 측정·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일 오후 세종시청 4층 여민실에서 열린 '청렴도 향상을 위한 청렴시책 발표회'에서 김성기 기획조정실장이 단상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기획조정실 안을 발표하고 있다. 단상 아래 맨 앞줄에 이춘희 세종시장 및 내외부 심사위원들이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날 제시된 대안들이 모두 다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좀 더 심층검토 등을 한 뒤 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안들이 채택돼 실천에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시장은 이날 간단하게 인사말만 한 뒤 심사·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2시간여 내내 발표 내용 등을 경청했다.

이날 발표회는 세종시 감사위원회(위원장 김성수) 주관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세종시 대표 청렴옴부즈만인 강호정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가 맡아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민실에는 50여 명의 직원만 자리에 앉아 지켜본 가운데, 다른 시청 직원들은 각각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사내TV로 중계되는 이 발표회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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