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리 주민, 3개 마을로 나누는 결정 '스스로 했다'
청람리 주민, 3개 마을로 나누는 결정 '스스로 했다'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9.06.20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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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총회 열고 청람리 3개 리(里)로 분구 결정..."오랜 숙원 해결됐다" 반색
전동면 '시민과의 대화'에서 문제 제기, 2달만에 전격 결정.."이런 게 주민자치"
주민 총회에 참석한 전동면 청람리 주민들이 행정리 분리에 거수로 찬성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마을 현안을 주민들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했다.

그것도 마을을 3개로 나누는 중요한 안건을 마을 회의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스스로 결정해 세종시가 추구하는 시민주권특별자치시를 구현해 냈다.

20일 오후 1시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 주민 1백여명은 마을 한 가운데 마련한 임시 천막에 모여 1백여년간 한 개의 마을로 유지해오던 청람리를 3개리(里)로 쪼개는 안건을 거수로 통과시켰다.

1914년 만들어진 이 동네는 108세대에 21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청람리는 세종시내 한 개 리 평균 관할면적 1.9㎢에 비해 2.5배나 넓은 5.1㎢로 이장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것이 분구(分區)의 원인이 됐다.

한 명의 이장이 보살펴야 할 면적이 너무 넓다 보니 지역 간에 이해도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고 철도를 경계로 관심사도 차이가 있어 효율성에서 떨어진다는 점이 행정구역 분리 필요성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시골 인구의 노령화와 인구 감소, 주민 간에 예견되는 갈등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민들은 참석자의 80여명이 거수로 분구를 찬성하고 의결했다.

마을총회는 전동면 주민들로 구성된 기타 합주단의 반주로 청람리 동민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축제로 시작됐다. 주민 김학도씨의 사회로 이상관 이장의 인사말, 그리고 세종시 김려수 자치분권과장의 제안설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종시에서는 의사 결정을 위해 처음으로 열린 주민 회의라는 상징성으로 오진규, 이경우 사무관과 담당 직원들이 배석했고 전동면에서는 급한 사정이 생긴 면장을 대신해 김남선 부면장이 참석했다.

또, 국사봉, 광산, 꼬장산 등에 둘러싸여 한갓졌던 청람리에 KBS, MBC, t-broad 등 방송과 언론사에서 취재에 나서 마을이 생긴 이래 매스컴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지역이 되기도 했다.

이상관 이장은 “마을의 염원을 주민들이 결정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이 됐으면 한다”고 인사말을 했고, 김려수 자치분권과장은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총회의 무게를 언급했다.

곧바로 사회자는 안건 상정에 이어 주민 의사를 물어 거수로써 결정을 선택하고, 최칠성 개발위원장의 동의로 의사를 물었다. 108 가구 대부분이 참석한 총회는 80가구가 찬성 의사를 표시해 가결이 선포됐다.

주민 회의 전 기타 합주단이 동리 분들과 함께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의결은 불과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을 주민이 행정구역 조정이라는 동네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순간이었다. 결정의 시간은 짧았지만 그 과정은 길고 지난했다.

이상관 이장은 “분구가 결정돼 마을이 효율적으로 지역별로 이장들이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반기면서 “지역이 행정구역상 나눠지는 데 따르는 문제는 대동계라든가 위친계 등 마을 단위 모임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람리 분구(分區)는 지난 1990년대부터 제기된 것으로 4년 전에도 한 차례 거론됐던 해묵은 난제였다. 올해 4월 2일 전동면에서 열린 ‘시민과의 대화’에서 이상관 이장이 이춘희 시장에게 건의하면서 2달 여만에 전격 분구가 결정됐다.

세종시는 마을회의 결과를 토대로 주민 편익, 지역개발, 지리적 여건, 역사적 전통성 등을 감안해 조례개정 등을 통해 후속 행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법적인 지위를 갖는데는 약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주민들에 의한 의사 결정에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사진은 대전 MBC에서 이상관 이장을 취재하는 장면
아늑한 마을 청람리는 국사봉, 광산, 꼬장산 등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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