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통공룡이 몰려온다
외국 유통공룡이 몰려온다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3.1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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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발효 ··· 미국계 업체 대전진출 노려

- 실무진 시장조사 나서 '공습'현실화땐 초토화
- 소상공인들 "산넘어 산" 상생법·조례로 못 막아

 
<속보>=대기업 대자본의 무분별한 영역 확장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중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가운데 현 상황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고, ‘산 넘어 산’,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란 얘기가 대전지역 경제계에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우려섞인 전망이 대두되는 것은 15일 발효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기인한다. <본보 3월 6일자 10면 등 보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시장이 새롭게 열린다’라며 일제히 장밋빛 청사진을 내세워 한·미 FTA 발효에 환영의 뜻을 표명하는 것과 달리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생존권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거대한 벽안(碧眼)의 공룡들이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들은 호시탐탐 한국시장을 노려온 미국계 유통업체들의 ‘공습’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사업 확장에 따른 피해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극심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제 한 미국계 유통업체 실무진이 최근 대전지역에 영업 중인 대기업 유통업체들을 찾아 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미 FTA에 따른 판도 변화가 피부로 감지되고 있다.

대덕구 오정동에서 식자재 관련 자영업을 하는 김 모 씨는 “대형마트·SSM이 문제가 아니다. FTA로 인해 밀려들 외국계 유통업체들에겐 사실상 무방비다. 유통산업발전법이나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 지자체 조례로도 그들의 진입을 막기가 힘들어지고, 국내 상공인들을 보호하는 조치들은 FTA에 위배될 소지가 커 이런 저런 문제들이 야기될 것”이라며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최근 대형마트 영업시간 및 영업일수 규제가 잇따르자 외국계 유통업체에 대한 적용 여부를 놓고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산부 간에 입장이 엇갈렸는데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 같은 애매한 부분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며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 미국 측에서 국내 시장 보호를 위한 특혜로 간주돼 FTA에 저촉된다며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법적인 문제보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외국계 유통업체 진입을 막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 교통영향평가를 비롯한 행정적인 인·허가 과정에서 얼마든지 장벽을 높일 수 있다. 물론 국내 업체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그런데 관저 구봉지구에 신세계 유니온스퀘어를 유치하고,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를 위해 롯데쇼핑·롯데월드와 투자협약을 맺은 대전시의 경우 앞으로 외국계 기업들의 진입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상의가 최근 대전·충남을 비롯한 전국 250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한·미 FTA가 유통산업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된다’가 42%, ‘도움이 안 된다’가 31.2%, ‘영향이 없을 것’이란 답변이 26.8%를 차지했다.

또 한·미 FTA가 국내 유통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시기에 대해선 ‘발효 1년 이후’가 59.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발효 즉시’ 23.6%, ‘3년 이후’ 8.6%, ‘5년 이후’ 8.0% 순이었다.

대전상의 관계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상품이나 브랜드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국내 유통산업은 효율화와 선진화에 더욱 노력해 부단히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로선 칠레, 싱가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아세안, 인도, EU(유럽연합), 페루에 이은 8번째 FTA이고, 전체 체결국은 45개 국으로 늘게 됐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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