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근로자 무방비 노출, 세종시 신종 코로나 ‘구멍’
중국인 근로자 무방비 노출, 세종시 신종 코로나 ‘구멍’
  • 곽우석 기자
  • 승인 2020.01.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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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로 의원 "세종시 의료체계, 보건행정 허술..우한 출신 통계조차 없어"
응급의료체계 불안감...응급의료기관 단 한 곳,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무한 실정
세종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 환자 발생에 대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세종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 감염 여파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가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현장에 중국 출신 근로자들이 적잖이 일하고 있지만, 관련 현황조차 파악조차 못하는 등 의료체계에 허술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 근로자 상당수가 춘절을 맞아 중국을 다녀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들을 통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세종시당위원장)은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중국 후베이성 또는 우한 출신 중국인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종시 보건행정 체계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인을 통한 감염증 확산 우려는 건설 현장이 산재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으로 꼽힌다. 건설업계는 행복도시 건설현장 내 일용직 근로자의 3분의 1 가량을 중국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종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신도시 건설현장 모습
세종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신도시 건설현장 모습

김 의원실이 파악한 세종시의 2019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세종에 거주하는 외국인 총 5700명 중 중국인은 912명에 달하고, 이중 절반을 웃도는 468명이 조치원읍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국인 상당수가 건설현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무방비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게다가 근로자 상당수가 최근 춘절 시즌 맞아 중국을 다녀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보건행정 체계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 중 불법 체류자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 임금이 내국인보다 싸고 힘든 일도 가리지 않아 업체들이 취업 비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법체류자들이 언제, 어느 경로로 세종으로 들어오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고, 이중 중국인이 얼마만큼 포함되어 있는 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세종시 등 관계당국은 외국인 근로자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복도시 건설현장을 총괄하고 있는 행복청 측은 "1년에 한번정도 외국인 근로자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매일매일 점검하지 않는 이상 확인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정확한 데이터는 출입국사무소나 고용노동부와 연계해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비상시국이란 점에서 정부의 대책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의 대응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시는 최근 우한을 방문한 시민에 대한 실태조사를 발표했으나, 외국인 근로자 현황을 빠뜨리는 등 안일함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중국인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내려주는 데이터에도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면서, 세종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불안감도 재차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 중국인 근로자들과 뒤섞여 생활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관내 중국인 근로자들은 금남면과 장군면 등 행복도시와 인접한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인 대상 식당 또는 식료품점 역시 즐비해 있다.

무턱대고 중국인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만에 하나를 감안했을 경우 철저한 역학조사와 관리를 통해 감염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김중로 의원은 "정상적인 보건 행정이라면 당연히 우한 출신 입국자들과 접촉 가능성이 높은 관내 중국인을 관찰하는 등 전염병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우한 출신 중국인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불안감도 재차 제기되고 있다. 현재 관내 응급의료기관은 엔케이세종병원 단 한 곳뿐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물론 지역응급센터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발생 시 환자를 격리할 수 있는 음압병상 역시 전무하다. 이에 따라 의심환자가 발생 시 세종시로부터 무려 49.1km나 떨어져 있는 천안 단국대병원(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이송, 격리해야 한다.

김중로 의원은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한시라도 빨리 시민들로부터 격리시켜야 하지만 국가지정격리병상까지 거리가 너무나 멀고 이동수단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응급상황에 안심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국내 발생 환자는 31일 오후 2시 기준 11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는 31일 오전 9시 기준 총 9,805명의 환자가 발생해 213명이 사망했다.

확진자는 중국이 9,692명(사망 213)으로 가장 많다. 이어 홍콩 12명, 대만 9명, 마카오 7명, 태국 14명, 싱가포르 13명, 일본12명(무증상 병원체보유자 2명 확인), 베트남 2명, 네팔 1명, 말레이시아 8명, 캄보디아 1명, 스리랑카 1명, 아랍에미리트 4명, 인도1명, 필리핀 1명(이상 아시아), 미국 5명, 캐나다 3명(이상 아메리카), 프랑스 5명, 독일 4명, 핀란드 1명(이상 유럽), 호주 9명(오세아니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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