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수에서 65세에 시인으로 변신했어요"
"수학교수에서 65세에 시인으로 변신했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01.1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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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종시마루'로 등단한 한남대 수학과 전 교수 이길섭 시인
늦깎이 이모작 인생, "고향에 대한 그리움, 서정적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수학교수에서 65세에 늦깎이 시인으로 이모작 인생을 시작한 이길섭 시인

“조심스럽습니다. ‘도시서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수학’과 ‘시’, 쉽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개체가 이모작 인생을 통해 같은 사람 속에서 만들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남대 수학과 교수로 평생을 봉직한 이길섭 교수(66).

그는 40년 수학 인생을 뒤로 하고 두 살짜리 시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을 열어준 건 동인지 ‘세종시마루’였다.

‘세종시마루’는 2021년 하반기 호를 통해 ‘산수쟁이’ 이길섭을 시인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네 번째 신인상 수상자가 됐다.

시인 김백겸·이은봉, 평론가 김영호가 맡았던 심사는 “산업화 이전 가난하지만 자연친화적이고 인정넘치던 농촌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맑고 고운 서정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시인 이길섭은 ‘미분방정식 연습시간’ 외 7편의 시를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특유의 서정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그려내, 1970년대 성장기를 보낸 세대들을 소환하고 있다.

‘미분방정식 연습시간’에는 5명의 학생들이 문제를 한꺼번에 푸는 과정에 들려오는 백묵이 칠판에 닿는 소리를 ‘양철지붕 위로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로 표현했다.

수학만 가르치는 교수였다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었다. 수학이라는 무미건조한 학문 내면에 가지고 있었던 서정적이고 시심(詩心)이 잠재된 결과였다.

대전고교, 한남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 시인은 문학청년이었다. 대전고 재학 당시 문예반에서 활동하면서 시를 가까이했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신체적인 문제 등이 시보다는 현실이 된 수학에 전념하도록 강제했다.

그리고 40년이 흘렀다. 오래도록 복류(伏流)하던 시심은 정년 퇴직과 함께 용천(龍泉)으로 솟아나 시인 이길섭으로 이모작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게 지난해 일이니 65세에 늦깎이 시인이 됐다.

지난 7일 오전 11시 시인의 길을 열어준 ‘세종시마루’ 2권을 가지고 ‘세종의소리’를 찾아 왔다.

그는 “평생 수학과 함께 살았고 늦게 돌아온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는 길이 비록 찬란하지 않더라도 온기가 남아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후 새참녁에 새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956년 충남 공주 무성산 중턱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25세라는 젊디 젊은 나이에 한남대 수학과 교수를 부임, 지난 해 8월에 정년퇴직을 한 후 세종시 소담동에 살고 있다. 늦게 시작한 시인의 길이 산업화 시대 마냥 압축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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