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돌아올 수...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돌아올 수...
  • 박은주
  • 승인 2013.06.04 11: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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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세종시 교육청 박은주...어느 새내기 장학사의 지독한 가슴앓이

 
             박은주 장학사
상쾌한 오월의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본다. 작년 이맘때와는 다른 나의 모습도 생소하거니와, 나를 웃게 만들고 때로는 울게 만들었던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자꾸 떠오른다. 그 녀석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때를 돌이켜본다.

나는 주로 6학년만을 전담하다시피 했었다. 고학년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대부분 공감할 터이지만, 어느 순간 입에서는 험한 말이 나가고 목소리는 높아지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은 마치 먹잇감을 찾는 독수리마냥 사납게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아이들을 기다리던 아침시간! 인사하는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던 생각이 난다. 첫인상부터 아이들의 감정과 상태를 느낄 수 있었고, 그들과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여러 가지 구상을 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지곤 했었다. 특히 학교폭력문제로 온통 주의가 집중되던 작년에는 남학생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었다. 밤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노심초사하고 전전긍긍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아이들은 알고 있었을까?

함께 할 때보다 헤어지고 나서 더 많이 아이들을 그리워하면서, 새삼 깊은 반성에 빠지곤 한다. 담임소개를 함과 동시에 울려 퍼지던 박수소리가 귓전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새 학년 첫날부터 기선을 제압한답시고 엄포만 늘어놓으면서 공포감을 불어넣던 기억에 부끄러워져서 도리질을 한다. 왜 늘 활짝 웃는 선생님이지 못하고, 수업이 진행될수록 찡그리기만 했을까?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대하지 못하고 높은 목소리로 칭찬보다 꾸중만 일삼았던가? 요구하고 명령하고 저지하던 말투들만 더 많았을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듯이, 새로운 길에서 낯선 일들에 시달리는 장학사가 되어 다시 올 수 없는 날들을 추억만 해야 한다. 수줍은 듯 접혀져 책상 위에 놓여있던 편지 한 장, 껌 하나, 초콜릿 하나에도 아이들의 정성은 그대로 녹아있었지. 먹던 과자를 내밀던 아이들, 현장학습 가서 선생님 입에 넣어주던 김밥 하나에도, 선생님 손을 잡고 조물조물 만지작거렸던 그 작은 손에서도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름답던 시절에...

비 내리던 여름날에는 아이들과 우비를 입고 그 넓은 운동장을 누비며 축구를 하는 동안 나이도 잊었었다. 단풍 고운 가을 어느 날에는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며 반 전체학생을 데리고나가 3시간 동안 산행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도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교장선생님도 모르게 학부모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눈썰매를 타러갔던 겨울방학 어느 날에, 윗분들이 아시게 될까봐 마음을 졸이면서 사고라도 생길까봐 속을 태우던 심정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 다시 만들 수 없고, 아이들과 같이 할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하고 애틋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교육청에서 업무에 열중하다가도 창문 너머 들리는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면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휩싸인다. 아이들을 떠나온 지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도 3년이 더 지난 것만 같다.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참말로 보고 싶다.

고생조차 아름다웠던 아이들과 현장에서의 추억..."가끔씩 돌아가고픈 생각 간절해"

큰 꿈을 안고 전문직에 들어와 정신없이 지낸 3개월이었다. 합격 후 서울에서 한 달간 연수를 받으면서, 새로운 생각과 마음가짐을 다지곤 했었다. 무엇보다도 우선 선생님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것을 생각할 여력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그래서 때로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일인가? 밤 11시가 넘어 퇴근을 하면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달빛 속에서, ‘내가 지금 행복한가?’하고 자문도 해본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아련한 추억들이 새내기 장학사가 된 이후에도 생각나면서 가끔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날마다 수없이 쏟아져 오는 일들을 겨우겨우 해내는, 걸음마를 시작하는 새내기 장학사로서는 모든 것들이 새롭다. 학교에서는 알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장에서 받아보는 공문으로 만들어지는지도 알게 되었다. 한 학급 담임의 역할도 어려웠지만 세종시 전체를 아우르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심과 토론, 그리고 조율과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한 지도 깨닫게 되었다. 한 가지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도, 얼마나 여러 사람과 방안을 논의하며 몇 개 과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

새내기 장학사로서의 좌충우돌 전문직 적응기는 이제 시작이다. 가끔은 간절하게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반드시 세종교육과 세종시의 모든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보탬을 줄 수 있는 장학사가 되리라는 다짐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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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뿐여우 2013-06-10 10:47:09
얼굴만 예쁘신게 아니라
마음까지 고우시네요~
새내기 장학사님 첫 출발 멋지게 하셨으니
초심 잃지 마시고
세종특별자치시 교육청
밝고 맑게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