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고교 졸업, 행정고시 합격 후 고향 세종시 공무원 임용
“문화로 부흥하는 소담동을 만들겠습니다.”
14일 오전 소담동 동장실에서 만난 편안한 티셔츠 차림의 정경식 동장은 주민추천제 동장으로 임용될 때의 약속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조치원고등학교(현 세종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심리학과에 들어가 두바이에서 인턴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고향의 발전을 위해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력을 가진 정 동장을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났다.
유난히 미담이 많은 소담동에 이웃돕기 성금을 냈다는 90세 할머니를 취재하러 갔다가 들른 소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주친 동장의 모습이 너무 젊었다.
행정수도로 도약하는 세종시에 행정고시 출신 젊은 사무관들도 오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긴 했지만 33세 동장은 예상 외였다.
게다가 동장추천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면접도 봐 주민들에 의해 뽑힌 동장이라니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궁금해졌다.
“소담동에 상생형 문화거리를 유치하고 지역주민들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소담을 바꾸는 15분’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별다른 특색이 없는 소박한 마을인 소담동에 ‘문화’를 덧입혀 활기 넘치는 동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도시재생과’에서 ‘문화’를 담당하며 조치원 문화정원을 기획하고 한솔동과 종촌동의 ‘상생문화거리’ 사업을 수행했던 정 동장의 이력을 생각하면 ‘문화가 살아 숨쉬는 소담동’을 만들겠다는 그의 공약은 수긍이 갔다.
정경식 동장은 고등학교 재학 때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려, 장학금과 유럽 여행을 상품으로 받아 두 달동안 유럽을 여행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선진국의 경제력보다는 문화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
진로를 고민하며 두바이에서 인턴생활도 하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결국 공직자가 되어 고향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도서관에서 누구보다 일찍 나와 가장 늦게까지 남아 성실하게 고시공부에 매진한 결과, 3년 만에 행정고시를 합격해 고향으로 ‘금의환향’했다.
처음 맡은 보직은 도시재생.
어릴 때 뛰어놀던 조치원읍의 낡은 시설과 인프라를 청춘조치원 사업으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업무였다.
1935년에 만들어진 정수장을 2019년 공간문화대상까지 받은 문화정원으로 조성했지만, 시민의 활용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전시공간 ‘샘’에 미디어아트를 설치하고 정원무대에 버스킹공연을 하는 등 문화프로그램을 덧입히자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문화예술과에서는 상가 공실문제가 심각한 신도시(행복도시) 지역에도 문화를 접목해 ‘상생문화거리’ 사업을 하며 상가 매출도 오르고 많은 시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목격했다.
담당계장으로 사업을 총괄해 보니 현장에서 직접 시민과 부딪치며 행정을 경험하고 싶었다.
주민추천으로 동장을 뽑는 소담동에 지원해 2021년 한솔동과 종촌동에서 시범사업을 했던 ‘상생문화거리’를 소담동에 유치해, 시민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누구나 찾아오는 소담동을 만들어 상가 활성화도 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학원이 많은 소담동 특성을 살려 음악학원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피아노 공연을 하거나, 미술학원 학생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서로의 재능을 뽐내고 나눌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소담을 바꾸는 15분’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열의 ▲사명감 ▲적극성 ▲통찰력 ▲추진력을 갖춘 자신의 장점을 주민들에게 어필해 소담동장으로 추천받았다.
2022년 새해, 소담동장으로 출근한 정 동장은 “동 주민과 직접 소통하며 책상에서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배우는 것이 동장으로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며 “젊은 동장이 왔다고 주민들이 기대도 많이 해 주시고 격려도 해주시며 직접 피드백해주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소담동 직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경청하고 현장의 행정을 배워가지만 기관장으로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 동장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며 인터뷰를 끝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흐름을 거슬러 가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중)
이 문구를 듣다보니 일을 하다보면 맞닥뜨리게 되는 많은 어려움과 장애를 거슬러가며 꿋꿋하게 해야할 일을 성실하게 해 나가는 정 동장의 신념이 묻어나는 듯했다.
소담동 복합커뮤니티센터를 나오며 마주친 김창현 사무장은 “동장님은 일단 직원들 말을 많이 경청해 주는 편”이라며 “소담동을 특색있는 스토리와 문화가 있는 마을로 만들고 싶어 하는 동장님 계획을 직원들과 주민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젊은 동장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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