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특별회계 편성권은 주민에게 주어야..."
"자치분권특별회계 편성권은 주민에게 주어야..."
  • 김준식
  • 승인 2019.05.0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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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대표성, 전문성 부족한 1회성 ‘주민참여예산위원회’로는 마을계획 불가능

세종시는 2019년부터 주민세 전액을 재원으로 하는 ‘자치분권 특별회계’를 편성해 기존의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사회적 경제조직 지원 사업, 지역문화 행사 사업 등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 스스로 예산을 편성해서 읍‧면‧동과 통‧리 단위 마을자치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세종시는 ‘시민주권특별자치시 행정수도 세종’을 시정의 최우선 정책으로 내 세우고 주민이 마을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골목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등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를 위해 시는 2019년 예산에 자치분권특별회계 159억 원을 편성하였고 각 읍·면·동에 자치분권 특별예산 수 억 원씩을 배정해 놓고 있다. 또 시는 마을단위 주민자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설립, 주민주권대학 운영, 시민주권회의 구성, 읍‧면‧동장 시민 추전제 실시 등을 추진해 왔다.

금년부터는 기존에 동장 자문위원회 수준이었던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격상하여 마을단위의 주민자치 주축 조직으로 전환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발 빠른 시민주권 특별자치시 정책 추진은 참 잘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의 추진이 너무 위로부터 일방적(Topdown)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아래로 부터건, 위로부터건 정책이 잘 설계되고 잘 추진 될 수만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추진되다 보면 정책의 추진 과정에 틈새가 생길 수밖에 없고, 자칫 정책의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자치분권특별회계의 운영이다. 시는 자치분권특별회계를 이미 편성해서 운영하고 있고 읍‧면‧동 단위 자치분권특별회계가 벌써 집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주민들은 그런 예산이 편성되었는지, 그 예산이 얼마나 되고 누가 어떻게 결정해서 어디에 쓰고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세종시청 전경

심지어 각 읍‧면‧동 주민자치위원들도 모르는 가운데 159억 원의 자치분권특별회계는 이미 집행되고 있다. 물론 정책과 예산을 집행하는 공직자들 입장에서는 시의회의 의결을 거쳤고, 지방재정법상 주민참여예산 집행절차를 다 거쳤고, 시 홈페이지에 모든 공시절차를 마쳤고, 시나 읍‧면‧동 ‘주민예산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를 받아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합법적인 절차를 다 거쳤다고 자치분권 특별회계가 잘 집행 되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자치분권 특별회계가 편성되기 전에도 이미 잘해 왔었다.

세종시는 수차례에 걸쳐 시민주권특별자치 정책은 주민이 마을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마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등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이는 단순히 지방재정법 39조에 따른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차원에 절차를 거치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읍‧면‧동 단위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마을 계획을 세우고, 그 마을 계획을 주민총회에 상정하여 주민들의 의결을 거쳐서 자치분권특별예산을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2019년 자치분권특별회계는 이런 절차가 생략 되었다. 2019년 자치분권특별예산이 제대로 편성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사실 2018년 초부터 그 절차가 시작 되었어야 했다.

세종시와 읍‧면‧동은 바로 지금 2020년 자치분권특별회계 편성을 위한 ‘읍‧면‧동 마을계획 준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을계획 준비위원회는 상설 운영체인 주민자치회(주민자치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주민의 대표성도 전문성도 취약한 1년 임기의 1회성 ‘주민참여예산위원회’로는 마을계획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관련 주체들은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김준식 세종민주와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행정수도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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