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추동 요인이 코로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간 교육계가 나아가고자 했던 미래교육으로의 발전이 눈에 띄게 이루어진 근 몇 달이었다.
원격수업을 위한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컨텐츠 등이 개발·구현되었으며, 그 질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왔다.
그러나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온라인수업 기간 교사와 학생 사이에, 또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왔던 '실재감(Presence)'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리라.
학생 없는 빈 교실을 공허하게 출퇴근하던 몇 달이 지나가고,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교실을 보고나서야 다시금 교사로서의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쌍방향 수업이라 하더라도 교사와 학생의 교수학습이 제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교사 실재감'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오랜만에 학교에 나온 아이들도 전과는 다르게 나라는 존재를 '우리 선생님'보다는 '담임교사'로 인식하며 교사에게 낯섦을 느끼곤 했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교사와 학생 사이에 좋은 관계 맺음을 바탕으로 배움이 일어나야 한다는 교육의 핵심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는 학생에 대한 실재감을, 학생은 교사에 대한 실재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사제지간 상호작용도 활발해지고 학습 효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업과 성장연구소에서는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교사 실재감(Teacher Presence)'의 구현원리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신을진, 2020)
하나, 연결되는 관계 만들기(Building Relationship)
‘줌(Zoom)’과 같은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여 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아이들은 심리적인 거리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이 가진 심리적 여과 장치를 낮추고 교사, 급우들과 래포(Rapport)를 형성할 수 있는 '연결되는 관계 만들기' 장치가 필요하다. 교사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 간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의도적인 연결 시스템을 고민해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온라인 학습 공간 또한 '또 하나의 우리 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둘, 교사 존재감 나타내기(Showing my Existence)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는 물리적으로 강의실에 입장해있는 것 이상으로, 학습내용을 설계하고, 교육적 의도를 가진 존재로서 학생들 앞에 서야 한다. 기존 잘 만들어진 컨텐츠는 질은 뛰어날지 모르나 지나치게 표준화되어 있다. 그러한 컨텐츠에 휩쓸리게 되면 학생들에게 학습 내용을 전달하는, 혹은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교사라는 존재는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교사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수업을 설계하고 수업자료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교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을 기반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 앞에 설 때에야 학생들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선생님'이라는 느낌을 교사에게 갖게 될 것이다.
셋, 수업의 흐름 이끌기(Taking Initiative)
교사는 계획된 수업의 목표로 학생들을 이끄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 상황에 놓이면서 학생은 과제제출과 같은 자기주도적인 학습 상황을 훨씬 자주 접하게 되었고, 교사는 과제 제출 빈도나 양을 통해 학생들 사이의 학습능력과 이해도의 차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교사는 이렇게 파악한 정보로 학생들이 배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넷, 피드백으로 다가가기(Giving Feedback)
온라인 환경에서는 면대면 수업에선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던 학생에 대한 정보들도 지극히 제한되고, 그 결과 교사와 학생들은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에 대한 더욱 꼼꼼한 피드백이 요구되는 이유다. 온라인 기간 교사들은 온라인 클래스 댓글 달기, 문자메시지 전송, 전화 통화 등 학생과의 소통을 위한 다각도 시도를 해왔다.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학생들과 더욱 촘촘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아야 할 것이다.
교사 역할 개념이 ‘티칭(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교육기술은 앞으로 더더욱 발전할 것이다. 변화의 물결에서 철학이 없는 교육은 흔들리기 쉽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 교육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