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5천억 세종시 스마트시티 '무모한 속도전'..곳곳 암초
1조 5천억 세종시 스마트시티 '무모한 속도전'..곳곳 암초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9.02.2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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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 입주 정부계획 사실상 불가능, 무모한 속도전 논란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래너(MP)와 실무부처 간 의결조율 미흡 비판도
세종 스마트시티 공간계획(안),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세종 스마트시티 공간계획(안),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2021년 말 입주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첨단기술의 집약 '세종시 스마트시티(5-1생활권)'가 무모한 속도전을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들 상당수가 2021년 말 최초 주민입주를 개시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마스터플래너(MP)와 실무부처간 의결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스마트시티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보다 충분한 시간과 함께 면밀한 계획수립이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세종과 부산 스마트시티 로드맵을 내놨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5-1생활권에 조성되는 세종 스마트시티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시민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꾼다는 목표로, 모빌리티‧헬스케어‧에너지 등 7대 서비스 구현에 최적화된 공간계획을 마련했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입주 일정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와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시행계획을 바탕으로 연내 실시설계를 거쳐 하반기 조성공사에 착수, 2021년 말 최초 주민입주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행복도시 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국토부 외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5-1생활권 분양 시기를 당초 2021년으로 계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5-1생활권은 개발계획은 물론, 실시계획, 토지공급 등 제반 절차가 전무한 상황. 통상 아파트 분양 후 입주까지 3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입주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페이스북 캡쳐

실제로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시행계획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 저자로 유명한 지역·환경계획분야의 석학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SNS에 글을 올려 "왜 이렇게 무모하게 속도전을 해가며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지 정책결정자들의 속내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이렇게 엉성한 시행계획을 가지고 1조 4,876억원이나 투자되는 국책사업이 진행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며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상당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시행계획의 완성도를 문제 삼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1월 세종시가 스마트시티 시범지구로 지정된 후, 4월 기본구상까지 나왔다면, 이번 계획안에는 최소한 ‘어떠한 사업주체가’, ‘언제’, ‘어떤 분야별’로 참여할 지 정도는 공개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구체적인 시행 방안’ 없이 ‘장밋빛 미래’만 나열됐다는 이야기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속도전'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건축 인허가 업무를 추진해야 할 세종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협의된 게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해선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분양에 들어가야 한다"며 "구체적인 분양계획에 대해 전달받은 게 없다. 정부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정확한 입주 시기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국토부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실시계획이 수립됐지만, 세종은 진도가 느린 편"이라며 "최초 입주목표를 맞추기 위해 검토하고 있어, 정확한 입주 시기를 아직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복청 역시 일정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토지를 공급한 뒤 아파트 인허가까지 1년, 공사에 2년 등 아파트 공급에 총 3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실시계획이 나와야 착공에 들어가는 데, 현재로썬 일정 자체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속도전을 내도 첫 입주는 2023년경에야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정부는 세종 5-1생활권에 대해 최적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구조부터 새롭게 계획, 자율주행‧공유 기반의 첨단교통수단 전용도로와 개인소유차량 진입제한 구역 등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사진은 자율주행차량 모습

이 같은 엇박자는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래너(MP)와 실무부처 간 의결조율 미흡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MP를 맡고 있는 바이오·뇌공학자 정재승 교수(KAIST)가 이상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는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정 교수가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스마트시티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실제 사업프로젝트 관리는 허술하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개인소유차량 진입제한 구역’을 설정한 것을 두고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해소가 급선무란 비판이다.

정부는 최적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구조부터 새롭게 계획, 자율주행‧공유 기반의 첨단교통수단 전용도로와 개인소유차량 진입제한 구역 등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예컨대, 자율차 전용도로 구역(링 형태) 안에서는 개인소유차의 통행‧주차를 제한하고 자율 셔틀과 공유차 이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소한 정책에 대해 시민들은 기대감과 우려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한솔동의 한 주민은 “계획 자체는 혁신적이긴 하지만, 당장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할 때는 더 불편할 것 같다”면서 “개인소유차량 진입제한 구역 실효성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자율주행'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2021년 입주에 맞춘 상용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한 전문가는 "자율주행차는 2023년경 완성차 형태의 자동차가 나오고, 보급은 빨라야 2025년이 넘어야 한다"면서 "자칫 세종 스마트시티가 입주초기 입주민들의 불편만 야기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질타했다.

세종 스마트시티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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