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행복한 웃음, 사랑이 가득한 우리 반을 꿈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았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우유전쟁,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자질소리, 오늘은 조용한 가 했더니 저 멀리서 들려오는 우리 반 아이의 울음소리, 2학기 들어 하루에 하나씩은 부러져 교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칠판 자석들 등이 내 얼굴에서 미소를 점점 사라져가게 만들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들이다.
미술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그 근래에 한 아이가 유난히 모둠활동에 끼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모습에, 같은 모둠 친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중간놀이시간 그 아이를 데려다 수업시간 태도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려 했지만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유독 힘들었다. ‘내가 요즘 너무 잔소리를 많이 해서 관계가 틀어진 걸까? 그래서 내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 건가?’하는 생각에 조금 지쳐가고 있을 때 3교시 미술시간이 시작되었다.
미술시간 주제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말을 떠올려 보고 강익중 작가의 작품처럼 멋있는 우리 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설명을 들을 때만 해도 시큰둥해보이던 그 아이가 갑자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나에게 다가와 이런 문구를 건넸다.
‘선생님 사랑해요. 4학년 때도 같은 반 해요.’
이 짧은 문장을 보고 또 보며 그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 선생님으로써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말을 들은 것 같아 기쁘기도 했고, 감동적이기도 했고, 나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잠깐이나마 의심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그 아이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선생님, ‘사랑해요.’할 때 사는 꼭 4로 해주시고요, ‘4학년’할 때 4는 사로 해주세요. 꼭이요!”
너무나도 그 아이다운 말과 해맑은 표정에 찔끔 나왔던 눈물이 쏙 들어가며 그 자리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 기분 좋게 꼭 그렇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나도, 그 아이도, 그걸 지켜보던 우리 반 모든 친구들도 정말 행복한 미술시간을 보낸 하루였다.
이런 사소한 말 한 마디가 그동안의 힘듦을 잊게 만들어주는 것을 몸소 느끼며 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말, 사랑이 담긴 메시지를 많이 전해줘야겠다는 반성도 하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