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먹방 모임 ‘연남동(연어를 남김없이 먹는 동아리)’, 휴학 후 명상에 푹 빠져있는 슬기, 최고의 여자 육부장을 꿈꾸는 선아, 셀럽파이브 멤버를 꿈꾸며 춤 연습에 열중인 민아.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요즘 애들’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이름이다.
월요일 아침, 교실은 ‘요즘 애들’ 이야기로 열기가 뜨겁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선생님, 어제 ‘요즘 애들’ 보셨어요?”, “선생님은 휴학 하면 뭐하실 거에요?”, “육부장은 입사할 때 무슨 면접을 봐요?”와 같은 수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아이들 손보다 더 조막만한 나의 자존심에 혹여나 금이 갈까, “응, 선생님도 봤어!”라며 급히 대답하지만 아이들 몰래 인터넷포털에 ‘요즘 애들 출연자 슬기’를 검색해본다.
‘요즘 애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하루를 질문으로 시작하고, 끝맺는 경우가 많다. 질문의 종류는 수업과 관련된 사소하고 충동적인 질문부터 지식의 허를 찌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비해 스마트폰이나 학습만화, 유튜브 검색 등으로 전문 지식을 접하는 연령의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혹자는 초등학교는 지식의 난이도가 중고등학교 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수업하기 쉬울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령 아이들이 “지층은 왜 아래에서부터 쌓여요?”라고 물을 때, 무어라고 이야기를 이끌어 낼 것인가. 학문적으로는 지층 누중의 법칙을 설명하면 쉽게 끝날 일이지만 4학년 하윤이가 원하는 답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반대로 어려운 내용이니 그저 “지층끼리의 약속이야” 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교사로서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질문에 대하여 탐구하는 시간을 갖기 어려울 지라도 아이들과 함께 ‘몇 마디 나누어’ 보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5분 일지라도 아이들과 함께 한 하루를 돌이켜보며 ‘요즘 애들’에 푹 빠져있는 순간을 갖는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고, 재구성해보며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어 가까운 시일 내에 언급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4학년 하윤이에게 과거의 질문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는지 재 발문 한 후, 지층 형성 과정에 대해 “하윤이가 신문을 뒤섞지 않는다고 약속해보자. 오래 전 신문지가 아래에 있고, 오늘 온 신문은 가장 위에 놓이는 것처럼 맨 아래에 쌓인 지층이 나이가 가장 많은 지층이야.”라는 10살짜리 수준의 이야기로 재구성해줄 수 있는 과정이 그러하다.
아이들은 교사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품고 교사의 언어에서, 행동에서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는데 도움 받길 원한다. 이는 수많은 교육 기법과 매체의 홍수 속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모습 중 하나이다.
어릴 적, 어른들 입에서 나오는 꾸지람은 함께 약속이나 한 듯 ‘요즘 애들~~’로 시작했다. 마치 내가 부모님이 원했던 완벽한 모델의 자녀가 아닌 것처럼, 아이들도 마냥 바른길로만 걸으려 하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갈래 길로 가는 것을 넘어 가끔은 내가 제시한 길을 비틀어 이상한 고무덩어리로 다시 포장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요즘 애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질문을 구하고, 그것을 소재로 새로운 꿈을 꾸는 수업. ‘요즘 애들’에게 푹 빠져야만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수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